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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4 01:57:42
Name Judas Pain
Subject [일반] 노래에 있어 수단성과 기술합리성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한 음악관계자가 임재범 앨범엔 보컬 기술적으로 완벽한 노래만 있다고 불평한 때가 있었습니다.
기술이란게 혁신을 늘 하는 만큼, 오늘날에 과거 임재범의 노래를 듣는다면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전성기가 한참 지난 2011.5.1 나 가수 무대에서의 임재범은 더이상 우리시대 한국의 기준에 비추어 보컬 테크닉의 완벽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준수하지도, 무난하지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전성기 등의 기준에 비추어도 기술적 퇴보며 음정조차 심하게 못맞추는 형편없는 테크닉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임재범은 라이브의 경우엔 2000년 이후 TV 프로그램을 봐도 음정을 틀리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었으며
한국에서 보컬트레이닝과 트레이너가 정착되기 이전에 락커 생활을 했으므로 학원에서 정규 훈련으로 익힌 기술도 아니었을 테지요.


우리가 어떤 기술에 있어서 완벽한 정교함을 추구하고 또 요구하는 것은, 그 기술을 정교하고 완벽하게 재현 할 수록 어떤 효과-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요구하고 추구하는 것입니다.
A라는 기술이 Z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되었는데 Z라는 목적의 달성을 5%정도만 추구할 수 있다면, A라는 기술 재현을 100%로 완벽하게 추구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일 겁니다.

그러므로 기술은 항상 수단으로서 그 목적에 종속되고 목적의 달성가능성에 따라 후에 고려됩니다.


대중가수-대중보컬리스트의 목적은 대중-청자에게 자신의 노래를 가치있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예능이란 말로 에둘러 넘어가지만 진정성으로 장사하는 '나는 가수다'라는 투기장형 노래 대회에서의 목적은 방청객 평가단들에게 최대한 많은 표를 받는 것입니다.

기술은 후자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요구되며 후자의 목적은 다시 전자에 귀속됩니다.



그리고 임재범은 자신의 목적을 출연가수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달성해 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노래(및 그 감상을) 기술적으로 익히거나 배운 사람들이 기술적인 수단으로서 임재범의 보컬기술의 미숙함을 탓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하면 어째서 현존하는 그리고 표준화된 보컬 기술에서 졸렬함을 보여준 임재범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무리가 없는가?란 물음이 생깁니다.


이 경우엔 크게 세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현존하는 보컬기술이란 수단의 목적 달성율은 충분히 높지 않다.
2)임재범은 존재 자체가 예외다.
3)평가단의 집단 오류 혹은 대중의 음악적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


전 1)을 지지합니다. 한국은 어느 분야든 표준화된 기술에 대한 정교한 테크닉을 중시하는데 이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평가하는 사람이 그 표준화한 테크닉의 달성정도에 비추어 가르치고 또 채점하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레벨에선 중고딩들이 노래방에서 옥타브가 높이 올라가는 순으로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것으로도 나타나지요.


저는 서두에 밝힌 그 관계자의 말을 임재범은 정교한 재현 기술로 한정되어선 안되는 보컬이란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 생각은 물론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재범이 따낸 메치기 한판에 대해서 답을 고민하는 것은 꽤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일견 소모적 논쟁의 양상을 뛴다 하여도 그렇습니다.


  
과거 아마추어 음악가 겸 평론가 비틀범은 (한국에 난다하는 보컬이 많지만) '누가 임재범을 제외하고 최고를 논하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최고의 가수인진 모르지만 우리는 어째서 음악에 대한 한국적 식견을 흔드는 임재범을 빼놓고 그동안 최고를 논해왔을까요?

