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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16 02:19
첫사랑이었던 그 소녀는 어느새 숙녀로 자랐고, 그녀는 가족들과 영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우리 집에서도 유학과 이민 이야기가 번갈아 오고 갔고, '나도 영국으로 가면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라는 얼토당토 않는 마음으로, 곧 볼 수 있을 것처럼, 잠깐이면 여행갔다 금방 돌아올 사람처럼, 나는 그녀를 떠나보내고 그녀는 나를 남겨두었다. 하지만, 시간은 묵묵히 흘러갔고, 전화와 편지 엽서를 통해서만 그녀와 연락하던 어느날, 나는 영국행이 아닌 캐나다 유학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간 그녀를 꼭 다시 볼 것만 같았던 생각들을 하며, 유학생활 하던 중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베프의 전화 한 통을 받은 것이었다. 2004년 12월에 일어난 영국 한인 타운에서 좀 떨어진 시골 변두리에서 중고 소형차와 대형 버스와 충돌해 소형차에 탔던 3명의 일가족 전부가 사망하는 교통사고 소식을 캐나다에서 수화기를 통해 듣고서 그녀와 이렇게 억지로 이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꼭 일주일을 앓았다. - 제가 예전에 썼던 글,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뇌 깊은 곳, 이별에 관한 회고록」中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저는 아직도 첫사랑 얘기하면 슬픕니다...
09/09/16 02:19
얼마 전, 예비군 훈련 전날이어서 여차저차 하여 선배 집에서 잠잘 일이 있었는데,
그 선배의 첫사랑 이야기를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들었습니다. 평소에 무척 차갑게 보이는 선배였는데, 지금 여기에 글로 옮기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정말 너무도 아름답고, 영화같고, 가슴 절절한 첫 사랑을 하셨더군요. (고등학교때 첫눈에 반해, 오랫동안 마음 졸이다 결국 사랑에 성공했지만, 아주 안타깝게 헤어지게 되고, 지금은 그 상대방 여자분이 결혼하셨다는 것으로 짧게 말하겠습니다...;;) 그에 비하면 제 첫 사랑은, 저 자신조차도 놀란, 제 치졸하고, 이기적이며, 비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너무나도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준, 차라리 없었으면 더 나을 뻔 했던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첫사랑이 가치로웠던 것은, 제 인생에서, 그렇게나 서로의 조건이나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전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랑' 을 하는 것은 다시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첫사랑은, 그래서 영영 잊지 못하는가봅니다.
09/09/16 18:51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집에 가려는 애를 한시간을 붙잡고 고백을 하려다 하려다 못하고 있다가..
결국 그냥 안아주었습니다. 아직도 안아주니 활짝 웃던 그 얼굴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겠네요. 한시간 동안 고심해서 전달하려던 그마음을 좀더 빨리 잃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요. 상처만 주고 헤어진거 같아서 너무 미안합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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