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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18 02:38
단순 추억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역시 약간 다르군요. '당신'의 등장이 그렇게 느껴지게 합니다.
추억.. 제가 참 좋아하는 단어지요. 본문과는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그냥 일반적인 '추억'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자면, 위에 첫 댓글 달아주신 seotaiji님의 닉네임만 보아도 무수히 많은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하나. 저는 동네에서 가장 어린 아이였습니다. 국민학교에 막 입학해서 막내 생활이란 걸 시작했지요. 동네 형들은 6학년부터 3학년까지 정말 다양했지만 저는 막내라서 늘 따라다니며 배우는 입장이었죠. 응? 그런데 이게 서태지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형들을 따라 제법 먼 곳으로 이사간 어떤 형의 집에 놀러가는 길이었죠. 그 때 저희가 불렀던 노래가 서태지와아이들의 '우리들만의 추억'입니다. 이게 왜 아직도 기억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늘 이 노래를 들을 때는 그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르곤 합니다. 드래곤볼 그림을 기가 막히게 똑같이 그리던 형, 반장을 밥먹듯 하던 형,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주먹과 달리기 부문에서 우월함을 과시하던 형 등.. 아~ 그립네요. 둘.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가요 테이프가 바로 서태지와아이들 4집입니다. 그 날은 주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부모님이 저와 동생을 데리고 서울에 있는 초대형문고인 교보문고(지하였는데, 아마 맞겠죠? 그 날 지상에서는 닭장차들로 가득했어요. 대모중이었던 듯; 길거리에서 저녁 먹고 있던 전경들이 생각나요.)로 데려갔었죠. 물론 그 곳을 구경함과 동시에 책을 사려고 갔었지만 저의 미칠듯한 억지로 결국 서태지와아이들 4집도 장바구니에 담고 말았지요. 그렇게 그 테이프는 저와 함께 몇 년을 붙어 살았는지 모릅니다. 몹시 어렸던 동생 녀석이 뭣도 모르고 녹음 버튼을 눌러서 테이프 중간 중간에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들어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아버지의 호통까지 녹음되어 있는 나의 소중한 테이프.. 비록 낡고 늘어나서 버린지도 꽤 오래 되었지만 그 추억들은 결코 잊을 수 없겠지요. 셋. 중학교 2학년 때였을 겁니다. 어느 날 국사 선생님께서 수업이 끝날 때쯤에 숙제를 하나 내주시더군요. '다음 수업 전까지 인터넷에 들어가서 '서태지와아이들'의 '발해를꿈꾸며'라는 노래 한 번씩 듣고 올 수 있도록!'. 당시 저는 서태지를 좋아하면서도 그 노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들어는 봤지만 거의 모르는 수준이었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국사 선생님의 이 말 한 마디에 이 곡은 제게 최고의 곡으로 급부상해버렸습니다. '울트라맨이야'와 '인터넷전쟁', '대경성'에 미쳐있던 때에 '발해를꿈꾸며'라는 옛(?)곡을 역사적 인식과 함께 새롭게 듣게 된 건 정말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국사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몸 건강히 교단 잘 지키고 계시겠지요? 아.. 사실 관련된 추억들은 끝도 없지만, 지나치게 길게 나열하면 곤란하리라 생각하고 이쯤에서 그만 적겠습니다. 댓글 적기 위해서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황홀하기만 합니다.. 끝으로 '추억'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제게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글은 약간 '시'의 느낌이 강한데, 제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니, 잘 감상했어요.^^
10/09/18 08:19
"당신"에 대한 기억을 미화시켜 추억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적잖게 공감되는 글이네요..^^" 추억은 시간이 남겨준 것은 맞지만 선물인지는 잘... 아, 하긴 선물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니 일리있는 말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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