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필법에 따라 사실만을 말했던 저번 글과는 달리 사실 7과 허구 3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 그 반대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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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ost mountain~ North Busan~ Baekyang Mountains~ Nakdong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growing like a breeze~ Country Road~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 을 부르며 유유자적 갈 줄 알았건만 난 지금 왜 뛰고 있는 것인가.
숨이 턱에 찬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마음은 눈보다 빠른 법이니까. 뭔가 다른 것 같지만 그걸 신경쓸 시간은 없다!
기차 출발 시각은 13:20, 서울역 지하철에서 내린 시각은 13:08, 12분만에 모든 걸 다 끝내야 한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매표기까지 앞으로 백보! 오십보! 십보!
알람도 되고 인터넷도 되고 MP3도 되고 동영상도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게임도 할 수 있는 신묘한 시계, 간단히 폰을 보니 시각은 13:14, 됐다 이제 표만 뽑으면 된다. 쿨해져라 눈시 쿨해져라 눈시 쿨해져라 눈시, 넌 할 수 있다고.
서울, 그래 그래 여긴 서울역이지. 부산 그래 부산으로 가야지. 시각은 13:20 좋아 좋아 해냈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이대로 부산으로 간다!
... 잠깐만 부산?
실수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구포가 아닌 부산이라니... 나의 이천원은 어디로 ㅠㅠ
+)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서로의 거리는 멀어서 지하철로 50분 (...)
+) ... 사백원 돌려받았습니다.
이렇게 모든 게 시작되었다. 무궁화호 입석의 5시간은 길었다. 바나나는 길고 긴 것은 무궁화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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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역과 맞은편의 구포역. 어디가 기차역이고 어디가 지하철역 같아요? (...)
그렇게 도착한 구포역, 기차역보다 더 화려해 처음 오는 사람은 헷갈리는 걸로 유명해진 지하철역 구포역으로 가서 동래로 이동했다. 거의 정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다섯 분이 와 계셨다. 안타깝게도 1차 장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뭐 먹을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 상관없었다. 문제는 거리가 살짝 있어서 안 온 분들을 한 분씩 데리러 가야 했다는 것이었지만 -_-a
1차 감자탕집, 큰 문제가 생겼으니 TV 앞 자리는 차지했는데 리모콘을 쥘 용자가 없다는 거였다. TV에서는 이종격투기 같은 게 나오고 있었고 손님들은 딱히 관심 없었는데 당당히 리모콘을 달라고 할 이가 없었으니... 롤 보는 이들은 여기까지 와서 폰으로 봤다. (...) PGR에 접속해 불판을 보니 경기 끝날 때쯤엔 10개까지 간 걸 보고 놀랐다. 하지만 롤을 모르니 어쩔 ㅠ
어느 즈음엔가 마침내 리모콘을 받아 채널을 돌렸고...
남자 알바들의 표정이 변했다.
야심차게 들고 갔던 서울 정모 명찰. 지방 정모마다 여기에 도장을 찍으며 8도 걸 다 모으면 신룡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는데 못 찍었다. orz
역시 처음엔
으색한 분위기,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줬다.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니 김해, 창원, (창원된 지 이제 제법 된) 진해, 포항까지 나왔다. 나는 서울에서 왔다는 걸로 제일 멀리서 왔다고 밀었지만 안 먹혔다. OTL 집이야 근처였으니... 하긴 그러지 않으면 올 엄두가 안 났겠지만 -_-;
으색함이 사라지면서 많은 얘기가 나왔다. 롤 결승이었던만큼 롤이 어떤 게임인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지만, 역시 PGR에서 모두가 대동단결할 얘기는 스타 1이다. 주로 나온 얘기는 임요환의 특기가
벙커링인가 하는 것이었다. 드랍쉽으로 알고 있던 분의 멘붕은 참 슬펐다. 안타깝게도 치킨 시켜놓고 오기도 전에 끝난 경기의 기억은 너무도 너무도 오래 갔다.
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PGR에 널리 퍼진 오해를 푸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여자로 착각할 수 없는 외모의 남자요 그 누가 뭐래도 여자가 좋건만 PGR에서는 말도 안 되는 낭설이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낭설을 확인사살급으로 만든 자가 내 눈앞에 나타났고, 나는 분연히 일어나 이걸 따졌다. 어찌 낭설을 퍼뜨려 남의 혼삿길을 막느냐고. 하다못해 여자사람과의 추억을 쓴 글에서조차 그런 말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 epic fail
오히려 내가 서울정모 때 얼마나 기억이 끊겼는지를 재확인하게 됐을 뿐이었다. 1차 후반부터 2차 초반까지가 완전히 끊겼으니 거의 2시간 가량의 기억을 잃은 것이었다. orz 대체 누구의 음모란 말인가...
하지만 오늘은 단단히 준비를 한 상태였다. 비록 전날 밤새고(알바-_-;) 5시간의 입석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1차에서 술이 아닌 잠에 취할 상황이었지만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기 전에 양파즙이랑 홍삼이랑 박카스를 먹은 게 컸을 게다.