왕의 귀환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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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쏠
11/05/04 02:35
수정 아이콘
임재범씨의 음악적 수준을 폄하하는것과는 완전히 별개로, 우리는 대중이 음악을 평가 할 때, 때론 음악 그 자체보다는 '스토리' 에 비중을 두기도 한다는것을 지금의 '위대한 탄생' 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임재범씨의 음악은 물론 위대하지만, 어쩌면 지금 들려주는 그의 음악과는 별개인 그의 이야기들, 이를테면, 그가 예전에 얼마나 위대한 가수였는지, 내가 그의 음악을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그가 얼마나 오랜만에 공중파 무대에 나왔는지, 그가 그의 가족과 함께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등이 청중평가단의 눈에 겹쳐 보였기에 임재범씨가 최고로 많은 표를 얻어 낼 수 있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투표결과와 인터넷 반응을 근거로 '현존하는 보컬기술이란 수단의 목적 달성율은 충분히 높지 않다.' 라는 결론을 도출하는것은 다소 성급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물론 보컬기술과 음악으로 인한 감동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감히 '가장 좋아하는 노래' 라고 꼽을 수 있는 패닉 2집의 '불면증' 이란 곡에서, 피처링을 하고있는 '삐삐밴드'의 이윤정씨의 보컬기술은 그야말로 '수준이하'라는 말이 그대로 어울립니다. 하지만 저는 설령 조수미씨가 그 곡을 부르더라도 이윤정씨보다 큰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되어 있는 가수 중 하나라고 하는 김연우씨 역시 제 취향이 아니기도 하구요.
결론을 내 보자면, 일부러 저항이나 일탈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를테면 펑크락 같은- 전위적 장르를 제외한다면, 보컬의 기술적 완성도-발성, 음정, 박자 등-는 해당 음악을 대부분 더 수준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컬의 기술적 완성도가 그 음악의 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기에,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더라도 그저그런 음악이 되기도 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다소 낮더라도 최고의 명곡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Judas Pain
11/05/04 02:38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만, 임재범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으며 국민과 계속 상호작용하는 국민가수 타입이라거나 위탄이나 슈스케처럼 경연을 통해 스토리를 만드는데 대중이 참여하며 긴 시간의 노출을 통해 충분히 인지된 케이스가 아니지요. 우리가 최근에 개발된 독특한 엔터테인먼트인 위탄이나 슈스케의 스토리 효과를 생각할 때 스토리가 만들어지는데 대중이 참여했으며 또 그것이 충분히 인지되어간 긴 시간이 있었단 것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이로보아 임재범은 4분여의 노래로 진검승부를 한 것이고, 다른 이유로 현존하는 보컬 기술 재현력이 대중보컬리스트들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히 높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할 수 있겠지만 위의 반론으론 아니라 생각합니다.
몽키.D.루피
11/05/04 02:39
수정 아이콘
많은 갑을논박이 있지만 논쟁의 핵심은 가수란 무엇인가..입니다. 그 많은 보통 사람들과 나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 심오한 화두를 몇일에 걸쳐 집중 토론하고 있는 거죠.
이 정도의 파급력있는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문화계 인물이 몇이나 있을까요.. 누군가는 책을 써서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어서 누군가는 그림을 그려서 나름 자신만의 화두를 던지지만 임재범은 약 4분간의 목소리로 전국민을 가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적어도 목소리(보컬)에 있어서만큼은 이 시대의 최고의 아이콘이라고 봅니다.
coverdale
11/05/04 02:47
수정 아이콘
저는 2) 임재범은 존재 자체가 예외다. 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먼저 임재범의 보컬 스타일은 한국 (동양인)이 가장 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맑은 공명음이나 비음성 공명음을 기본으로 발성하는 거는 기술적으로 어느정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임재범 같이 쇳소리 (목소리가 쉰듯 하면서도 거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공명을 내고 샤우팅을 하는 게, 동양인 보컬에서는 극히 드물게 보았거든요. 서양쪽에서는 (제 소견으로는) Michael Bolton, Sammy Hager, David Coverdale (제 아이디네요..) 등의 블루지한 락 보컬 스타일의 분들이 많은 데... 우리나라에서는 임재범 외에는 JK 김동욱 정도가.. (박효신이나 기타 소몰이 창법은 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임재범의 보컬 스타일의 독특함이 갖는 매력은 우리나라 음악씬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보컬 기술 및 트레이닝 방법이 완전하지 않다는 1) 번 의견으로 몰아가면, 그 반대의 의미로 수많은 대중 음악가 들이 만들고 다듬어 온 보컬 기술 및 트레이닝이 무의미 하다는 건데 (약간 과장한다면요), 제 생각에는 그건 아니거든요. 보통 표준 정형화된 기술이나 트레이닝 법은 일반 사람이 일반적으로 수준을 올리는 데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그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기술 외의 여러 다양한 요소들도 존재한다는 거고, 그러한 것은 표준화시키기가 애매한 요소가 많다는 거죠.
단적인 예로, 보컬 지망생이 첨 부터 "저는 임재범 스타일로 배워서 시작할거에요." 라고 말하면 저라면 절대 그러면 안돼 라고 하겠습니다. 기본을 익히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된 후에, 스타일을 찾는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독보적인 임재범의 존재감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종서는 나는 가수다 관련 글에 한번도 언급이 안돼네요, 80년대 락 보컬은 누가 뭐래도 임재범, 김종서 쌍두 마차인데요... 아.. 유현상 님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논외로(?) 하겠습니다.)
진리탐구자
11/05/04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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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을 유도하기보다는, 그저 의견의 다양성에 기여하고자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1) 임재범 씨는 <저>에 한해서 자신의 노래를 가치있게 받아들이게 하는, 목적에 실패했습니다.
2) 그 이유는 <저로서는> 임재범 씨의 <수단으로서의 기술>이 기대 이하 - 수준 이하는 아니지만 - 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 견해가 다수 견해라고 생각지는 않으며, 다수 견해라고 하더라도 옳은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적어도 <저 개인의 비합리적인 동기에만 구속을 받는 예외적 의견>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Judas Pain
11/05/04 02:56
수정 아이콘
물론 개개인은 당연히 임재범의 노래를 싫어하거나 평가가 낮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히 비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어떤 사회현상을 논하든 개인은 언제나 예외일 수 있습니다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05/04 03:00
수정 아이콘
음... '표준화된 기술에 대한 정교한 테크닉을 중시하는' 것이 오직 한국만의 성향인가요? 보통 어느 곳에서나, 어느 정도 요구되는 특정한 상한선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전문가가 평가하는 대중예술과, 대중이 평가하는 대중예술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요? 게임만 해도, 대중이 고평가하는 대중적 게임은 전문가들이 고평가하는 게임들과 불일치하는 경우도 상당하니까요. 대중영화 또한 그렇고... 대중의 수준이 낮다기보다는, 전문기술에 대한 나름의 평가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기가 되어 있지 않은 발레라고 할지라도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을 발레로서 평가하면 또 말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보컬기술에 대한 것은... 시대의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이 비록 변화하는 것일지라도 그것에 의거해 평가하는 것이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임재범의 노래가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보컬능력까지 완벽했다면 더 높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죠.

