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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5 23:19:11
Name 루윈
Subject [일반] 군인에게도 원치 않는 휴가가 있다.
 지난 9월 22일 공군 744기로 입대한 훈련병 루윈입니다.

 필자는 처음으로 전투복 완전 군장(방탄모, 탄띠, 총)을 했을 때 부들부들 떨던 엄청난 저체력자였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전신에 파스를 붙여가며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유격 체조를 마쳤을 쯤, 어머니한테서 인터넷 편지 한 장을 받았습니다. 외할아버지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는 소식이였습니다. 그 날은 엄청나게 피곤한데도 잠이 안 오더군요.
 그렇게 오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정신없이 침상을 정리하고 아침 점호와 뜀걸음(구보)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소대장님이 부르십니다. 

"1중대 3소대 42번 김루윈 훈련병!"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저는 잘못들었기를 바라며 나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저를 부르시더군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호실로 돌아가니 다들 전투복 완전 군장으로 환복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입니다. 왠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

 멍하니 장례식장에서 수십 번의 절을 하고 지금은 집입니다.

'훈련병은 훈련병다워야한다. 6주 동안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아프더라도 버텨내야한다. 수료 이후 꿀같은 2박 3일 특박을 보내야지.'

 이렇게 생각해왔던 저에게 이번 휴가는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남은 훈련 잘 끝낼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우울한 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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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5 23:24
수정 아이콘
힘내시고, 남은 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수료외박때 밝은 모습 보여주세요.
KaydenKross
14/10/15 23:2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빌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14/10/15 23:26
수정 아이콘
너무 부끄럽지만 군생활 당시, 가족 중 누군가 돌아가신다면 휴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네요.
너무 힘든 때였어요. 물론 그런 어린 마음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상 치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군생활 건강하게 마치시길.
표절작곡가
14/10/16 05:3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어서 부끄럽네요..
너무 힘든 때였어요..(2)
피지알중재위원장
14/10/15 23:28
수정 아이콘
저때도 같은 소대 친구가 중간에 비슷한 일을 겪었어서... 감정이입이 더 되네요.
군대에서 자기가 아픈것도 서럽지만 주위 사람이 힘들어하는 거 보는 것도 괴롭죠. 나가서 위로해줄수가 없으니까요.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버텨내시는게 부모님에게 최고의 위로가 될 것 같아요.
14/10/15 23:36
수정 아이콘
정말 원치 않은 휴가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4/10/15 23:39
수정 아이콘
명복을빕니다.
가장 효자가 될수 있는 군인신분이실때, 정말 상심이 크실 부모님께 잘 하세요. 효자 별거 아닙니다
스테비아
14/10/15 23:41
수정 아이콘
저도 군에 있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네요... 할머니도 암 수술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거든요.
뭐 대단한 사유도 아니고, 장거리 선탑자로 배치됐으니 다음날 나가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꼭 제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루윈님 가족들도 많이 힘들텐데 잘 위로해주시고 무사 복귀 & 수료하시기 바랍니다.
피아니시모
14/10/15 23:44
수정 아이콘
제 후임도 비슷한 이유로 그렇게 나갔다온적이 있었는데 안타깝더라고요;; 말로는 위로를 해주지만 위로가 안될거라는 걸 아니깐 더 미안하기도 했고요..(제가 꽤나 아끼던 후임중에 한명이었어서)
군대에서 진짜 괴로운 건 자신이 아픈것도 있지만 가족중에 누군가 아프면 진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참 슬픕니다..;;
힘내시라는 말씀밖엔 더 드릴 수가 없네요...
정어리고래
14/10/16 00:19
수정 아이콘
저도 제1신교대-제2신교대 넘어가는 수료식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뭐같은 중대를 만나서 책임을 서로 미루더라구요.. 1신교대에서는 2신교대 가서 받아라 2신교대에서는 미리 1신교대에서 휴가를 받고왔어야한다....군대에서 참 속상했던 기억이 있네요...
많이 힘드실거 알지만 힘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외조부님도 가장 많이 바라시는 일이셨을거에요
저 신경쓰여요
14/10/16 00:20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잘 이겨내시길 바랄게요.
광개토태왕
14/10/16 00:29
수정 아이콘
어이구..... 일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네요....
저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 저렇게 훈련소에서 훈련 받던 중에 상을 당해서 예기치 못한 휴가를 나가게 되면 유급이 되는건가요?
리비레스
14/10/16 00:57
수정 아이콘
훈련소 시절 생각나네요. 덩치도 좋고 체력도 너무 좋아서 훈련은 전혀 힘들지 않았는 데 같은 분대와 옆 분대에 조폭들과 기타 살인미수 범죄자들이 있어 뭐같았던 기억이...이 놈들은 진짜 안하무인이라 초면부터 반말에 왕따 놀이에 약한 사람들 윽박지르고 성질 건드리고 인격모독하는 데 도가 튼 놈들이었죠. 인성이 나쁜 사람이란 게 뭔지 제대로 알게 된...요새 프로게이머 인성으로 말 많지만 이런 놈들에 비하면 천사라는 생각이...

주제에 어긋난 댓글이지만 옛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 힘든 마음 잘 추스리고 훈련 무사히 마치시길 바랍니다.
천도리
14/10/16 01:23
수정 아이콘
2010년 9월 10일 입대해서 자대배치 받고 주말에 처음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행정반에서 찾더니 나갈 준비하랍니다..
친할머니 돌아가셨다고.. 군복입고 포대장이 부대근처 터미널까지 데려다 줘서 강원도 화천에서 진도에 있는 장례식장까지 간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무튼..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Move Shake Hide
14/10/16 10:26
수정 아이콘
저도 말년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한창 해안지오피에서 심신이 피폐해질때라 아 당신은 돌아가실때도 못난 손자를 도와주십니까 하고 엉엉 울었던 그 휴가가 생각이 나네요.. 힘내세요!!
난나무가될꺼야
14/10/16 11:09
수정 아이콘
에고.. 저도 09년9월말에 입대 후 11월초에
자대간지 3일지났을때 아침에 갑자기 인사계원이
부르더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혀 생각치도 못 했는데 정말 멍하더군요
슬픔은 순식간에 찾아오더라구요

부모님은 저 신경쓰일까봐 이야기 안하려고했는데 사촌형들이 이야기해서 휴가라도 나오게 하라고하여 2박3일 청원휴가 나와서 장례식 지켜보고 복귀했네요 힘내세요 그래도 힘든 훈련받고 적응안되는 삭막한 곳에 있다가 부모님 얼굴보니 힘이 나더라구요
낭만토스
14/10/16 11:52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군인이 원치 않는 휴가가 어디있어!! 이러고 들어왔는데
하....이런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부초밥
14/10/16 13:35
수정 아이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열역학제2법칙
14/10/16 15:19
수정 아이콘
저도 공군 입대 3일만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었는데 3주만에 부모님이 편지를 보내주셨을 때 처음 알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앞으로 군생활 무사히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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