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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19 22:30:21
Name 아침싫어은둔
Subject [일반] 딱! '추추트레인'만큼만...
얼마 전 추신수 선수의 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바로 이 글 -> 추추트레인 ML일기<7>
저는 사실 이 글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 병역면제 문제가 걸린 메이저리거가 저렇게 현 정권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선 놀라웠습니다.
박찬호 선수를 비롯한 국민OO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추모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추신수 선수의 의사표시가 생경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정작 제가 놀란 것은 그의 글솜씨 때문이었습니다.
야구선수가,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최고 수준의 야구선수가,
평생 야구 밖에 모르고 살았을 사람이...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인지.

모 신문들에 구구절절 말도 안되는 논리를 이리저리 갖다 붙여가며 궤변을 늘어놓는 대학교수 나부랑이들은 이런 글을 보며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더더기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어려운 논리를 들이대지 않고 간결하게 써내려가면서도 자신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까지 드러내보이는 솔직한 글입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표현들.

오늘 새로운 글이 하나 더 올라 왔습니다. 역시 읽어보시지요.  
추신수 선수 정도의 '개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얼마나 세상이 기분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미 잘하고 있는 선수지만, 앞으로도 더 응원하고 싶어지는군요.
잘난 뒷끝+찌질 정부가 또 어떤 짓을할지 심히 걱정되지만,(항상 상상 이상을 보여주시니...)
앞으로 우리들의 관심과 성원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강조는 제가 했습니다.



추추트레인 ML일기<9>

지난 11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10회 말까지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상황이었죠.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제가 마지막 타석에 나섰습니다. 상대 투수는 카일 프란스워스. 2구째에 방망이가 돌아갔고 제가 친 공은 상대 중견수 코코 크리스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제 공을 피해 일제히 날아오르는 겁니다. 날아오르기 전에 원바운드된 공은 갈매기 한 마리를 맞혔고 그 갈매기는 쓰러집니다. 갑자기 나타난 갈매기들로 인해 정신이 없어진 코크 크리스프는 공을 빠트리는 실수를 범하게 되죠. 결국 우리 주자가 홈을 밟게 되며 경기는 4-3,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납니다.

코코 크리스프는 주심에게 새들 때문이라고 항의를 했지만 글쎄요, 그 친구 어깨가 그리 좋지 않아서 갈매기들이 없었다고 해도 우리가 이겼을 겁니다. 갈매기들이 홈구장에 등장하게 된 건 올해부터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갈매기들은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누군가 프로그레시브필드에 갈매기들이 좋아하는 먹이들을 여기저기 뿌려놓은 걸까요?^^

요즘은 홈경기 때 수비로 나가면,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만약 플라이볼일 경우 충분히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인데 갑자기 갈매기들이 날아오르면 그 공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하고 말이죠. 수비하다보면 갈매기가 제 모자와 손등에 분비물을 뿌리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갈매기들로 인해 경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참, 제 공에 맞았던 그 갈매기는 어떻게 됐을까요? 바로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만약 제가 일부러 갈매기를 맞혔다면 이전의 (류)제국이처럼 CNN에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지난주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일기 때문이었어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검은 리본을 달려고 했지만 구단 측의 만류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내용이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가 된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이 농담 삼아 이런 얘길 했어요. '그러다 군에 입대하라고 영장 나올지도 모른다'고요. 전 영장 나오는 거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군에 입대를 해야 하니까 그게 나온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피할 일은 아닌 거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전 고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책임졌었던 '보스'가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기 생활만 고집하는 건 아니라고 봤어요. 그 '대장'을 추모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우리를 이끌어가는 '대장'이 정도가 아닌 다른 길, 약간 삐딱한 길로 간다면 그의 힘이 무서워서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순순히 따라야 하는 걸까?' 전 설령 야구를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대의 힘이 무서워서 없는 말을 하거나 머리를 조아리며 살진 않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저도 야구부 주장을 맡았습니다. 주장이라고 해서 독단적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갈 수는 없어요. 주위의 의견도 듣고 선수들의 고충도 헤아리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로 상의하면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게 주장의 역할이었습니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지금까지 미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추신수가 개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야구를 잘해야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높아질 거라고 믿었어요. 골프의 최경주선수처럼 골프백이나 골프화에 태극기를 그려 넣진 못했어도 제 가슴 속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태극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태극기가 희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  