물론, 그런 평가기준과는 별개로, 예술의 목적을 따져, 총체적 평가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조안나 뉴섬 같은 사람도... 스스로도 전혀 보컬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막나가는 수준이지만 그녀의 음악은 그녀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요. 기술적 평가는 총체적 평가 안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술적 평가의 세부를 뭉뚱그릴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부터는 뻘플... 이라고 하기에는 위에 쓴 것도 뻘플이지만 어쨌든 생각나는 게 있더군요.


어떤 게임에 대한 평가가 다음과 같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래픽 50점
흥미도 100점
전략성 100점
지속성 100점

대충 이렇다면...
그래픽이 안 좋은 것은 사실
하지만 나쁜 게임은 아님. 오히려 좋은 게임임.
이 정도의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요.


보컬이 틀리는 것이 신경쓰여서 감상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게임그래픽이 구려서 게임을 못하겠다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딱 맞는 비유는 아니겠습니다마는)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튼 비주얼이 포함된 디지털 게임이니 그래픽을 평가하긴 해야겠죠. 요컨대 총체가 목적을 이루었다고 해서 세부평가가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 뻘플 써봤습닏닫.
진리탐구자
11/05/04 03:05
수정 아이콘
뭐 예시대로의 게임이라면 창세기전2나 대항해시대2 정도가 떠오릅니다 흐흐흐.
진리탐구자
11/05/04 03:25
수정 아이콘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든 견해를 난삽하게나마 적어보자면..

