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즐거운 한가위 보내고 계신지요. 아이디 변경 후 처음 올리는 예능이야기 입니다. 요즘 PGR엔 파이어폭스가 접속이 안되어 자주 들어오지는 못했습니다. 덕분에 PGR 중독을 벗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하늘이시여..)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 무한도전 레슬링편. 저 역시 무한도전의 광적인 팬이기 때문에 시청을 했고, 또 많은것을 느꼈습니다. WM7이 10부작으로 진행되는 동안, 9회와 10회에 본격적인 경기가 치뤄졌고, 특히 9회(1,2경기)가 끝났을때는 인터넷에 엄청난 반응이 있었는데요. 당시엔 10부가 끝나고 글을 써야지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PGR유저분들께서 무한도전 WM7에 대한 지적과 의견을 보여주셔서, 방송이 끝나고 많은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조용해지면 글을 쓰자. 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마 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은 무한도전을 좋게 바라보는 사람의 글이겠지만, 예전에 제가 무한도전에 대해 썼던 코멘트처럼 일방적인 호의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한도전 WM7의 득과 실에 대해서 써볼까 하는데요. 이 글로 인해 많은 생각나눔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참고로 WM7 레슬링특집이 어떻게 시작하였고, 경기는 어떻게 치뤄졌으며, 마지막엔 어떻게 끝났는지 다들 알고 계실테니 최대한 그러한 부분은 배제하고 쓰도록 할게요.
#1. 무한도전에서 무한의 의미는?
무한도전. 프로그램 타이틀에 나오는 무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 시절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는 황소와 줄다리기, 자동차 세차장에서 세차기계와 시합하기, 유람선 vs 인간 오리배처럼
좀 말이 안되고 저걸 왜 할까? 하면서 쓸데없는 시합을 하는것이 무한도전에서 무모한, 그리고 무리한 의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콘티는 유재석이 출연했던 KBS '천하무적 외인구단', SBS '유재석과 감개무량'과 일맥상통 합니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연탄나르기편. 당시 게스트로는 차승원이 나왔다.
무한도전과 같은 도전이지만 MBC의 '대단한 도전'은 약간 방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대단한 도전은 흔히말하는 특정 종목의 고수를 게스트로 섭외한 후, 그에게 직접 배워보고 작은 미션을 해결하려는 출연자들의 행동으로 프로그램이 흘러갑니다. 반면 무한도전은 생활체육회임원 한분께서 심판 역할을 하시고, 평범한 발상으로는 하기 힘든 미션들을 깨려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흐르죠. 개인적으로는 목욕탕에서 자연배수 vs 인간배수가 기억에 남네요.
#2. 시간은 흐르고, 무한도전은 어느새 시즌3. 도전의 방향도 달라지는데..
시간이 흐르고, 초반의 개그에 포커스를 맞춘 도전보단 우리 실생활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많은 분야에 도전하려는 모습으로 변화를 꾀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도전다운 도전이라고 할만했던 첫 방영분은
무한 도전! 수퍼모델 특집 입니다. 당시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에 서는 멤버들의 도전기를 다뤘는데요. 전 이때부터 무한도전의 도전이 다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많은 분들께서 생각하시는 눈물나고 감동적인 그리고 예능인들이 하기 힘든 도전들이 이어집니다. 드라마도 찍어보고, 스포츠댄스, 디자이너, 에어로빅, 봅슬레더, 요리사, 레슬링 그리고 진행중인 아이돌 가수까지.. 많은 종류의 도전들을 하고 있지요.
#3. 무한도전 프로레슬링에 도전하다.
무한도전 팀은 프로레슬링에 도전합니다. 어렸을때 한번쯤 동경했으며 따라했을 프로레슬러가 되어보는거죠. 도전이라는 컨셉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생소하며 힘든 종목입니다. 멤버들은 연습을 하고 힘들어 하면서 근 1년동안 꾸준히 기술 하나하나에 도전을 합니다. 그 과정과 결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들 보셨을겁니다. 다 알고 계신거 쓰면 귀찮으실것 같으니 생략하도록 할게요.
