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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의 ESA에서 서신을 보낸 것이 기사 제목처럼 '제동 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SA가 E3을 주최하는 등 규모가 큰 단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의 시각에서는 한낱 이익단체의 반대의견 제시 수준일 뿐 정부 차원의 공적인 문제제기라고 보기엔 좀 덜하기 때문이죠. 미국 대사라도 와서 정부 차원의 항의서한을 전달한다면 몰라도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들 소프트웨어 콘텐츠 우습게 보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나리들과 여성가족부 족속들은 'ESA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따위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임을 마약이라고 보는 악의에 사로잡힌 금배지 나리들이 셧다운제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핏대 올리는 것만 봐도 알 만한 일이죠.


하지만 미국의 공식적 제동 가능성과는 별개로 미국의 ESA에서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냈다는 것은 시사할 만한 일입니다. 뭐 공의의 목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기보다,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라는 단체명에서 말해주듯 자기들의 이익과 관련된 측면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겠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이유 속에는 여성부의 셧다운제에 대해 누구라도 개진할 수 있는 수준의 객관적인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셧다운제는 그들이 게임중독 운운하며 비난하는 온라인 게임만 금지시키는 법안이 아니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개념을 잡은 탓에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모든 게임'에 대해 제한을 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대상도 '웹상에서 사업을 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광범위하게 잡아 놓았지요. 저는 만에 하나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그 법안이 당장 위헌으로 규정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ESA의 문제 제기는 셧다운제가 국민과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여성가족부가 전문성도 무엇도 없이 게임 콘텐츠에 대한 무지와 악의에 사로잡혀 국민의 기본권을 악법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는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고,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콘텐츠 주무부서로서 마땅히 내야 할 이런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무능하다는 것도 알게 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미국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두고 봐야겠지요.

셧다운제와 관련된 마각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여성가족부가 쓰고 있는 '청소년 보호'라는 위선의 가면은 이제 그저 '같지도 않게' 보입니다. 직접적으로 게임 과몰입 현상이 이슈가 되었던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만 셧다운제가 발효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손에 쥐고 자신들의 정책에 필요한 청소년육성기금 재원을 마련하려 하는 용역과제를 발주한 사실도 이미 언론에 보도되어 있지요. 이쯤 되면 여성부가 청소년 보호라든지 하는 공의의 목적으로 셧다운제를 주장한다고 하기도 뭣합니다.

개인적으로 내정간섭은 싫어하지만 이런 썩은 부류들은 내정간섭을 해서라도 도려내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정도군요.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