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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9 03:15:23
Name Swings
Subject [일반] 애완동물과 산다는 것은 정말 괴롭습니다.

오전 12시 30분, 전화통화를 하던 와중에
12시에 주려고 했던 고슴도치 밥이 생각나 리빙박스를 열었습니다.
어느덧 6년입니다.
밥 시간만 되면 리빙박스안에서 뽈뽈뽈 돌아다니던 녀석이
오늘은 밥그릇앞에서 몸을 옆으로 뉘인채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그저 밥시간이 늦어져서 기운이 없나보다하며,

"내가 밥주는 시간을 넘겼더니 애가 밥그릇 앞에서 누워서 반항하나봐 크크크
너무 귀엽다 봉식아 밥 먹자"

같은 소리를 내뱉습니다.

서둘러 밥을 퍼서 밥을 주며 장난스레 녀석의 몸통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습니다.
허나 무언가 반응이 이상합니다.. 그제서야 눈치를 챈 못난 주인은 심각해졌습니다.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습니다.


아무 움직임이 없는 녀석을 조심히 들어 전기장판이 있는 방의 침대위로 옮겼습니다.
옮기는 와중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기 시작합니다. 주인은 평소와 다른 좋지않은 느낌을 받았나봐요.
침대위로 서둘러 옮긴뒤 사료를 하나 집어 녀석의 입근처에 넣어보지만
어제와는 달리 먹지않고 숨만 가쁘게 학학 내쉬며 입을 벌렸다 닫았다를 반복합니다.


물을 조금 손에 묻혀서 물방을 입에 넣어보려 했지만 이내 녀석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평소에는 한번도 하지않던 찡그린 표정과 녀석답지 않은 발작을 하기 시작합니다.

주인의 눈에선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고통을 덜어보고자 쓰다듬어 주려 하지만
어디가 많이 아픈것인지
만지기만해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여요.


2시간여를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다 지켜볼 수가 없어 주인은 컴퓨터 앞으로 도망왔습니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같이 하는 순간임을 알지만
고통스러워 하는걸 보는 건 정말 너무 괴롭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 표정지으면서 새벽내내 아파할것이면
어서빨리 떠날 것이지
그 작은 몸으로 뭐 더 아쉬운게 있다고 계속 버티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새벽은 계속 깨어있을 것 같아요.



친한 친구의 마지막을 같이 지키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면서도
너무나도 슬픈 순간이네요.
그러나 계속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아파하는 표정을 짓는걸 지켜보는 사람 역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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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14/03/09 03:21
수정 아이콘
하....저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전 그게 너무 무서워서 애완동물을 못기릅니다
고양이고 강아지고 엄청 좋아하는데 말이죠.

한 제가 6~70살 정도 먹으면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BlackRaven
14/03/09 04:54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그게 두려워서 동물을 선뜻 못기르겠더군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니...
14/03/09 03:21
수정 아이콘
반려동물 뿐 아니라 어떤 대상이든 영원한,것도 갑작스럽기 까지 한 이별은 괴로운 일 이죠
저도 우리 냥이랑 강아지랑 문득문득 그런생각이 들면 정말 몸서리 치게 싫더군요
힘내시길 바래요
14/03/09 03:22
수정 아이콘
애완동물은 가족이니까요...ㅠㅠ

녀석이 눈오는 이 밤을 버텨내주길 바래봅니다
14/03/09 03:22
수정 아이콘
녀석을 푹신한 수건위에 둔채로

글을 작성완료하고 수정까지 다 한 3시 22분

드디어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 같습니다.

소리내어 끅끅 울면서도 글로 남기고 싶어 마지막까지 작성합니다..
윤가람
14/03/09 03:24
수정 아이콘
아...............................................................................
개 두마리 키우는 입장에서 참............ 씁쓸하면서도 슬프네요
시나브로
14/03/09 03:27
수정 아이콘
고슴도치 수명 검색하니까 나온 지식iN 글

[6년이라니...엄청 잘키우셨나보네요. 6년 키우신 노하우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고슴도치를 잘 키우셨나봐요. 6년이면......]