유료관중을 받아들이고 매진이 되었으나, 초반에 우려하던 그런 결과는 일어나지 않은듯 싶습니다. 일단 갔다오셨다는 분들께서 기대치를 WWE 프로레슬러 만큼 높이지 않으셨고, 말 그대로 즐기러 가셨는데, 그 목적은 달성한듯 싶으니 말이죠. 그리고 경기를 보니 멤버들이 보여주는 경기력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할 만큼 보여준 것 같습니다.
#4. Back Stage
프로레슬링엔 백스테이지라는게 존재합니다. 백스테이지를 벗어나는 순간 레슬러는 쓰레기같은 인간이 되거나, 악인을 도와주는 천사가 되거나, 주먹 하나로 사람 하나 실신시킬 수 있는 괴물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한바탕 혈투를 벌이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왔을땐 평범한 인간이 되어있죠. (물론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카메라를 타고 실제인것처럼 각본의 일부가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백스테이지를 나서는 정형돈, 정준하
링에 나서는 악역 집샌 물샌, 장모 거세게 반데라스
WM7 9회는 이러한 레슬링의 특징을 예능인의 비애에 맞춰서 편집을 해서 방영을 했습니다. 마침 싸이의 연예인 이라는 노래에 맞춰서 말이죠. 보면서 김태호라는 사람은 참 대단하구나.. 라고 느꼈는데요. 사실 이건 좀 잔인하다 라고 느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링에서 경기를 하려면 수많은 훈련과 반복적인 훈련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도 그러한 것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따져도 그들은 레슬링에 관해선 프로가 아닙니다. 물론, 힘들고 슬프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군중들의 앞에선 광대가 되어 힘껏 세상에 맞서 싸우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편집이었겠지만, 뭐랄까요.. 지금까지 도전을 보며 느낀 카타르시스와는 사뭇 달랐던게 사실입니다.
레슬링 동호회원분들이 지금 이 글을 보시면 화를 내실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럼 우리는 레슬링도 하면 안된다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 그냥 멤버들이 안타까워서 쓴 글입니다.
#5. 무한도전 =/= 무모한도전
강요된 행위에서 자유란 존재하지 않을겁니다. 인터뷰에서 김태호 PD는 말리려고 했으나 멤버들의 각오를 보고 말릴수가 없었다 라고 느꼈다고 했지요. 그걸 넘어서도 막아야 하는게 PD의 책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그 일을 제시한건 제작진 측이니까요.
어쨌든 프로젝트는 강행되었고, 하늘이 도운건지 큰 사고 없이 WM7 프로젝트는 막을 내립니다. 시청률도 좋았고, 호평도 상당했습니다. 대중의 반응도 상당했죠.(이 타이밍에 저쪼아래닷컴 성지순례 합시다. PGR입니다.!! 흐흐)
혹자는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이기 때문에 이러한 레슬링 도전이 잘못된것이 아님을 피력합니다. 허나, #1에 썼지만,
무한도전 시즌1 무모한 도전에서 말하는 무모함은 안전까지 갖다버리고 무모하라 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도전의 가치를 무시하는것은 아닙니다. 도전은 아름다웠으나 그들의 도전은 무모했고 무리했고 안타까웠으며 안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도전은 아름답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해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여러분들은 그런 마음이 드셨나요?
#6. 더이상 '무한'도전이 아니게 된 무한도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번 WM7 프로젝트의 가장 큰 '실' 부분입니다.
더이상 무한도전은 infinity challange 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김태호PD 역시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혔죠. 몸으로 하는 도전은 당분간 시도하지 않겠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가 이정도 규모를 계획하고 한것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지금까지 도전 프로젝트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크게 마무리가 된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렸던 것도 사실이고요. 멤버들 역시 엄청 힘들어했죠. 봅슬레이 도전만 해도 2박 3일의 짧은 강행군, 그리고 파일럿은 국가대표 선수 였으나, 이번 도전은 실질적으로 무한도전 멤버들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매듭을 지었던 대단한 도전입니다. 거기에 프로레슬링 이라는 그 자체가 육체적인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더이상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건 무한도전 생명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가 될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멤버들 나이도 생각해서 이런 도전은 안했으면 좋겠네요.
