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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02 00:12:29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오큘러스 리프트 - 클라우드펀딩의 맹점
*반말 양해 바랍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01&aid=0006826227
페이스북,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인수…2.5조원



킥스타터 같은 클라우드펀딩은 최근 많은 걸 낳았다. 사람들은 클라우드펀딩으로 영화도 만들었고, 게임도 만들었으며, 3D 프린터를 펀딩하고 장난감 제안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클라우드펀딩은 일반적으로 제안자가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일정 가격의 상품을 예약 판매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게임의 경우엔 일반적인 패키지 하나를 구입하는 가장 싼 케이스로 시작해서, 게임 내 인물의 이름의 자신이 지정하거나 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케이스까지 서로 다른 혜택과 가격을 가진 상품을 판다. 이와 더불어 총 펀딩액이 일정 액수에 다다를 때마다 구매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새로운 특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게임으로 치면 OST를 풀오케스트라로 녹음한다든지 하는 류의.
최근 들어서 킥스타터로 시작한 물건 중 가장 핫했던 것이 오큘러스 리프트인데, 이건 눈을 완전히 가리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고 헤드트래킹을 지원하는 VR이었다. 스물 두살짜리가 제안한 이 프로젝트에 사람들은 수십억을 종잣돈으로 모아주었고, 개발진에는 게이머들이 익히 아는 유명인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종잣돈을 밑천 삼아 회사는 체험판과 개발키트를 만들어 팔았고, 이 판매 대금은 다시 개발비로 투자되었다. 그리하여 규모는 점점 커지고 이 프로젝트는 킥스타터가 낳은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그걸 페북이 2.5조에 샀다.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사람 혼자 상상도 못할 수준의 돈방석에 올랐고, 오큘러스 리프트 내에 페북식의 광고가 끼어들 가능성은 높아만 간다. 뭐 못치는 마인크래프트의 오큘러스 버전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애초에 기대도 안했고.
중요한 건 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종잣돈을 모아주었던 킥스타터 모금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거다.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했을 때, 이러한 종잣돈을 수 명 정도가 모아주었다면 그 사람들은 당연히 이러한 중요 사안에 대해 발언권을 가졌을 것이다. 그건 주주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기타 권리 관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케이스가 되었든지 간에, 아예 발언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건 쉽게 알 수 있다. 그건 지금 사업 규모에 비해 초기 종잣돈의 사이즈가 어떠했는가와 관계 없는 것이다.
킥스타터에서 돈을 모아주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생각한 오큘러스 리프트는 앞에 파란 f 마크가 달려있고, 광고 배너가 붙어있는 물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회사는 이들에게 환불 조치를 해주는 것으로 사태를 얼마든지 종결시킬 수 있다. 킥스타터에서 모인 금액이라도 해봐야 수십 억 규모일 것이고, 이는 인수 비용에 비한다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퍼센테이지로 측량되어야 할 '투자자'들의 권리가 액수로 측정되는 순간 무게감은 급감한다. 이건 마치 여러사람이 함께 정성 들여 씨앗을 땅에 심고 싹이 돋고 이제 곧 열매가 열리려는 어린 나무를, 그 중 한 사람에게만 대금을 물고 홀랑 뽑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클라우드 펀딩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그 약관이나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도 있어보인다. 이러한 식으로 판매자와 소액투자자 사이의 신뢰가 금이 가기 시작한다면 금새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소수에게 거액 대신 다수에게 소액을 '투자'받기 위한 수단이지, 기똥찬 아이디어를 키워다가 팔아먹고 한 사람에게만 부가 흘러들어가게 하는 인생역전의 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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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14/04/02 00:1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얼굴책이 거대한 똥을 퍼 부었네요. 그렇게 하면 누가 킥스타터에 기부를 하겠습니까. 진짜 양아치입니다. 페이스북도 무겁고 느려지고 광고 떡칠에 인터페이스도 점점 구려지더니만 구글글라스처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연구개발에 투자도 안하고 양아치처럼 가장 유력한 인터페이스 기기를 꿀꺽해버렸네요. 돈이면 다 되는줄 아나..
그나저나 2.5조라.. 진짜 후덜덜하네요. 나같아도 초기 비용을 누가 댔든 한번 욕먹고 2.5조에 넘길 거 같습니다.
자유의영혼
14/04/02 00:51
수정 아이콘
보통은 투자를 하게되면 그게 상응하는 지분을 받는 식인데.. 방금 댓글 달고 다시 알아보니 킥스타터는 그냥 기부 형태인 거였네요. 헐. (댓글 수정했습니다.) 기부말고 투자한 사람들은 창업주와 같이 돈방석에 앉았군요.
킥스타터 말고 다른 사이트에서는 기부가 아니라 투자 형태로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그리고 이 사건을 오히려 기회삼는 모양이네요.. 앞으로 이런쪽으로 많이 움직여가겠죠.
톰슨가젤연탄구이
14/04/02 01:04
수정 아이콘
상용 킷이 나오길 오매불망 기대중이었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아오....
14/04/02 01:38
수정 아이콘
여기서 왜 페북이나 오큘러스나 킥스타터가 욕먹는지 이해가 안되는데요?
애초에 투자한 사람들이 지분 없다는 거 알고 투자한거고 그들 중 일부는 오큘러스 프로토타잎을 받았고요.
뭐 오큘러스에 페북 로고 붙인다거나 광고 붙여서 나온다거나 하는건 한참 미래의 일을 지레 짐작하는 것에 불과하고.
2.5조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도 남은거 아닌가요? 그게 왜 양아치인지...
페이스북이 게이밍 디바이스로 오큘러스의 개발을 중지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오히려 앞으로 오큘러스 기기 발전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는게 일반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만약 지분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당연히 저 가격에 인수하는 것을 찬성하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오히려 경영진이 저런 인수 제의를 거부한다면 주주들한테 탈탈 털리는게 정상일 것 같습니다만.

