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눈팅만 하다가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힘이 되어 주고자 처음으로 글을 써 봅니다.
제 아내는 11년 째 주말에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말이 주말이지...쉬는 날 11년동안 봉사한다는 건.. 처음 몇년은 부부가 주말에 함께할 시간이 없어서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모습이 초라하고...그런 아내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 아내가 11년이란 시간 동안 지친 내색 없이 기꺼운 모습으로 봉사활동을 해 왔는데
요즘 무척 힘든 일을 겪고 있습니다.
일개 국민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답답해 하고 있어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워 글을 올려봅니다.
아래 내용은 아내가 아고라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내용이 다소 길지만 한번 읽어봐 주시고 아내에게 힘이 되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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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재능기부를 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재능기부란 단어가 있지도 않았던 2001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한해 2,0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의 재능기부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성동구에 있는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라는 곳입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이주민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곳입니다.
한 해 1,500여건 이상의 임금체불, 의료, 교육, 법률, 가정상담을 해오고 있고
문화체험과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곳으로 연간 20,000명 이상의 외국인과 내국인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국민의 사회통합과 민간 외교 역할의 노고를 인정받아
행안부장관상, 노동부장관상을 받았고, 국무총리상도 두 차례나 수상한 곳입니다.
대단히 큰 규모의 기관일 것 같죠?
아닙니다.
작은 건물에 5명이 근무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느냐고요?
바로 수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일도 자원봉사자가 없이는 할 수 없는 곳입니다.
6개월 이상의 시간을 약속해야만 봉사를 허락하는 곳이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이고,
이주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본인 스스로가 그 곳에 찾아 온 사람들이 바로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봉사자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주민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이주민과 함께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돕기도 하며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중에 한 사람이고요.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이주민에게 사랑방과 같은 곳입니다.
성동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은 운영 측의 일방적인 진행 형식이 아니라
어떤 의견을 내면 사전에 직원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 시행을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성동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지금까지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온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누구보다 이주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일들을 하기 위해 고민해온 지가 어느새 1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센터의 이런 진심은 지역 주민들께서도 알아주시고 함께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무슨 일이 있을 때면 먼저 찾아오기도 하시고 묵묵히 후원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이는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센터 직원과 수많은 봉사자들이 이주민을 진심으로 대하고
서로를 위하며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주민을 들러리로 세우는 행사가 곳곳에 있어도 성동센터 이용자들과 지역 주민은
적어도 성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믿고 센터가 운영하는 사업에 적극 참여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성동센터의 직원과 봉사자들이 그러한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성동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아시아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와 직원, 봉사자들이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아름다운 곳에 존폐의 위기와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센터에 성동구청에서 공무원을 상주시켜 직영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성동구청은 현재 위탁 중인 법인과의 위탁 계약을 불미스럽게 종료시키고 있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와 설명 없고 향후 센터 운영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직원과 봉사자들이 고재득 구청장에게 면담 신청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성동센터는 성동구청과 서울시청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성동구청이 법인에 위탁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법인 선정은 전적으로 성동 구청에 달려 있는데 2년 전 법인 교체 과정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어 직원과 봉사자들의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또다시 뭔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고 구청에 지속적으로 설명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구청이 직영을 하겠다고 합니다.
민간위탁을 점차 늘리며 민관 거버넌스를 확대해가는 현 추세를 거스르고 공무원이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직영이라는 말도 공식적이지도 계획적이지도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직영이라는 말을 센터 직원이나 봉사자들이 정식으로 전달 받은 것이 아니라
구청 직원인 국장이 센터 직원 개인에게 전달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것조차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2013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무런 사전 계획 없이 구청이 직영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6개월을 먼저 준비하고 일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봉사자는 다음 학기에 활동을 할 것인지 미리 의사를 밝혀야하고 많은 봉사자들은 그에 따라 인생의 계획을 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공무를 수행하는 구청이 이렇게 무계획적인 직영이 웬 말입니까?
과연 공무원이 지금까지의 센터 직원들처럼 힘든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지금의 직원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하게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이주민들에게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가갈까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기관의 사업들이 단발성의 보여주기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고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이 상처받는 일들이 많고 또 그런 것을 오래 보았습니다.
도대체 성동구청은 왜 굳이 직영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저는 두렵습니다.
지금까지 센터가 공들여 이룬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닌 수천 명의 봉사자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성동센터가 지금과 같이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모습으로 남아 많은 이들에게 나눔과 공생을 실천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직원과 봉사자들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직영을 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성동구청의 독단적인 행정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수천 명의 봉사자들은 안중에 없고 센터가 구청의 전유물임을 과시하듯 하는
성동구청의 작금에 태도와 독단적인 행정에 대해 성동구청 고재득 구청장은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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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이 아내와 2000여명의 봉사자가 겪고 있는 슬픔에 대한 내용입니다.
오늘이 저희 결혼 11주년 기념일입니다.
해준 게 없는 남편이 아내에게 자그마한 힘이라도 되어 주고자 새벽에 올리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