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문단에서 아직까지 80년대생 작가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현재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신경숙, 공지영, 김연수등
주요 작가들의 연령대는 60~70년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80년대 생이라고 해 봐야 이제 고작 21~30세 정도의 나이일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죠.
이렇다 하게 눈에 띄는 남성 작가가 드문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정한아, 한유주같은 작가들이 그들 나름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면서
하나 둘 이야기들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여기 빠진 이름이 있네요. 바로 김애란입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80년대생 작가를 꼽으라면
저는 바로 이 김애란이라고 하는 작가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간단하게 그녀의 약력을 살펴봅시다.
1980년 생인 김애란이 등단을 하게 된 것은 2002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이 이후로 2005년에는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칼자국'으로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으로는 소설집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가 있구요.
김애란은 아직 2권의 소설집밖에 발표하지 않은,
경력으로 치자면 초년생에 불과한 작가일지도 모릅니다.
장편소설은 준비중이라는 기사는 봤는데 아직까진 소식이 없구요.
역량있는 많은 작품들을 내어놓은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문학의 힘은
이미 기라성같은 선배작가들 못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김애란은 1980년에 태어났습니다. 올해로 딱 서른살이네요.
흔히들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고들 이야기 하곤 합니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김애란은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김애란이라는 작가 자체가 새로운 시대에서 태어난 사람이니까요.
현재의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사람들의 감성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바로 김애란입니다.
그녀의 단편들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 바로 20대입니다.
그냥 20대가 아니구요. 바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입니다.
기존의 작가들이 아직까지 그려내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기존의 세대라면 그려낼 수 없을
새로운 세대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죠.
사회 초년생 회사원, 재수생, 고시생 등
그녀의 이야기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바로 우리 자신들일지도 모릅니다.
(네 저는 이쪽에 속합니다;; 아닌 분들도 계시겠네요;;)
하지만 김애란은 결코 그들을 화려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이야기들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88만원 세대'와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좋은 차와, 화려한 직업, 멋진 이성친구.
이런 건 김애란의 소설들엔 나오지 않지요.
대신 그들은 때로는 좁아터진 고시원에, 때로는 비가 새는 반지하 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쉽지 않은 현실에 상처받고,
때로는 조금이나마 피어나는 희망에 몸을 맡기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냥 단순히 지금 세대를 잘 그려냈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김애란의 힘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탁월한 표현능력입니다.
때로 그것은 달콤쌉싸름한 위트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 그것은 감성을 울리는 작은 목소리로 들려오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보이는 탁월한 그녀의 문장들을 보다보면
이 작가가 이제 고작 서른살이 된 젊은 작가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녀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실제로 이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더
소설속, 그 인물들이 진짜로 이 세대를 살고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지금의 젊은 세대에 대한 김애란의 표현력은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만치 사실적이니까요.
이것은 아마 같은 세대를 호흡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특히나 2009년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라면요.(특히 20대)
이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우리 세대의 마음 한 구석에
아련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가를 쉽게 만나볼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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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 정말 좋아합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소소한 소재를 맛있게 잘 살리는 재주가 있다고나 할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장편준비중이라는 이야기가 꽤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서 좀 걱정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영하 작가만큼이라도 꾸준히 글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장편은 언제쯤 나올까요..
김애란의 소설에는 집이 아닌 방이 등장하죠. 이것만으로도 작금의 20대 모습을 충실히 그려낸게 아닌가 합니다.
침이 고인다를 읽고선 정말 탄성을 질렀어요. 어쩜 이렇게 지금 우리네 모습과 같을까...우리의 모습이니 감정이 더 와닿을 수 밖에요.
정말 강추하는 작가입니다. 다만 장편까진 두고봐야 할 것 같아요. 장편에서의 김애란을 더더욱 디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