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사람이 엄청 미어터졌다.
행사준비로 좀 일찍출근했는데 이렇게나
사람이 많을 줄이야...
불지옥철을 실감하고 겨우겨우 끼어타서
환승역 충무로까지 지하철에 몸을맡겼다.
사람이 어찌나 많았는지 가방을 들고있으면
그걸 놓아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을정도였다.
물론 난 백팩
하여튼 덕분에 어떤 여자 뒤에 밀착하게됐는데
머리가 아주 길었다. 머리끝이 갈라지지않았고
두피상태도 양호했다. 무엇보다 숱이 많았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턱피부로 볼때 하얀사람이었다.
아..그게중요한게 아니라...
너무 밀착해서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그여자는 손올릴 공간은 남아있었는지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연신 했다.
갤럭시노트라서 너무나도 내용이 잘보였다.
보고싶어서 본건 아닌데 한 번 눈길이 가니깐
눈을 땔 수가 없었고 어느새 카톡 내용에
빠져들었다. 프링글스같은 카톡이었다.
정황상으로볼때 여자는 전날 늦게까지
친구와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면서 어떤 오빠와
카톡을 했다.
어떻게 알게됐냐면
이 여자분이 전날 술을 과하게 드셔서 카톡으로
실수를 한 모양인지 전날 했던 카톡들을 계속
올려가며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기 때문이다.
그 오빠에게 왜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지지않는지
계속 물었고 오빠는 능숙하게 빗겨나갔다.
오빠는 여자분에게 얼른 집에들어가라고 걱정의
카톡을 띄워줬으나 여자분은 데리러 오지도않을거면서..
라며 튕겼다.
아..이 여자가 애인있는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근데 갑자기 이 여자가
다른 친구와 또 카톡을 하기시작했다.
어제밤에 실수한 것 같다는 둥, 이런 저런얘기를하다가
갑자기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겠다는 얘기를 꺼냈다.
헐...놀랐다. 이여자도 애인이있었구나..
그와중에 이번엔 다른 남자사람 친구에게 카톡이왔다.
오늘 언제쯤 만날거냐는 내용이었고
우리의 만남이 너의 친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카톡이 왔다.
어느새 내 앞의 여자는 대단한 여자가 돼있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드라마틱한 카톡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내앞의 여자의 매력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봤다.
어느새 시나리오가 머리에 막 쓰여졌다.
애인이있는 여자...하지만 그 여자는 다른 애인있는
오빠를 좋아한다...그 오빠가 헤어지기를 바라고
지금 있는 남자친구와는 이별을 고하려고 한다.
그리고 멀리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또 한 남자..
그는 속내를 숨기고 친구를 가장한채 그녀의 곁에있지만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려하고, 그녀의 친구를
조금 의식한다.
무미건조한 일뿐인 나에겐 너무나도 환타스틱한 삶이었다.
그런 치열한 남녀관계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선택을 내리고, 아직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모른 채
지하철에 몸을 실은 매력녀...
단편집을 쓰고 싶을 정도였다. 가상의 인물로..
이런저런 생각에 잡혀 있다가
종로 3가쯤 도착을 했는데 그녀가 내릴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그 여자가 빠져나가면서
처음으로 그 많은 머리숱에 감춰진 얼굴을 정확히 보게됐다.
그리고 나의 모든 시나리오의 여주인공엔 그녀의 얼굴이 매칭되었고
이내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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