#7. 그러나 그들은 아름답다.
무한도전에는 '무한'만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도전' 도 존재합니다. 도전은 결과물이 어떻냐 보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장충체육관 특설링에서 레슬링 기술을 쓰는 '저쪼아래'나 '장모 거세게 반데라스'를 보고 환호한게 아닙니다. 인간 유재석이나 정준하를 보고 그들의 도전에 수반되었던 고통과 아픔과 눈물을 알기에, 그것에 환호했던 것이겠죠. 그 과정이 어떠하였건 도전에 대한 가치는 떨어뜨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8. 무한도전이 현재 대한민국 예능의 끝이다.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예능의 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스타일의 한계는 어디인지 사람들은 끝까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이번 WM7이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쫄쫄이에 빨간반바지 입고 뜀박질 하던 그들이, 지금 대한민국 문화의 한 축을 맡고 있지요.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무심코 쓴 자막에 뜻이 있다고 믿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현 시점에 떼어놓을 수 없는 문화의 축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끝난 후, 대한민국 각종 연예보도기사들은 포커스를 WM7에 맞췄을지도 모릅니다.
#9. 다시 한번 무한도전의 팬덤의 위력을 알게 해주었던 WM7
PGR의 운영자이신 Toby님께서 저쪼아래닷컴을 만든 이후, 각종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무한도전 팬페이지를 총괄하는 사이트까지 만들어질정도로 무한도전의 팬덤은 대단합니다. WM7 장충체육관 티켓판매가 이루어질 당시, 무한도전 방영분에서 멤버들은 하찮은 기술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으나 40초만에 4000석이 매진됩니다. 이것이 무한도전의 팬덤입니다.
방송이 끝나고 또 다시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뭔지 모를 씁쓸한 감동'을 받은 후 인터넷에 접속했을땐, 생각했던 것 보다 가학성 논란에 대한 호의적인 글들이 많더군요. 저번에 무한도전 관련 글에 댓글로 남겼지만, 아마 같은 프로그램이 SBS '스타킹' 에 나왔다고 생각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폐지논란에 휘말렸을겁니다. 시청률때문에 사람을 죽이는구나, 너무한거 아니냐 라는 의견이 아마 대세였겠죠.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봤었습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동안 한 일에 대한 유산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꾸준한 흐름을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왔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부분이 무한도전에 아킬레스건일 수 있지요. 한번 흐름을 놓치면 재미가 반감되니까요. 반면 스타킹은, 순간 임팩트가 강한 콘티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같은 '임팩트 높은 컨셉'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도, 평소 무한도전을 알던 사람들은 선정성 보단 도전에 초점을 맞췄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그만큼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 대한 호평이 높지 않았나 생각하며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결론이 맞나요? 흐흐
#10. 글을 마무리하며
예능이야기 오랜만에 쓰다보니 #10까지 오게 되었네요. 사실 컴퓨터로 글을 기록할땐 미리 A4나 종이에 큰 틀을 짜놓고 쓰는게 바람직한데, 예능이야기를 쓸때는 사실 주절주절 글을 쓰게 됩니다. #1을 쓸때 #10까지 올 생각은 안하고 쓰다보니, 이만큼 길어지게 되었네요.
다 식은 불판 다시 뜨겁게 달구는 악영향은 없을까 해서, 글을 쓰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WM7 9화가 끝나고 레슬링 특집으로 예능이야기를 쓰겠다고 남겼던 댓글이 생각나 뒤늦게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무한도전 WM7 특집은 저에게 '뭔지 모를 씁쓸한 감동' 이었습니다. 눈물을 맺히게는 만들었지만, 시원한 눈물은 아니었으며, 멤버들이 대단하다라고 느꼈지만 내가 저렇게 하기는 싫다 라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제가 겁쟁이라서 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좋은 한가위 보내시고, 재충전의 시간이 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댓글로 많은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예능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