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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2 18:57:52
Name 한듣보
Subject [일반]  꿈에 대한 다섯 개의 이야기.
원래는 아시아나 항공에서 꽁짜로 외국 보내준다고 하는게 있어서 지원하려고 블로그에 쓴 글인데 또 여기저기 보이고 싶어 조금 바꿔서 가져왔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꿈에 대한 이야기 하나.


사실 고등학교 2학년 이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꿈에 대해서, 심지어는 장래 희망조차,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 해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수학을 좋아했고, 약간은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공부도 그렇게 열심히는 안했다. 하고 싶던 것이 없었는데 공부를 열심히 했을 리가 없다. 그냥 남들 다 하는 대로 대충 살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적당한데 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다. 많이.




나는 정말 수학 교육에 뜻이 있었나? 아니면 그냥 다들 나는 무슨 과 간다고 하는데 나는 없는 게 좀 이상해서였을 뿐인가? 지금은 모르겠다.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되려고 했던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학교사가 돼야겠다. 내가 잘 하는 건 수학이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게 단지 수학교사 뿐일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아주 작은 생각의 변화였을 뿐인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닮고 싶은 사람도 생겼고, 20년 후에 어떻게 되어야겠다는 그림도 그리게 되었고 그러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계획도 짜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생각만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아. ‘어머 애가 머리는 좋아서 하기만 하면 잘 할 텐데요. 하지를 않아서 아쉽네요.’ 80%이상의 대한민국 어린이가 듣는다는 이 말의 주인공이기만 했던 내가 반대편 20%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아 그럼 이게 꿈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좁디좁은 강동구, 한영고등학교와 고덕동 성당이 내 세계의 전부였던 나에게 수학교사가 된다는 것은 작지 않은 ‘꿈’ 이었다. 그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지금 힘든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좋은 대학 수학교육과에 가기 위해 공부도 참 열심히 했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렇게 생에 첫 꿈이, 혹은 목표가, 생긴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교사는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랬다. 수학이 좋아서 수학교사를 하고 싶었던 것인데 내 눈앞의 그들을 보면 절대 교사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나까지 저렇게 될 수는 없다. 사람은 환경이 만드는 것일 진데, 잘난 나라고 저들 사이에 섞이면 별 다를 게 있겠어? 저런 환경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수능 75일을 남기고 수능원서 문과 란에 체크를 했고, 그렇게 내 생에 첫 꿈은 꿈이 되어 사라졌다.




꿈에 대한 이야기 둘.



고등학교 다닐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냥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 내가 정말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찾아보고,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한 후 그리고 진학할 학과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도 정말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답은 없더라.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문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수학교사가 되는 것을 포기한 후 과학이라는 싫어하는 과목이 있어서 이과를 피했던 나였기에 진로를 정한다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진로에 대한 생각은 수능 후에 하기로 했다. 굳이 뚜렷한 이유가 필요한가? 공부를 해야 했다. 공부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나는 대학가고 싶어서 라는 이유를 대며 공부를 했다. 이유는 나중에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그리스에 있다는 기회의 동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유럽에 꼭 가봐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시던 어머니 친구 분 때문이었을까? 해외여행이라고는 고작 필리핀5일 이었던 내가 유럽여행을 결심했다. 잘 모르겠고 그냥 가고 싶었다. 어찌하야 유럽에서 시작된 문화가 어찌 전 세계에 다 퍼져있는지 그냥 가서 직접 보고 싶었다. 일정을 짜기 위해 유럽여행 관련 커뮤니티에 있는 글들을 보는데 내가 지겹게 들었던 그 말이 또 있다. 또 유럽을 가는 이유가 중요하단다. 미술, 건축, 역사, 음식, 쇼핑, 축구 등 관심이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일정을 짜야 한단다. 어찌하나 난 이번에도 이유가 없고 그네들이 제시하는 예시들 중에 내가 관심 있는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2010.08.06 ~ 2011.02.06 장장 반년간의 여행 계획을 만들게 된다.




