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한 사내가 내립니다. 그 사내는 TV에서 보던 연예인은 아닙니다. 그냥 길거리 지나가다가 만나볼 수 있는 일반인 입니다. 사내는 스튜디오의 가운데를 질러 MC들의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사내 앞에는 30명의 여성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의 앞에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룰은 단순합니다.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은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위치를 누릅니다. 3단계까지 가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여성들은 입장이 바뀌어 남자에게 선택을 당합니다. 마지막 남은 여성과 사내가 커플이 되어 스튜디오를 떠납니다.
#1. 데이트쇼
대한민국 최고의 익스트림 데이트쇼를 표방한 tvN의 러브 스위치
러브스위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익스트림 데이트쇼' 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데이트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데이트라는 컨텐츠를 이용해서 방송을 풀어 나감을 뜻합니다.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이트 쇼프로는 'MBC TV의 사랑의 스튜디오' 입니다. 당시 마지막 커플결정을 일컫던 '사랑의 작대기'는 지금도 가끔씩 쓰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옵니다. 그로부터 십년하고도 더한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다만 사이사이 일반인이 연예인이 되었다가, 다시 일반인으로 바뀌었을 뿐이지요. 비슷한 개념으로는 MBC TV의 천생연분, SBS TV의 연애편지 등이 있을 것이고, 최근에는 MBC TV의 우리결혼했어요, m.net의 SCANDAL 등이 있겠네요. 그리고 이번 글에서 다루게 될 tvN의 러브스위치가 있습니다.
#2. 대세는 리얼
과거 천생연분 - 연애편지로 이어져 오던 '연예인 커플 맺어주기 프로그램'이 대세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강호동이라는 특급 MC를 지금 자리까지 오르게 한 프로그램 이기도 하지요. 이 프로그램들은 남자 연예인들과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하루동안 촬영을 함께하며 커플을 맺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TV로 시청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빠 혹은 엄마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었죠.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위대해서, 자격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도 사랑을 하고, 하찮은 미물들도 다 짝이 있습니다. (에휴.. 개들도 새끼를 낳고 사는데.. feat. 지상렬 in 1박 2일)
덕분에 이런 프로그램은 다른프로그램보다 시청자들이 시청하는 장벽이 낮습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 있겠네요. 워낙 컨텐츠가 좋다 보니 그 컨텐츠를 조합하는 구성만 잘 이루어진다면, 시청률은 보장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게다가 잘생긴 연예인들이 나오니 금상첨화였죠. 하지만, 연예인들이 나와서 사랑놀음을 하다보니 금새 적응이 된 시청자들은 좀 더 자극적이고 리얼함을 원했습니다. 만난지 하루도 안된 출연진들에게 사랑합니까? 눈빛교환! 을 강요하는 MC는 금새 억지진행하는 비호감 MC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래서 최근 프로그램은 그때보다 더 리얼함을 추구합니다. 우리결혼했어요 라는 프로그램도, 그러한 행동을 보여줍니다. 하는 짓은 데이트이지만, '결혼' 이라는 컨셉을 가져온 것도 그 행동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자주 등장하는 시댁식구와 친해지기 컨셉도 그러한 일환일겁니다. m.net의 SCANDAL은 반반 섞어놨습니다. 연예인 1명과 일반인 1명이 서로 1주일의 데이트 기간을 갖습니다. 그 후 만남을 지속할것인지 아닐지를 결정합니다. 러브스위치는 이런 프로그램들 보다 더 리얼하고 더 자극적입니다. 연예인은 없습니다. Only 일반인 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 주변에 있는 일반인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방송국 아나운서, 연봉 6억 FP, 미스코리아, 저널 기자 등등 연예인만 아닐뿐이지, 더 화려한 직종의 보유자들이 나오지요. 어쨌든 진짜 사귈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연예인들끼리 나와서 사랑놀음 하는 것 보단, 확실히 리얼입니다.
30인의 여성이 등장하는 모습. 아래로 여성들의 이름과 직업이 보인다.
연봉 6억의 FP가 러브스위치에 나와 화제가 되었었다.
#3. 예능에서 리얼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러브 스위치도 마찬가지.
