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02 02:16:21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배구]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창단 첫 우승
8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그리고 창단 20년을 맞아 우승을 하고 싶었던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꿈을 좌절시킨 것은 전통의 라이벌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도. 지난 8년여 간 3위 안에 들면서 봄 배구의 단골손님이었던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창단 2년을 맞은 신생팀.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였습니다.


이미 OK저축은행은 지난 두 번의 경기를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완벽하게 이겨버리면서 기세를 탔습니다. 게다가 열광적인 응원이 함께 하는 홈 구장. 안산에서 치러지는 경기입니다. 젊은 선수들에게 언제 한 번쯤은 위기가 와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을 때였지만 OK저축은행의 기세는 정말로 무서웠습니다. 내리 두 세트를 이보다 더 압도적일 수 없을 만큼 여유롭게 따냈습니다.

3세트. 위기가 잠시 찾아왔습니다. 삼성화재가 오랜만에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며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OK저축은행은 흔들렸습니다. 김세진 감독은 세트 상황이 안 좋아지자 무리한 셧아웃을 노리지 않고 시몬을 비롯한 주전을 빼는 등, 한 세트를 내주더라도 경기를 확실히 잡으려는 작전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4세트. 기세를 되찾은 삼성화재와 체력을 잠시 비축한 OK저축은행 사이에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벌어지고. 24-23에서 삼성화재 레오의 서브. 에이스나 리시브가 불안하면 바로 듀스로 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레오의 서브는 허무하게 네트에 맞으며 OK저축은행의 코트로 넘어가지 못했고, 결국 OK저축은행은 창단 첫 우승과 함께, V리그 출범 이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이외에 누구도 가져가지 못했던 V리그 우승컵의 세 번째 주인이 되었습니다.

OK저축은행은 젊은 선수들이라 큰 경기에 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우승하는 그 순간까지 김치국 마시지 않고 설레발 떨지 않겠다고 했던 김세진 감독의 2경기 후 인터뷰처럼 잠시 흔들려서 내준 3경기의 3세트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요. 경기 중의 조곤조곤한 말투에 비해 우승을 확정지은 후의 인터뷰에서는 약간의 흥분이 묻어나오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세진 감독은 상대 팀 삼성화재에 대해 '우리 팀이 져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을 갖춘 강팀'이라고 말하는 등 겸손한 자세를 잊지 않았습니다. 아. 그리고 김세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위아래'공약에 대해 오늘 우승할 줄 생각 못해서 준비를 못했다고 했는데. 이미 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상 어떻게든 공약을 완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 비록 8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V리그 개막 이래 단 한 번도 준우승보다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기록 역시 존중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용병빨로 배구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적어도 삼성화재에 최적화된 배구를 하고 있고. 그 배구로 국내를 주름잡아 오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위업은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이번 시즌엔 리시브 성공률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기본기에 있어 지속적인 약점을 노출해 온 팀을 챔피언 결정전 직행까지 이끈 것은 단연 삼성화재 선수들과 신치용 감독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팀 창단 20년을 맞이해 우승을 하고 싶다는 소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삼성화재가 여전히 외국인 선수 조련과 조직력에 있어서 국내 최강이라는 것은. 아직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뭐 그래도. 이번 시즌의 승자는 OK저축은행이고. 제자는 스승을 뛰어넘었습니다. 끝으로 어쩔 수 없는 뼈속까지 게임 매니아인지라. 헛소리 하나만 쓰겠습니다.


"세진아. 이게 무슨 일이냐?"
"왕위를 물려받는 중입니다. 스승님."


- The xian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트릴비
15/04/02 02:26
수정 아이콘
대한항공 팬(...)으로써 그동안 현캐와 삼성화재가 아닌 제3의 우승팀이 되기를 항상 기다렸었는데, 솔직히 러캐가 그것도 이렇게 빨리 가져갈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뭐 삼성도 현캐도 아닌 다른 팀이 우승하는 걸 봤다는 것 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즐거운 플레이오프였네요 그래도.
내년에는 꼭..
대경성
15/04/02 02:55
수정 아이콘
김세진이 마지막 레오 서브 전에 작전타임 어차피 써야할꺼 잘 끊었고 그전에 넷터치 비디오판정이 아쉽고 무엇보다 ok저축은행 속공이 너무 빛났습니다. 좋은 경기였어요
다리기
15/04/02 03:50
수정 아이콘
박철우의 부재보다도, 챔프결정전 시리즈 내내 삼성의 리시브가... 의아한 장면이 여러개 나온 게 아쉽더군요.
10경기는 모아야 나올만한 숫자의 흔들리는 캐치가 결승전 3경기만에 다 나오는 기분이었어요.
결국 유광우가 세터싸움에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준 것도 리시브 차이였고, 시리즈는 OK의 송명근이 캐리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시몬이 제 컨디션도 아니고 공격 점유율이나 성공률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인데도 일방적으로 졌다는 건 삼성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겠네요.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챔프 결정전의 분위기와 정반대로 흘러가서 의외긴 했지만 OK저축은행 우승할만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음 시즌이 여러모로 기대됩니다.
위원장
15/04/02 07:15
수정 아이콘
사실 선수구성만 보면 삼성화재는 우승을 할 수 없는 전력이긴 했죠. 한국전력이 올라왔어도 졌을거라고 봅니다. 내년에도 배구 재밌을 것 같네요. 절대강자는 이제 없을 것 같습니다.
지니팅커벨여행
15/04/02 07:52
수정 아이콘
OK의 우승 정말 축하합니다.
배구 팬으로서 제 3의 팀이 우승했다는 것이 참 기뻤습니다.
매번 1,2라운드에 각축을 벌이다 결국 삼성화재가 우승하는 시나리오였고, 그 가운데엔 항상 유광우-용병으로 이어지는 최적화된 공격 루트가 있어 좀 식상하다 싶었거든요.
그걸 못 깨는 다른 팀들도 문제가 많았던 것 같고..