대학을 가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았고, 졸업 할 이유도 생겼다. 꼭 뭐가 하고 싶어서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여행부터 가기로 미리 결정하고 가서 뭘 할지는 지금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서 나온게 "많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서" 이다.

  


글쎄..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도 여행을 결정하기는 충분한 것 같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만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기엔 너무 답답하지 않나? 들리는 이야기만으로는 뭐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누군가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고민하지 말고 일단 떠나보기를 권한다. 백문이불여일견, 일단 가서 보면 전에 했던 그런 고민 따위는 없어지지 않을까?




내 인생 나름 큰 사건이었던 6개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할 일은 오히려 더 많아졌고 “이유”는 더 구체적이 되었다. 넓디넓은 세계, 100년밖에 못 사는 나. 다름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 백문이 불여일견. 가서 내 눈으로 봐야겠다. 얘네는 무슨 생각을 하나 직접 얘기를 해 봐야겠다. 가보지 못했을 때는 막연하던 것이 다녀온 이후에는 선명해졌고,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죽기 전까지 전 세계 모든 곳을 다 가보고 모든 문화를 경험해 봐야겠다. 두 번째 꿈이 생겼다.







꿈에 대한 이야기 셋.



물론 가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도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티비에서나 볼 수 있는 적은 경우이고, 일반적인 경우 세상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이 있는데 가만 보면 하고 싶은 일은 다 돈 쓰는 일이고 해야 되는 일은 다 돈 버는 일 혹은 그에 관련된 일이더라.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여행도 마찬가지. 가려고 보니 돈이 문제더라. 돈이 필요했다. 돈을 얼마나 쓰게 될 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2주 일정으로 시작했던 계획을 1달, 3달, 반년까지 늘이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이 돈 문제. 당시 내게 있던 돈으로 그냥 무난한 여행을 가려면 한두 달이 적당했는데 기왕 가는 거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장기간이 될수록 여행경비는 더 필요한데 경비를 아낄 구석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항상 돈이 문제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 빨래하면서 모든 현금을 다 빨았던 날.



정보의 바다 인터넷. 서점에 비치된 수많은 여행책자. 볼 것은 많은 데 읽을 것은 많지 않았고, 예쁜 것은 많지만 쓸게 없어 보인다. 낭만은 있으나 현실은 없다. 책값은 만원이나 그 책을 따라 하려면 돈 천 만원이 들어갈지 아니면 더 들어갈지 짐작도 가지 않는 내용이 절반, 아무나 살 수 있는 책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 절반. 예전에 보았던 칼럼 하나가 기억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도전을 즐기지 않고, 여행을 기피한다며 비판하는 글에 별 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했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88만원 세대의 평범한 대학생들이 몇 백 만원씩의 돈을 여행에만 지출하며 낭만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지여행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자전거 타고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것 또한 누구나 그냥 할 수 있는 일인가?, 기업에서 스폰서를 받아서 여행을 가는 기회가 진정 누구에게나 열려있나? 여행을 꿈도 꾸기 힘든 이 세상에 한 가지 선택지라도 더 열어주고 싶다. 500만원 이라는 돈 또한 누군 가에게는 너무 큰 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1년을 휴학하고 반년을 일한 후에 반년의 여행을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바로 # 평범한 대학생 500만원 들고 6개월 유럽여행 가는 이야기. 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글 써놓고 못 해내면 어쩌냐고? 그래 그렇게 말 하고 못 할 수도 있지. 남이 나를 어떻게 보게 될 지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지가 더 중요하기에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에게 실망하고 내 실패를 비웃는 사람들이 두렵기보다는, 생각한 것에 변명만 대고 실천하지 못할 내가 두려웠다.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다녀와 대학생의 해외여행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출판해야겠다. 두 번째 꿈에 소제목 한 줄을 더 달았다.




꿈에 대한 이야기 넷.



그동안 생긴 특별한 숫자들.