제가 느꼈던 불만은 (저를 비롯한 상당 수의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임재범 씨의 지난 라이브 공연이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너무 불투명하다.>라는 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김광석 씨나 밥 딜런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잘 통용되는 음악에 속합니다. 그들의 <기술>과는 무관하게 말이지요. 목적을 아주 수월히 달성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도 비교적 투명하지요. '왜 내가 김광석이라든가, 밥 딜런에게서 <영혼의 떨림>을 느꼈는가'를 설명하는 과정은 상당히 주관적이기는 하고, 소통 불능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대개의 경우에는 이해를 시키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임재범 씨의 지난 라이브 공연에 대해서는, 이토록 의견의 충돌이 조정이 될 수 없는가. 호오가 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째서 임재범 씨의 라이브에서 <영혼의 떨림>을 얻었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운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깁니다. 이게 조금만 더 투명했어도 쓸데없는 논쟁들이 있을 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1/05/04 03:3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는 그 '다른 영역의 기술'이라는 것이 실제로 아마 있을걸요. 이를테면 김장 담그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음색과는 또 다른 문제겠죠.
근데 한자 문화권에서는 글자 하나 차이가 참 중요합니다. 그쯤되면 '술'을 붙이면 안되요. '예'에 접어드는 것으로 봐야죠.
Psychedelic Moon
11/05/04 03:40
수정 아이콘
수준 높은 토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시민인 한사람으로써 이건 제가 가지는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노래 듣는데 저렇게 고차원적이고 수많은 전문적인 지식을 사용해가면서 들어야하는게 맞는건지 두렵습니다. 두렵다는건 이미 이 제가 이 글을 본이후로 그러한것을 무의식중에는 생각하게 될거고 나도 모르게 그거에 옮가매지는건 아닌지 두렵다는겁니다... 그냥 일만 사람으로써 한마디만 더 하자면 그냥 음악은 '음악'으로만 들으면 안될까요? 너무 전문적인 지식을 꺼내는걸 보면서 그동안 내가 무지하게 음악만 들어왔나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음악듣는데도 저런 고차원적은 생각과 평가를 하면서 들어야 하는건가 일종의 반발심조차 느끼게 됩니다. 그냥 잠잘때 시간날때 어디갈때 편안하게 듣고 감성을 음미하는것이로 끝나는 그냥 사람으로써 지금의 대화가 저한테는 너무 저먼곳의 대화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이질감을 느껴요...
ArcanumToss
11/05/04 03:40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임재범씨는 알지 못했습니다.
노래를 듣고는 '아! 저 노래가 저 사람이 부른 거였구나!!!' 했죠.
나가수에서의 노래를 들을 때 '어? 이상한데? 음이 뭔가 불안해... 삑사리도 나네? 무슨 가수가 저렇지?'하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희한하게도... 그의 목소리에서 '울컥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뭐 이런 거겠죠.
다른 선수는 점프나 스파이럴 같은 것에서 실수를 하나도 안 했는데 3등을 했는데 김연아는 점프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어도 1등을 하는 것을 두고 뭐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임재범씨의 노래가 청중들에게 준 큰 감동이 음정이나 여러 문제점들을 소소한 것으로 만들지 않았나 합니다.
edelweis_s
11/05/04 09:00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노래를 하고 노래를 듣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수많은 명곡들은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냥 "사랑해" 라거나, "니가 떠나 너무 슬퍼" 같은 짤막한 말이나 혹은 미사여구로 치장된 글들 대신에 5분 내외의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느낄까요?

