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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13 20:56:47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네안데르탈 '전축'을 입양하다...
옛날 LP판으로 음악을 듣는 시스템을 정확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희 아버지 세대애서는 분명히 '전축'이었고 저도 이 '전축'이라는 단어가 입에 익습니다. 오늘 '전축' 한 세트를 집에 입양했네요...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전축'은 아무 집에나 있던 그런 물건은 아니었고 그래도 좀 산다는 친구들 집에서나 볼 수 있던 사치품이었는데요 당연히 저희 집에도 이놈은 없었습니다...아바지가 사업을 하셔서 살만했던 친구놈네 집에 이게 있었는데 한 번은 그놈이 LP판을 사러 간다고 하길래 저도 같이 따라나섰던 기억이 납니다...제 기억으로 그놈은 그때 레코드 가게에서 U2의 "조슈아 트리"앨범이랑 "카즈"라는 밴드의 앨범이랑 이것 저것 해서 서너 장의 LP판을 산것 같습니다. 그놈 집으로 와서 U2의 앨범을 듣는데 턴테이블의 바늘이 LP판에 올려질때의 그 지직~하는 특유의 잡음하며 우리 집 낡은 스테레오 라디오와는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울려나오는 음질하며...왜 그렇게 그 친구가 부럽던지...--;

오늘 우리 집으로 입양온 전축은 제 아내랑 좀 인연이 있는 놈입니다...제 아내가 90년에 대학을 진학하려 할 때 원래 성적대로라면 서울 중위권 대학도 노려볼 만 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맏딸이 고향을 떠나서 서울에서 살게 되면 혹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장인 어른의 노파심 때문에 장인 어른께서 고향에 있는 국립대를 가는 조건으로 아내에게 뭐든 원하는 것 하나를 말하면 해주겠다고 했다나요...그래서 제 아내가 요구했던 놈이 바로 이 전축인 것입니다...

아내가 저랑 결혼하고 난 뒤 10년 넘게 장인 어른 댁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놈이었는데 마침 장인 어른 댁이 집수리에 들어가면서 결국 다시 옛 주인(?)의 품으로 돌아고게 된 진정한 "전축계의 탕아"가 바로 오늘 우리 집으로 들어온 녀석 되겠습니다. 그 동안 아내가 모아왔다던 LP판들은 아쉽게도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고 운명이었는지 턴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바람에 화를 면한 산울림의 "그레이티스트 히트 Vol. 3"만이 살아남어서 지금 창완이 형이 저를 위해 나긋나긋 노래를 불러주고 계십니다.

이놈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예전 친구놈 얼굴도 떠오르고 맏딸이 서울가서 혼자 살게되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 처럼 생각했을 장인 어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나름 세게(?) 부른다고 부른게 "전축"이라니 와이프의 새가슴(?)도 새삼 느껴집니다...(그러면 지금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은 도대체 뉴규???)

요즘 다시 LP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 저도 이참에 옛 추억의 밴드들 앨범이나 모아볼까 합니다...
첫 주자로는 a-ha의 두 번째 앨범 Scondrel Days가 제격이겠죠?...
모튼 하켓이 저만을 위해 "Scondrel Days"를 불러줄 그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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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3 21:03
수정 아이콘
오늘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잠깐 들렀는데, LP판을 아직도 파는 걸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저는 91년생이라서 LP판으로 노래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아직도 이런 문화를 향유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도 참 멋진 것 같네요.
abstracteller
12/07/13 21:23
수정 아이콘
어흥 제발 빠지지 마세요 AV 아니아니 아니되오!
Montreoux
12/07/13 22:05
수정 아이콘
기럼 아내분께서 90학번이시란 말쌈입미꽈? (생각보다 연식이 좀 되실듯..^^;)

전축하시니 제 남동생이 생각나네요. 그 색히도 90학번 언저리. 제 유일한? 아픈-.- 손가락.
안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능글능글 재미있는 놈입죠. 일확천금 노리고 언제나 뜬구름 잡는 얘기하고 입만 열면 구라가 줄줄.
사업하다 허구헌날 말아 먹고 지금은 올케가 거의 먹여살리다시피 해요. 저한테 와서 주기적으로 돈 뜯어;;; 가고.
이제는 철 좀 들긴 했습니다. 말썽 피워도 좋으니 오래 오래 제 곁에 머물러 주길 바란답니다=,.=
저즈음엔 인켈이었나 태광오디온가 그런 메이커가 대세였던 기억.
제집엔 아버지께서 사논 전축이 있었어요.
누리끼리한(이 표현이 딱이라서)색의 반딱거리는 호마이카재질이었고 고가제품 아니었고 일제 아니면 국산이었어요.
남동생이 애지중지하며 아직 가지고 있어요. 요즘 그럴싸하게 불러주면 빈티지라고 할까.
중딩때부터 공부는 지독히 안하고 말썽이란 말썽은 무지 피우고 다녔지요.
그때 방구석에 처박혀 있으면서 좀이 쑤시면 주구장창 듣던 음악이 있었어요.
Jackson Brown의 the load out & stay.. 이 노래 아련하고 좋아요...
남동생 화상색히 보구 싶돠....;;;

답글 자꾸 달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Darwin4078
12/07/13 22:48
수정 아이콘
AV에 빠지면 집안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경제가 흔들리고, 나라가 흔들리고..ㅠㅠ
불량품
12/07/14 01:21
수정 아이콘
이쪽으로 관심가지면 참 헉소리가 나더라구요.. 당장 보급형 메이커 이어폰만해도 뜨억 소리가 나서.. ㅠㅠ
버디홀리
12/07/14 07:50
수정 아이콘
3년전에 친구에게 어릴때부터 모았던 LP 약 800여장을 넘기는데 마음이 참 허전하더라구요.
토큰, 회수권 아껴서 산 것들이였는데... ㅠ.ㅠ
저글링아빠
12/07/14 23:14
수정 아이콘
LP재생의 세계로 오신 걸 환영해요^^

네안데르탈 님 혹시 서울 사시고 라이센스 LP들이라도 필요하시면 쪽지 주세요..
글에 대한 보답(?)으로 안 듣고 창고에 보관하는 애들 드릴 수 있습니다.
클래식은 다른 친구가 한 오백장 싹 털어가서 거의 팝 재즈 위주에 가요 좀 있고 클래식 좀 남은 거 있고 그럴텐데..그래도 200장 이상은 되지 싶네요..
GO! TEAM
12/07/15 14:32
수정 아이콘
LP는 정말 묘한 맛이 있더군요. 전 cd세대인지라 그 맛을 전혀모르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레코드판 모으기에 빠져버려서 벌써 한 700장가까이 가지고 있네요
바늘 돌아가는 그걸 보면서 음악불감증?이 싹 사라져 버리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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