꿈이 자꾸 도망가서 안 보인다고 했지? 그러니까 이참에 구경이라도 한 번 해보자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알아야 나중에 붙잡을 거 아냐. - 드림하이 6화 강쌤曰



귀국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다. 뭔가 보고 오긴 왔구나. 근데 그건 뭐였을까? 우습게도 드라마 대사 한마디가 내 가슴을 울렸다. 인터넷에서 외국 사진을 보며 막연히 생각했던 “전 세계 100개 국 가보기.” 혹은 “안 가본데 없이 다 가보기” 라는 크기만 해 보였던 꿈이 어떠한 크기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멀리서나마 보고는 온 듯싶다.




2주 같이 여행 다녔던, 2년 여행 다니는 프랑스 부부 직접 인터뷰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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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간 동행했던 마리와 브노아. 2년간 부부가 같이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 이들의 꿈. 그 꿈 나도 꿔야겠다.
이들에 대한 인터뷰 전부는 일단 이쪽 링크에..(http://bananabackpack.egloos.com/1933984)






벨기에-프랑스 국경지역에서의 히치하이킹. 문화권 마다 사람들의 반응도, 그날의 성공률도, 할 수 있는 대화도 다 다르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히치하이킹에 도전해야겠다는 꿈이 생겼다.






그러다 가끔은 발이 묶이기도 했다.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근교 한적한 음식점. 용기내어 말했다. 우리 하루만 자고 간다고.






  시리아 알레포에서의 카우치서핑. 여행자가 현지에서 현지인의 집에 공짜로 숙박을 하며 그들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수단. 그동안 방문만 89번. 어느새 한국 카우치서핑 최다경험자.



꿈같던 반년을 그렇게 보내고 귀국을 하며, 꿈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봤다. 저 프랑스인 부부처럼 나도 결혼하면 신혼여행으로 2년간 세계일주도 하고 싶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해 보고 싶다. 10년에 한번씩 6개월 여행 다시 다니고 싶다.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 모두 다시 방문 해 보고 싶다. 그러다가 정말 맘에 드는 나라 있으면 나중에 은퇴하고 가서 살고도 싶다.





꿈에 대한 이야기 다섯.



몇 년 만에 돌아온 학교. 복학 후 겨우 두 달. 적응도 참 잘한다. 머릿속에서는 벌써 해야 하는 일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먹어 치워갔다. 터키어공부를 하겠다던 내가 토익시험을 봐야 했고, 이번 여름에 바로 나갈 여행계획을 짜고 있던 내가 계절학기 신청 기간을 알아봐야만 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은 맞겠지? 그렇게 학점 관리하고, 영어 성적 잘 받고, 자격증 따고, 대외활동 열심히 해서 이력서 & 자소서 예쁘게 쓰고 취업해야 하잖아.



  꿈과 현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겠다. 이미 한 번이라도 보고 온 꿈. 현실에서 죽어라 노력한다면 언제고 다시 기회가 오겠지. 가느다란 실 같은 줄일지라도 내가 내 손으로 놓지만 않는다면 언제고 내가 충분한 사람이 되었을 때 밧줄타고 달까지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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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라비
11/05/02 19:23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노홍철의 라디오 엔딩멘트가 생각나네요 . 여러분! 하고싶은거 하세요. 저도 하고싶은거 하고 살랍니다.
낭만토스
11/05/02 19:31
수정 아이콘
와 부럽습니다 -_-;;
개인적으로 반도국가에 살아서 그런지(그나마 위에 붙은 곳은 접근 불가능한 지역)
유럽처럼 많은 국가가 국경선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사는 그런 곳을 여행해보고 싶네요.
사람도 문화도 많이 다르겠지요. 정말 부럽습니다.

아직까지 정말 제대로 된 해외여행을 못해봐서(그냥 가서 밥먹고 구경하고 돌아오는 이런 여행같지 않은 여행)
저런 여행이 하고 싶네요.
11/05/02 21:17
수정 아이콘
결국 멋지게 다녀오셨군요. 비슷한 동년배인데 무한하게 부럽습니다. 앞으로 몇년간은 쉼없이 달리겠지만 그 시간 안에 사이에 쉴 수 있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네요^^, 아 그리구 페이스북에 좀 링크 좀 걸게요, 제 자신의 각오를 잊지말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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