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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05 22:38:21
Name NABCDR
Subject [일반] 무책임함에 익숙해지는 저에 대해 반성해봅니다.


'생각 - 목표 - 계획 - 실행' 이라는 여러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무슨 일이 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의 머릿 속 알고리즘 때문에 어떤 단계를 거치다가도 틀어지거나 지쳐버리거나 귀찮아지거나 하면 그냥 손을 놓기가 일수입니다.

가령 오늘 저녁 친구와의 저녁약속 시간이 8시였는데, 깜빡 낮잠을 자다가 7시 30분쯤에 일어나면 고양이 세수를 하고 바로 나가 약속시간을 조금 늦게나마 지키려 하기보다 이미 늦어버린 시간을 체념하고 그냥 아예 통화 한통으로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으니 먼저 놀고 있으라는 말을 전한후 멜론을 틀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인터넷 웹서핑을 조금 하다가 뒤늦게 씻고 옷을 갈아 입고 이제 막 눈 앞에 보이는 버스를 타려고 뛰지도 않고 다음 버스를 15분이나 기다린 후 타고 이미 옮겨진 약속 장소에 늘상 그랬듯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yo bro' 하고 나타나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행한다는 것이죠.

이미 늦어진 약속시간에는 안중에도 없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하지도 않은체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 무책임함에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 간혹 놀라곤 합니다.


머 약속시간에 늦는 일 가지고 그러느냐며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어떤 체념적 대안을 찾는 행위가 제가 살아가는 모든 일에도 적용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체념적 대안을 찾는 행위 때문에 후에 주어지는 무책임감의 대가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크게 손을 놓아버립니다.

대학교 다닐때 학교 실습 출근 시간을 이미 한참 지나서 일어나버린 제가 택한 선택은 계속 잠을 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 대해 택해야 할 것은 당연지사 수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념을 먼저한 후 무관심의 영역에 두었다가 나중에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대안을 꺼내들어 상황을 덮어버리려 하죠.

물론 실습생으로써 무단 결석을 행한 것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에 따라 주어진 결과가 너무나도 참혹했음은 말해 뭐하겠나요.

그럼에도 저에게 던져지는 시선들은 너무나도 놀랍게도 손가락질이거나 무책임한 놈이라거나 라는 것들 보다는 신기하고 특이한 사람 이라는 더 나아가 나를 우러러 보는 시선까지도 느껴졌습니다.
자신들은 그렇게 절대 못한다는 말을 곁들이며 아부나 아첨과도 같은 존경해요 식의 말들까지도 들었던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저는 그런 시선들에 동화되어 제가 행한 무책임한 것들에 대해서는 일절 다시 생각을 하며 죄책감을 갖기보다 고치려고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고도 나아가 자랑스럽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우습게도 전 '독특한' 놈이 되고 싶었고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내가 그런 시선들을 좋아하고 맘에 들어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진 이 생각의 알고리즘과 그에 대한 강화 때문에 고집스럽게도 제 태도가 고착화 되어버린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저 제가 자초한 상황에 수습이라기 보다 다른 대안을 찾아 둘러대기가 바쁜데 아직도 문제인 것은 이런 저의 태도나 저의 생각들이 너무나도 좋기도 하고 쉽게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문제랄까 뒤늦게 찾아오는 여러 책임감들에 눌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들은 사실이지만 어떤 순간 저를 가두고 압박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그 순간 체념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조그마한 생활태도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는 제 인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냥 무책임함에 익숙해진 사회 부적응자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아직 철이 안든 애 같은 어른이거나 혹은 어른이 아니거나.

전 도대체 어떻게 되 먹었길래 이 모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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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2/06/05 22:44
수정 아이콘
달라지지 않는 건 반성이 아닙니다.
JavaBean
12/06/05 22:47
수정 아이콘
주위사람이 독특하다고 우러러보는 것 뒤에는 비웃음이 숨겨져 있습니다.

설령 정말 NABCDR 님을 독특하고 우러러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 상태가 좀 많이 이상할 겁니다.
앉은뱅이 늑대
12/06/05 22:58
수정 아이콘
그게 편하니까 그렇게 하는거죠.
역으로 보면 이미 엎어진 상황을 수습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수습하는 것이 두려우니 '망가져 봐야 얼마나 망가지겠어. 그냥 몸으로 때우고 말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쪽으로 발전해 온 것 같습니다.
결국 수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로 인해 입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질 때에야 고쳐질 터인데 그런 경험 몇번 하고 나면 인생이 참담해지겠죠.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그런 두려움을 직면하는 용기를 내 보시길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두려움은 겪지 않았을 때 가장 극심하지 막상 그 속으로 쓱 들어가면 무시무시하게 두려운 상황은 잘 없죠.
안네의 난
12/06/05 23:07
수정 아이콘
두려움에 대한 말씀 동의합니다.
근데 제 생각에 이 정도의 고통-삶의 방식에 대한 회의-으로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바로 생기긴 힘들 것 같고,
한번 크게 혼나셔서
직면해야할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함보다 훨씬 강한 고통을 받게되면, 그 때 쯤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악의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바, 무책임한 삶에 고통이 따르는 것은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필연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써봤습니다.
사페군
12/06/05 22:59
수정 아이콘
저도 고쳐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힘내세요
청보랏빛 영혼 s
12/06/06 10:32
수정 아이콘
'인지'가 곧 행동을 바꾸는 첫단계가 아닐까요.
이미 '인지' 에 성공하셨으니 다음 단계로 과감히 발을 내딛으세요!

다음에 약속시간에 늦으시거든 일어나자 마자 그 장소로 뛰어가세요.
몇 분 늦었다. 몇시간 늦었다가 왜늦었다 등 도 안 중요한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늦더라도 뛰어와주는 사람, 결과가 안 좋아도 노력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도 중요하죠.
사는데 아무리 완벽히 계획하고 실천해도 어떻게 결과가 매일 좋겠어요.
그럴때 본인의 평판이 어떤지가 일생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좌지우지하게 될지 모릅니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공적인 자리를 가질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이미지가 너무나도 필요해지죠.
'책임감 있는 사람' 너무 평범한 단어같지만 은근히 찾기 힘든 인간상이거든요.
모두가 선호하는 부러워하는 남들과 다른 독특함을 추구하신다고 하면 '책임감 있는 사람' 쪽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요즘에는 이쪽이 더 찾기 힘들어요~
12/06/07 11:28
수정 아이콘
조그마한 생활태도라고 하기에는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그대로 살면 꽤 많은, 중요한 기회를 자신도 모르는 새에 놓치실 텐데..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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