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4/12 11:16
경기감상평을 막 올리고 나니 이 글이 올라와서 제 글을 일단 삭제했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그리고 역시 '김대환의 저주'가 객관적 분석보다 강력하다는 것이 재확인되고 말았습니다. (뭐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15/04/12 11:28
관련글 댓글화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잠깐 올렸다가 지웠던 감상평을(블로그에는 올렸지만.) 댓글로 올립니다.
=============================================================== 만화같은 리벤지. 크로캅 vs 곤자가 by The xian 입식과 종합전 포함해 100전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크로캅이 UFC로 8년만에 돌아왔다는 것도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일이지만. 승부는 여러 가지 의미로 더 대단했습니다. 정말로 만화같은 리벤지였습니다. 등장 음악은 여느때같이 듀란 듀란의 와일드 보이즈. 그러나 ATJ LUCKO 티셔츠가 아니라 빨간 색 후드티를 입고 나타난 크로캅.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큰 코를 자랑하며 등장한 곤자가. 8년 만의 복수전 이후 나이가 들어 크로캅은 만나이 40세(우리 나이로는 74년생이니 42세가 된 셈이죠)가 되었고 곤자가도 만나이 35세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이도 리치도 몸무게도 상대전적도 앞서는 것은 곤자가입니다. 두 베테랑 파이터들의 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2라운드는 초반의 소강상태를 제외하고는 크로캅 팬들이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 정도의 안타까운 경기 내용이 지속되었습니다. 느린 스텝은 곤자가의 느린 타격조차 잘 피하지 못했고, 공격 타이밍은 제대로 잡지 못하는 반면 곤자가의 다리 태클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마운트도 두 번이나 내주고. 힐훅을 노리다가 역으로 힐훅을 당하기도 하고, 로우 블로도 허용하고 2라운드 마지막에는 엘보에 맞아 상처가 나는 등, 안습의 모습이 계속되었습니다. 반면 크로캅은 펀치는 거의 맞추지도 못했고, 하이킥은 오히려 테이크다운의 찬스를 제공했고, 여하튼 1,2라운드 내내 주도권을 한 번도 잡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면 경기가 5라운드 경기라는 게 위안이 아니라, 마치 크로캅에게 가혹한 형벌처럼 느껴졌습니다. 보통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두 라운드를 완전히 내줘도 나중에 3라운드를 다 이기면 되지 할 테지만, 제가 그렇게 느낀 건 1,2라운드만 놓고 보면 크로캅이 이길 구석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이대로라면 한 3-4라운드 쯤에 경기를 중단당하거나, KO가 안 되더라도 이렇게 5라운드 내내 그라운드에서 짓이겨질 게 뻔해 보였습니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건 크로캅이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다음의 방어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고 곤자가가 예전보다 느려진 덕에 그라운드에서 마운트까지 잡고도 생각보다는 활발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여서 정타를 별로 먹이지 못한 것이지만, 그걸 위안으로 삼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3라운드가 시작되고 나서 여전히 곤자가가 밀어붙이며 지리한 공방전이 이어지던 도중에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스탠딩 상황에서 곤자가가 크로캅의 엘보에 맞으면서 휘청거렸고, 비틀거리는 곤자가를 크로캅이 힘겹게 넘어뜨렸습니다. 1, 2라운드에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려는 듯, 곤자가를 그라운드로 깔아버린 크로캅은 파운딩 이후 곤자가에게 엘보 연타를 먹였고, 이후 파운딩이 계속되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3라운드 3분 30초. 크로캅의 TKO승. 크로캅은 복수에 성공했습니다. 격투만화에서 이렇게 스토리 쓰면 작위적이라고 말할 만한 대역전 승리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이 경기가 경기의 질적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그렇게 높은 경기라고 보긴 어렵겠습니다. 크로캅의 노쇠화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곤자가 역시 1차전의 기억 때문인지 타격보다는 테이크다운에 의존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움직임이 느려진 탓에 둘 다 그렇게 좋지 않았으니까요. 경기 스피드도 느리고 타격도 KO 직전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지도 않고. 선수들의 기량도 그렇고. 아마도 케인 벨라스케즈나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의 가장 안 좋은 축에 속하는 경기도 이 경기보다는 질적으로 좋을 겁니다. 그러나. 사람이 경기를 경기력만 가지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경기하는 것 역시 사람이고, 그렇다면 경기력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경기를 보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크로캅의 경기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이전의 경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크로캅의 8년만의 복수 성공. 축하합니다. 그나저나. 김대환 해설위원은 경기 시작 전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로캅이 곤자가를 이기면 만화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등장신에서는 크로캅의 복귀를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UFC를 나가서 K-1 챔피언도 했지만 과연 UFC 복귀가 옳은 선택이 될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등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했는데. 김대환 해설위원의 분석은 전문가로서는 사실 당연한 분석이었습니다. 크로캅이 UFC 밖에 나와서 거뒀던 승리는 냉정하게 말해 UFC의 수준과 비교도 안 되는 선수들에게 거둔 승리고. 실제로 전성기가 지난 이후에는 반응속도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느려지고, 1,2라운드의 모습에서 보듯... 근성은 어떨지 모르지만 UFC 탑 클래스 파이터들과는 여러 의미에서 승부가 안 된다고 보는 게 맞지요. 그런데 눈 앞에 나타난 결과는. 역시 '김대환의 저주'가 객관적 분석보다 강력하다는 것이 재확인되고 말았습니다. 제발 그 저주로 코카인이나 빠는 존 존스 좀 칭찬해 주시면 안될지......;; (뭐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 The xian - P.S. 시간 계산을 잘못한 덕에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는 없었지만, 잠에서 깨서 일어나서 다시보기로 봤는데...... 뉴스로 결과를 보고 경기 다시보기를 봤는데도 믿어지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15/04/12 13:48
한때 효도르와 크로캅의 팬으로서 크로캅의 추락은 안타까웠고 오늘도 1,2라운드때는 한숨쉬면서 역시나 안되나...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이러나면서 말도안되는 역전승을 거두고 정말 흥분을 감출수 없었습니다. 경기내적으로는 훌륭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경기인건 분명합니다. 김대환 해설이 데스노트를 얘기하면서 크로캅이 그동안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싶다고 했다고했는데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도르형도 복수하러 유엡씨 오면안대?
15/04/12 13:54
방금 재방송봤습니다..프라이드 남제를 그렇게 떨리면서 본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코도 뭉개지고 스피드도 많이 느려진 크로캅이 ufc에 복귀해서
8년전 리벤지에 성공하니 정말 기쁘네요. 진정한 파이터 아닌가 싶습니다..본능이겠죠 아직 은퇴를 못하는거는!앞으로도 데스노트에 적힌 사람은 꺽고 은퇴할수 있기를..기다려 미어..
15/04/12 15:04
모처럼의 승리가 뭉클하긴 한데..격투가로서는 장점이 없네요.
럭키한 한방. 승운이 강하게 작용한 듯하고요. 원래도 약점이 많은데다가 노쇠하기까지 하니. 팬으로서 격투는 그만했으면 싶네요.
15/04/12 20:45
저는 크로캅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다지인데
이번 복수전은 찡한게 있더라고요 화끈한 KO로 복수했는데 막 포효하고 이런모습 보여줬으면 더 멋있었을텐데 럭키 이런건 아닌거 같고 크로캅이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거죠 곤자가는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번 잡고도 마무리를 못한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