여기서 좋은데이를 처음 먹어봤다. 부산에서 가장 잘 팔리는 C1의 아성을 노리는 소주, 예전에도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처음처럼이었다는 걸 방금 확인했다. -_-; 처음처럼이라길래 아니라고 했었는데... 좋은데이는 좋았고(좋데이~), 1차에서 병이 계속 쌓여가는 가운데서도 다들 잘들 마셨다. 무서웠다. (...)
2차는 좀 찾기 어려웠다. 원래 계획은 황신데이답게 둘둘치킨으로 가는 거였지만 다들 배가 불러 있어 다른 길을 택했다. 종업원이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어 역시 부산이구나 했던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아홉명이 들어가기엔 자리들이 너무 꽉 차 있었다. 겨우 소주방을 찾아가니 시간은 이미... 몇 시였더라?
+) 최종 참석 인원 남 8 여 2, 2명이 부족하긴 하지만 아름다운 마린메딕 비율이었습니다. 처음의 뻘쭘함엔 분명 미남미녀 선남선녀분들이어서 범인으로서 차마 말 걸기 어려운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2차에서는 테이블 하나에 모두가 둘러앉아서 소외되는 이 없이 얘기할 수 있었고 그게 정말 좋았다. 테이블을 막 두 개로 나누는 것보단 이게 훨 좋다. 종업원이 무슨 이윤지 몰라도 물은 갖다주는데 컵은 안 갖다주고 안주는 주면서 수저는 주도 안 해서 좀 그랬다.
+) 주도 안 하고 : 주지도 않고
그렇게 술이 또 들어가고 우예됐든간에 안주도 수저도 나오고 서로 얘기는 뭔가 더 많아지고 아 그라이까네... 아 취하네?
+) 우예됐든간에 : 어찌됐건간에, 그라이까네 : 그러니까
일단 2차에서 마이 얘기가 나왔던 게 늦었다고 가랭이가 찢어지도록 달려와가 정모에 참석하셨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후기글을 올맀던 분의 군생활 얘기였다. 남자들 마이 하고 여자들 질색한다는 군대 얘기라 해도 좀 다른 데서 군생활 하시는 거이까네. 얼굴도 완~전 훈남이시고 군인답게 갑빠 탄~탄하고 알래스카에서 훈련하싰는지 반팔로도 하나도 안 추워 하시드라. 역시 소시를 전세계에 퍼뜨리는 용자다운 모습이었다.
2차 하다가 한 분 가고 다른 한 분이 오고, 그런 가운데서 술병은 쌓이고 또 쌓이고 정신은 몽롱해져 갔다. "왜죠?'가 수없이 난무하면서 모두가 웃고 즐겼다. 이쯤되니 뭔 얘기 했었는지 기억이 나도 안 한다. -_-;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니 슬슬 한계가 온 것 같았다. 하지만 내는 오늘은 절~대 안 죽는다 생각하고 온 놈이고 또 서울에서 문(먹은) 만큼 부산에서도 묵겠다는 지역균형음주에 입각한 각오로 온 놈 아이겠나. 문제는 서울에서 을마나 뭇는지 모르는 거지마는. -_-; 술은 계속 들어가고 밤은 계속 깊어지이까네 취해가 어무이 아부지요 오늘 못 들어가겠십니더 으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내 미래의 짝지야 극증마라 내 니 만나기 전엔 몬 죽는다 근데 있긴 하나 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티다가 2차가 끝났다.
나는 분명 멀쩡했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대답은 "딱히?" 였다. (...)a 와(왜) 서울에서보단 멀정했구만
2차 중 찍은 사진. 제가 찍힌 게 있는데 지운건지 다른 분이 찍은건진 몰라도 소실됐더군요. -_-; 아무튼 무보정(보정할 줄 몰라요 ㅠ)에 모두 모자 처리합니다. 모자 맞아요.
걸어가면서 술을 깨고 다음 목적지는 노래방! 미친 듯이 달릴 시간이었다. 막차 노래방은 진리고 이제껏 술을 마신 건 초면에 노래방에서 놀아도 뻘쭘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 근데 너무 마신 것일까. 외톨이에 실패했다. ㅠㅠ
에이 뭐 노래방 놀러오는 거지 노래자랑하러 오는 걸까...라고 하고 있는데 다들 너무 잘 부르셨다. 랩이 나오고 락이 나오고 발라드가 나오고 씡나게 노는데 이게 pgr 정모인지 가수지망생 모임인지... 하지만 그 즐거운 시간도 그리 오래가지 못 했으니 한 2시간 불렀나? 시간이 다 돼 버렸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서로 아쉬움을 다잡으며 집 있는 사람은 집으로, 먼 사람은 pc방으로 향했고, 즐거웠던 정모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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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으면 안되는 이야기
정모 장소를 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조건이 있다면 역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어야 하겠죠. 사람이 모이기 쉽고 놀 데도 많은 곳,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yu64kyu&logNo=150099274066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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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어제 다시 서울 돌아왔다가 한파와 어마어마한 눈을 만났고, 감기에 걸려버렸습니다. ㅠ
이제 좀 살만하니 도서관이나 가봐야겠군요 @_@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