전 음악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악보 볼 줄도 몰랐고 노래 실력도 형편 없는 수준이고 전문적인 감상을 즐겼던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공부할 때면 항상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곤 하면서 어느날 문득 '나 혹은 사람들은 왜 노래를 듣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고 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전하려고 하는 메세지라던가 감정 등을 음악적 요소와 결합시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이게 어울리는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네요;;)를 일으키고 그 의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음악의 목적이자 효과이고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임재범 님의 너를 위해라는 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냐 가사를 눈으로 보는 것과 임재범 님의 노래를 듣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겠죠. 그 차이가 바로 작곡가와 임재범 님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음악적 요소'와의 결합에 의한 감정 전달의 극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적 요소'라 함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겠죠. 사실 전 별로 지식이 없어서 자세하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 것은 리듬감이 될 수도 있고 가수의 음색이 될 수도 있고, 반주와 보컬이 만들어 내는 음들이 동시에 연주되며 나타나는 화성적 결합의 아름다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노래를 굳이 찾아듣는 이유는 세번째 이유입니다. 똑같은 '사랑해'를 전달하는 것이라도 음악에 따라서 어떻게 다른 멜로디로 표현되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해 끊임없는 흥미를 느낍니다.

헌데 이쯤 되면 제가 생각하는 '음악적 요소'라는 것이 과연 단순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쯤으로 판단될 수 있을까요? Judas Pain 님의 표현인 '보컬기술'은 저의 음악관 '음악은 메세지 혹은 감정의 음악적 요소와의 결합'에 있어서 그 결합을 구성하는 두개의 구성품(메세지, 음악성)중 하나이고, 어떤 수단이라기보다는 목적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음 이렇게 써놓고 나니 뭔가 되게 있는 척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진 않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 전문적인 수준으로 음악을 감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그 '음악적 요소'라는 것의 기준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_-;; 그냥 대강 좋으면 아 좋다 이러고 말아요. 임재범 님 나가수 무대도 너무 잘들었구요 소녀시대 2pm 등 사람들한테 까이기 일쑤인 아이돌 노래도 좋다고 잘 듣고 다닙니다 허허. 하지만 저보다 그 기준이 많이 빡세신 분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분들에겐 '음정이 나갔다'라는 부분이 꽤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1/05/04 09:00
수정 아이콘
스포츠는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죠. (평가라기보다는 측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군요)
예술은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죠.
기술은 예술가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뛰어난 테크닉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만 메시지 전달의 핵심요소는 아니죠.
메시지 자체의 임팩트가 클 경우 기술적인 부족함이 있어도 대중은 감동 받을 수 있는 거니까.
단, 기술적인 부족함이 거슬려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11/05/04 10:38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해 보자면..
학교 다닐때 작/편곡 서클 활동을 했던 부작용으로.. 노래를 들으면 분석하는 버릇이 생겨서...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다니는 짓은 안합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근데, 라이브는 무척 좋아합니다. 훌륭한 가수의 무대건, 홍대 클럽이건, 심지어는 동네 노래자랑이나 노래방이든.
그 시간 동안에는, 화성이건, 리듬이건, 음정이건, 연주 기법이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그냥 '느낌' 뿐.

실제로, 라이브 무대에도 몇번 서 본 기억으론...
연주자는 자신이 실수한걸 압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것을 거의 인지하지 못합니다. 대략 10% 정도는 알까요?
그런데, 그걸 녹화해서 나중에 다시 들어보면, 거의 90% 가까이의 사람들이 실수한 부분을 캐치해 냅니다.
임재범씨의 이번 1등을.. 전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라이브'와 TV를 통해서 보는 감동의 차이는,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OvertheTop
11/05/04 12:20
수정 아이콘
기술이나 기교나 음색이나 모든것은 수단일뿐이지요. 노래란것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수단...

축구로 예를 들면 발재간이라던가 송곳같은 패스라던가 변칙적인 플레이라던가, 무회전킥이든 헤딩슛이든 전부가 골을 넣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뿐이지 그것으로 그 선수를 재단하거나 평가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교과서 같은 헤딩슛을 한경기에 100번했고 호날두의 예술같은 무회전 슛을 한경기에 1000번했더라고 무득점이면 그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임재범씨는 그랬네요. 불안한듯한 느낌을 가졌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목적을 가장 훌륭하게 해내었습니다. 정정당당한 방법으로요, 그보다 음정이나 기술등이 더 뛰어난 가수들도 그곳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를 이기진 못했죠.


그러면 증명 된거라 봅니다. 그가 그날 최고의 실력자라는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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