* 닉네임을 바꾸었는데...역시 별로군요. 어쩌나...또 바꾸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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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로중장밑힌
09/06/19 22:37
수정 아이콘
박사장님도 글빨 하나는 알아주셨더랬는데... 물론 신문에 실리는 글이니 교정을 봤겠지만서도, 글에서 엿보이는 건강함이 앞으로 즐겨찾게 될 것 같습니다.
The HUSE
09/06/19 22:44
수정 아이콘
시원한 스윙만큼이나 멋진 글이네요.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라던데...
아무튼 가슴속의 큰 태극기를 잊지 말고 메이저리그의 당당한 4번 타자가 되어 주세요.
DynamicToss
09/06/19 22:57
수정 아이콘
추추트레인 미국 영주권 얻어도 뭐라 안합니다.

이제 미국시민이 되어서 미국시민이어도 당당하게 대한민국 이라는 이름 알려주세요.


미국시민이 되어야 한다는거 다들알죠 우리나라에선 군대가야 하니 ..조만간
역시나 아쉬운건 미국시민이 되면 한국국가대표로 못뛰겠죠. 그래도 클리블랜드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추선수 보고 싶습니다
근데 일기 보니까 당장이라도 영장 오면 군대 갈 분위기 ..
제발 야구는 상무팀 별로고 가면 타격 줄어들고
사실좀괜찮은
09/06/19 23:00
수정 아이콘
DynamicToss님// WBC에서는 한국 대표로 뛸 수 있습니다. 크크...
09/06/19 23:16
수정 아이콘
아 진짜 눈물이 날 정도네요 ㅠㅠ
추신수 이제 당신은 반평생 까임방지권을 획득하셨습니다 >.<
가슴속의 큰 태극기를 잊지 말고 메이저리그의 당당한 4번 타자가 되어 주세요. (2)
09/06/19 23:24
수정 아이콘
개념찬 글이네요... 지금까지도 응원했지만, 추추트레인 더욱 응원하겠습니다.^^
슈퍼 에이스
09/06/19 23:37
수정 아이콘
가슴속의 큰 태극기를 잊지 말고 메이저리그의 당당한 4번 타자가 되어 주세요. (3)
추트레인 화이팅입니다!
09/06/20 00:13
수정 아이콘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매우 훌륭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지요.
저번 무한도전 궁 특집에 나왔던 어떤 자막이 생각나네요. "쯔쯔 세상물정 모르는 두 연예인들."

어쨌든
가슴속의 큰 태극기를 잊지 말고 메이저리그의 당당한 4번 타자가 되어 주세요. (4)
METALLICA
09/06/20 00:48
수정 아이콘
박수 쳐 주고 싶네요. 운동 선수 뿐만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느껴지네요.
나똥구리
09/06/20 00:54
수정 아이콘
비꼼도 없이 그저 당당한 글 추신수 선수 정말 멋집니다^^
국내야구는 잘 보는데 해외 야구는 잘 안봐서 추신수 선수 그저 스포츠 하이라이트에서만 만났는데,
지금보니 정말 멋진 사람이었군요.
추신수 선수처럼 건강한 생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키보드에 있는줄도 몰랐던 파워버튼을 눌렀어요 ㅠ)
09/06/20 15:10
수정 아이콘
역시 반듯한 선수군요.
요즘 추선수때문에 MLB보는 재미가 다시 생겨서 정말 행복합니다.
하지만 영장나오면 바로 입대할 기세라서 조금 두렵군요.
그냥 영주권따고 입대 안했으면 좋겠다는게 한 팬으로서의 생각입니다.
일단은 당장 눈앞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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