근데 OK 저축은행은 시몬에게 몰빵을 하는듯 하면서도 (삼성화재나 LIG보다는) 덜 하는 느낌이 들었지요.
작년까진 잘 몰랐는데 이민규 세터가 차세대 대표 세터라는 말에도 동의가 가는 시즌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김세진 감독을 보면서 정말 신사답고 깔끔하고 쿨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승하고도 담담하더라고요.
내년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제로 바뀐다고 하니 더욱 치열한 접전이 많이 펼쳐질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년 우승 후보로 OK 저축은행과 함께 서재덕-전광인의 한국전력을 조심스레 밀어봅니다.
The HUSE
15/04/02 08:10
수정 아이콘
삼성화재 리시브 진짜 못한다 못한다 말은 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이럴수가.

김세진감독, 선수때부터 좋아했는데 우승축하합니다.
지포스2
15/04/02 08:29
수정 아이콘
OK저축은행에게 KO당한 KO희진
멀면 벙커링
15/04/02 10:16
수정 아이콘
고희진 그 양반은 팀에 별로 도움도 안되는 도발행위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네요. 요즘은 배구도 정말 못하던데...쓸데없이 도발행위만 하는 거 보면 짜증만 나더라구요. 어제도 시몬이랑 쓸데없는 신경전 벌이던데... 어찌나 보기 싫던지;;;;;;
위원장
15/04/02 08:48
수정 아이콘
이와중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선임. 삼성화재 출신이 감독직 다 뒤덮을 기세.
Neandertal
15/04/02 09:50
수정 아이콘
올해 남배 FA로 풀리는 선수들이 누가 있죠?...
기량만 좀 되면 (사실 현재 삼성 선수들 가운데 레오, 유광우, 이선규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보다 기량 덜 뛰어나기도 쉽진 않을 것 같은데...--;;;) 삼성에서 엄청 지를 것 같은데...팔자 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멀면 벙커링
15/04/02 10:10
수정 아이콘
현캐; 문성민

항공; 신영수,강민웅,김철홍

한전; 주상용

우카; 김광국

ok; 강영준

엘라; 하현용

정확하진 않습니다. 저도 다른 커뮤니티에서 본 거라서;;;
문성민선수는 아마 현캐 남을 거 같고 그렇다면 삼성화재가 노릴 최대카드는 신영수선수, 하현용선수(지태환선수 군대 간답니다 ㅠ.ㅠ) 정도일 거 같은데....이들도 현소속팀에 남으면 FA로 데려올 선수도 거의 없죠;;; (아....한화만큼이나 보호선수 짜기 좋은 시기인데;;;;)
멀면 벙커링
15/04/02 09:58
수정 아이콘
1경기 셧아웃 패 당하는 거 보고 '올해는 정말 우승 못할 거 같다.' 란 생각을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네요.

삼성화재에겐 시즌내내 아니 2~3년 전부터 지적돼 오던 리시브 문제가 완전 대형 폭탄처럼 터진 게 이번 챔결이었죠. 리시브가 똥 같은 수준을 넘어서서 완전 설사급 망리시브였습니다. 거기에 좋은 라이트 공격수이자 리그 정상급의 사이드 블로커인 박사위의 공백이 정말 컸죠. 박사위만 있었어도 OK의 송명근선수 공격을 어느정도 막았을 겁니다. 우승은 장담 못하지만 적어도 이번 챔결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는 없었을 거 같고 좀 더 접전을 벌였을 거 같은데...이부분이 아쉽네요.(박사위~ 그동안 까서 너무너무 미안해요~~ㅠ.ㅠ)
Special one.
15/04/02 11:07
수정 아이콘
박사위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더군요 크크크.
그리고 김세진 감독이 활용하는 작전 타임은 굉장히 흥미롭더군요. 끊어가는 타이밍도 아주 좋고 ,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독려하면서 디테일한 대처까지 막힘없이 차근차근 풀어가고 그것이 코트위에서 맞아떨어져갈때 능력있는 감독의 오라가 확 나오더라고요.
쿼터파운더치즈
15/04/02 11:27
수정 아이콘
직관하고 왔습니다. 정말 짜릿하고 대단한 경기 ㅜㅜ 였어요
3차전같은 경우는 1,2차전때 삼성화재 리시브가 워낙에 불안했던 터라 신치용감독이 수비와 리시브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나왔죠 그래서 그나마 1,2차전과는 다르게 리시브는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보는데, 역시 유광우-레오라는 공식공격루트 외 다른 공격루트가 없었다는 점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몬이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점프할수 없는게 눈에보일정도라 과연 공대공 맞불작전이 가능하려나 했는데 이민규세터의 분배가 정말 일품이더라구요 시몬 송명근 김규민-박원빈센터라인 골고루 볼배분하면서 다양하게 공격루트를 가져갔고 결국 한국배구를 지배하던 용병극한몰빵배구를 분배의 미학으로 무찔러버렸네요
뜨와에므와
15/04/02 12:24
수정 아이콘
OK저축은행은 모기업의 정체성때문에 눈총도 받고 했지만