그냥 예전에 마소가 악의 제국으로 인식되듯 페북이 감정적으로 싫다는 것 말고는
분노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네요.
당근매니아
14/04/02 01:59
수정 아이콘
오큘러스 리프트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건 철저히 게이머를 위한 기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게임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사업체도 아닐 뿐더러,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도 없지요. 애초에 주소비층도 서로 겹치지 않구요.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게임용 주변 기기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 올바른 선택지를 고를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요. 페북식 광고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페북은 자고로 수명이 길어야 십년인 SNS 시장을 주 시장으로 삼고 있고, 오큘러스 리프트가 속한 VR 기기는 그 이상을 내다보아야 한다 라고 게이머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페이스북 주주들이 단기 수익을 닦달할 수록 오큘러스 리프트가 산으로 갈 확률은 높아지겠죠. 초기투자금으로 시작해서 개발킷이나 체험판을 판매한 수익으로 운영되던 회사체에서 벗어나, 2.5조를 쏟아부은 사업 중 하나가 되는거니 그만큼의 아웃풋이 나와야 하는 사업분야가 된 거구요.
김연우
14/04/02 08:42
수정 아이콘
철저히 게이머를 위한 기기라서 지지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시험했을때 렌즈를 통해 느껴지는 현실감,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 저렴한 가격 등 여러가지로 현실적인 HMD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에 좋아했습니다. 페이스북에 거액에 인수되었다는걸 들었을때, 다른건 몰라도 그만큼 주목받고 있는 거고, 그만큼 버려져서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가웠지요.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킷을 두개 사고 또 사려고 하고 있는 후배와 이야기를 나눠도 비슷한 시각입니다. 뭐, 존 카멕도 같이 일하는 마당인데다가 컨텐츠로써 엄청나게 중요하고 돈되는 시장인 게임에 대해 홀대할 가능성은 전혀 없구요.

물론 페이스북 인수가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딱히 별 사건도 없는 상황에서 감정만으로 너무 비난하시는거 아닌가, 합니다.
Forgotten_
14/04/02 11:28
수정 아이콘
일단, 클라우드가 아니라 크라우드crowd 펀딩입니다.

저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킥스타터로 자금을 모은 프로젝트는 무조건 큰 회사에 인수할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하며 초기 자금을 모아준 사람들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돈 받은 직후에 방향을 급선회 하는거면 몰라도 킥스타터에 처음 올라온지 2년이 다 되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그걸 영원히 "크라우드"의 의지대로 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거죠.

게다가 페북 인수로 인해 오큘러스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 역시 현재로서는 별 근거가 없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의 우려는 충분히 가능하겠으나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 후에 이야기할 수도 있는거고, 그때가서 페이스북이 게이머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내놓는다면 또 다른 프로젝트가 나오겠죠. 그게 기업 생태계이구요. (사족으로, 저는 페북의 인수액이 과하게 크다고 보기는 합니다.)
azurespace
14/04/02 11:44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오큘러스 리프트는 수많은 VR 기기들 중에서 가장 기대받던 상품인 건 맞지만 아직 우리 게이머에게는 소니가 있습셉습...
포프의대모험
14/04/02 14:13
수정 아이콘
걱정하는 이유는 이런식으로 팔린 아이디어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페북이 겜알못 이미지도 있구
14/04/02 20:19
수정 아이콘
페북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이 조금 실망스러울지언정 그렇게 멍청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언제까지 SNS 하나로 버틸수도 없는거고 나름의 생각이나 비전은 가지고 있겠죠.
인수하나로 모든일을 알수는 없는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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