위로가 얼마나 되겠냐만은 그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4/03/09 03:31
수정 아이콘
정말마지막 순간까지 목격했습니다.
녀석의 눈이 살짝 커지며 손이 살짝 구부리며 온몸을 감싸안으며 털이 바짝세워지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다행히 그순간 그 살짝 구부릴때 제가 잡아줄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혀에 상처까지 이근처에 피가 묻은걸 보니 봉식이가 얼마나 아파했을지 상상이 가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태어나는 순간은 같이하지 못했지만 마지막순간까지 같이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은시각에 리플 달아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마지막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들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크고사나운너굴이
14/03/09 03:40
수정 아이콘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힘내세요!
실버벨
14/03/09 03:47
수정 아이콘
제작년에 저랑 같이 지내는 강아지 녀석이 정말 많이 아파서 한두달간 계속 누워 있었는데 정말 마음 아팠거든요.
그래서 더욱 글쓴분의 마음이 짐작이 되네요. 정말 가족같은 녀석들.. 더군다나 동물이라 아파하는 모습보면 제가 미치죠.
XellOsisM
14/03/09 04:11
수정 아이콘
하아...글만 읽었는데도 울컥합니다. 힘내세요.
해원맥
14/03/09 06:0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도 항상 죽어가던 강아지 눈빛을 생각하면
정말 사람과 뭐가 다른가 생각하게 됩니다.
될대로되라
14/03/09 06:13
수정 아이콘
6년 키우셨음 많이 산거네요. 전 5년째 키우던 녀석 얼마전에 멀리 갔습니다.
작년에 수의사한테 가서 진찰 받은 적 있는데 집에서 키우는 고슴도치는 5년 정도 산다고 하더군요.
유난히 추위 많이 타던 놈이었는데 봄도 못보고 가서리...
14/03/09 08:58
수정 아이콘
상심이 크시겠네요. 저도 언젠가 다가올 순간이 두렵습니다.
아무쪼록 얼른 기운 차리시기 바랍니다.
14/03/09 09:04
수정 아이콘
생명이란 무엇이나 존귀한 것임을 몸소 보여주시는군요.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상심한것 접어두시고, 기운차리시어요.
14/03/09 09:18
수정 아이콘
전 고양이를 2년째 키우고있는데.... 물론 집냥이들은 잘 살면 15년까지 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제 곁을 떠날까봐 무섭네요 ㅠㅠ
사이버 포뮬러
14/03/09 09:33
수정 아이콘
마음이 아프네요..저는 4년 키운 녀석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지 못한 기억이 너무 한으로 남아서 지금 키우는 아이는 꼭 마지막까지 힘께 있어주려고 합니다.이 아이도 처음부터 심장이 안좋았던지라 걱정입니다만...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는군요. 후..
가정맹어호
14/03/09 09:57
수정 아이콘
상심이 크시겠네요.
고양이 키우는데 9살이 넘어서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습니다만
닥쳐오면 가슴이 찢어지겠지요.

요즘 걱정거리는 직접 키우는 녀석은 아니고 집앞에 길고양이 밥을 주는데 근 10일째 얼굴을 못보네요.
잠자리도 제 출퇴근방향이라 밥시간 아니라도 길가다 마주치는경우도 많았었는데 전혀 안보여요.
사료도 하루에 한번 주면 다음날되면 싹 비워져있었는데 일주일째 그대로고
5년동안 밥주면서 이렇게 장기간 못본것도 밥이 안줄어든것도 처음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다른고양이때문에 영역에서 밀린거같지는 않고.... 빨리 얼굴 보여줬으면좋겠어요.
절름발이이리
14/03/09 16:27
수정 아이콘
좋은 주인과 함께여서 행복했을겁니다.
청보랏빛 영혼 s
14/03/09 18:19
수정 아이콘
좋은 주인과 함께여서 행복했을겁니다.(2)
어릴때부터 쭈욱 동물을 키웠던 집이라 지금 마음이 공감가네요. 기운차리시라고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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