연고지 밀착 마케팅으로써는 진짜 최고의 모범사례같아요.


삼성은 부정적으로 보면 위기상황인데 좋게 보면 쇼핑찬스죠.

본인들 선수풀이 개판이라 선수 뺏길 걱정없이 FA 막 지를수 있....

뭐 구단의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긴 하지만...
Rorschach
15/04/02 14:47
수정 아이콘
김세진 감독 참 대단합니다. 선수일 때도 최고의 자리에 있었고, 해설자로도 매우 좋은 모습 보여줬었는데 감독으로 우승까지 했네요.
제가 삼성화재 팬이 된 이유의 절반이 김세진 선수 이다보니 (나머지 절반은 신진식...) 해설일때도 감독일때도 응원했는데
삼성화재를 이기고 우승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크크

사실 삼성화재가 우승했으면 하는 마음과 삼성화재 말고 다른팀이 좀 우승하는 모습이 보고싶기도 하고 그런 복잡미묘한 심정이었는데
그 우승이 김세진 감독이라서 다른팀이 우승하는 시나리오 중에서는 저 개인한테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삼성화재는 진짜 걱정이네요. 어째 리시브가 그지경인지;;;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이제 진짜 3년이 다 된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뭐 신치용 감독 믿고 다음시즌도 지켜봐야겠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323 [일반] [배구]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창단 첫 우승 [16] The xian4841 15/04/02 4841 0
57322 [일반] (혐 조심)정말 끔찍한 동물학대가 발생 했네요. [71] 첼시FC9337 15/04/01 9337 0
57321 [일반]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119] jjohny=쿠마11103 15/04/01 11103 7
57320 [일반] [야구] 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56] 향냄새8339 15/04/01 8339 1
57319 [일반] 무상급식과 기회의 균등, 그리고 국가의 의무 [64] 烏鳳6291 15/04/01 6291 3
57317 [일반] 분노의 질주 시리즈 소개하기 [28] Rorschach8311 15/04/01 8311 5
57315 [일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달력이 생겼다. [33] 영혼의공원6234 15/04/01 6234 1
57313 [일반] [재능기부] 운동을 시작하거나 막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 [80] 동네형9422 15/04/01 9422 7
57312 [일반] 신종플루 조심하세요 [21] 캐리건을사랑7161 15/04/01 7161 0
57311 [일반] 착하게 살아야겠네요 :) [92] 인디11163 15/04/01 11163 23
57310 [일반] 심야 택시 타는 이야기 [58] 파란코사슴7198 15/04/01 7198 3
57309 [일반] ㄱ은 어떻게 기역이 되었나? [70] 엘핀키스10401 15/04/01 10401 124
57308 [일반] [야구] 자이언츠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71] 향냄새8437 15/04/01 8437 4
57306 [일반] 이날을기다렸다 [57] 동네형7390 15/04/01 7390 0
57305 [일반] 꽈자 추천 - 말랑카우 [32] 王天君8646 15/04/01 8646 3
57304 [일반] 독일어를 발음해보자!! [53] 표절작곡가6291 15/04/01 6291 3
57302 [일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감상?(근데 이거 꼭 해야돼요?) [10] 향냄새4088 15/04/01 4088 0
57301 [일반]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습니다. 도와주세요 [123] 눈시BBand40131 15/04/01 40131 12
57300 [일반] 무상급식보다 시급한, [24] 삭제됨6272 15/03/31 6272 2
57299 [일반] 하동에 다녀왔습니다 [18] wod3834 15/03/31 3834 3
57298 [일반] 영국 왕실과 노사분규 [2] Dj KOZE4191 15/03/31 4191 2
57297 [일반] 과연 크린넷에 미래는 있을까? [20] 하나12433 15/03/31 12433 6
57296 [일반] 최근 여러가지 IT 소식들 [25] Leeka7079 15/03/31 7079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