'국내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 도전. 한때 무한도전의 슬로건 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죠.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무한도전 아류 프로그램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굳이 이러한 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저 말을 무한도전 멤버들이 하던게 몇년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리얼 버라이어티에 너무나도 어색해 하던 우리나라 사람들 입니다. 사실 무한도전이 그것을 도입하기 전, 해외에서는 이러한 움직임들이 이미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러브스위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tvN에서 방영되기 전 10개국에서 같은 포맷(Take me out)으로 방송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tvN 러브스위치 홈페이지에 표절이라고 비아냥 대는 글들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사실 합법적으로 가져온 거니까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중국의 러브 스위치 격인 페이청우라오
#4. 프로그램의 간단한 진행 순서
맨 처음 써놓은 것이 프로그램의 50% 입니다. 여성이 등장하고 남성이 등장하면 이미 방송진행의 50% 입니다. 그 후에 방송순서는 이렇습니다.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서있으면 여성들은 외모에 대한 특징과 옷차림등을 통해 남성을 평가하고 스위치를 누를 것인지 누르지 않을 것인지를 진행합니다. 그게 1단계 입니다.
예를 들면, 6월 28일 방영되었던 러브스위치에서는 몸짱인 남성이 나왔는데, 너무 근육이 많아서 자신은 싫다. 나와서 말수가 별로 없는 것을 보니 너무 과묵할 것 같다. 단순히 몸을 키운사람은 싫다. 등의 이유에서 스위치를 누른 여성분들이 계셨습니다. 반대로 호감을 갖고 있는 여성분들은 자신의 판단기준에서 이러이러한 점이 좋다 라고 밝힙니다.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여성들이 있다면 2단계로 진행됩니다. 그때서야 남성은 자신의 직업, 이상형, 취미등을 말합니다. 미리 준비한 VCR을 통해 여성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데, 1단계와는 달리 VCR이 플레이 되는 도중에 실시간으로 스위치는 누를 수 있습니다.
6월 28일 방송에 나왔던 몸짱 남성분은,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성미를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그때서야 자신의 직업이 연예인 전문 헬스 트레이너임을 밝히면서, 스테미너 하나만은 걱정해본적이 없다. 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여성들은 자신의 판단기준에 따라 스위치를 누릅니다.
차는 있다고 말했으나, 그 차가 트럭인것이 VCR을 통해 밝혀졌을때, 출연한 여성들은 스위치를 어마어마하게 눌렀다.
VCR을 통해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이것 역시 여성들에게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래도 누르지 않은 여성분들이 있다면, 3단계로 넘어갑니다. 남은 여성분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1분의 VCR이 플레이 되고, 마찬가지로 여성분이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실시간으로 스위치를 누를 수 있습니다.
6월 28일 방송에 나오셨던 몸짱 헬스트레이너 분은, 자신의 지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모습을 어필했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며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있다는 VCR이 플레이 됩니다. 3단계 시작할때 남아있던 여성 4명중, 1명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말에 스위치를 누릅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단계가 끝나고 남아있는 여성은 30명 중 2명이었습니다.
이제 남성은 남아있는 여성분들중 자신이 호감을 갖게 되는 여성을 선택합니다. 그 사이사이 MC들은 의뢰남성의 선택을 돕기 위해 이러한 저러한 질문을 하며 진행을 합니다. 이경규는 남성의 옆에, 신동엽은 여성들의 앞을 오가며 진행을 합니다. 방송 러닝타임으로 보통 5분 ~ 10분의 시간동안(실제는 더 길겠지요.) 이러한 저러한 질문을 통해 남성은 자신의 마음을 결정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의 스위치를 직접 남성이 누릅니다. 최후의 1인이 남을때까지 스위치를 누릅니다. 만약 남아있는 여성분들 중에 마음에 드는 여성이 없다면, 모든 스위치를 누릅니다. 최후의 1인이 선정된다면, 남성과 여성은 팔짱을 끼고 박수를 받으며 퇴장을 합니다. 말 그대로
Take me out 이죠.
#5. 이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때 떠오른 장면
영화 테이큰 보셨나요? 참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데요. 거기에 보면 주인공의 딸을 인신매매범들이 납치하고, 결국 주인공의 딸은 선상에서 경매에 부쳐집니다. 러브스위치를 보니 그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기가막히게 구도도 비슷합니다.
영화 '테이큰'의 한 장면과 러브스위치의 한 장면. 한쪽은 돈으로, 한쪽은 스위치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의 가치를 판단한다.
#6. 어차피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과정만 중요할 뿐.
연애를 통한 버라이어티라는게 모두 그러하듯,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이후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송분량은 결과가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모두 나오는 것이고, 결과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느낀 감정을 종결짓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결과 없는 연애버라이어티는 흥미가 떨어질지 모르나, 과정이 없는 연애버라이어티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연애의 최종 목적은 결혼일텐데 말이죠. 그 모든것이 쇼 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내가 느낀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을 뿐 입니다. 제작진은 그런것들을 이용하는 단체이고요. 실제로 6월 28일 방송분중, 러브스위치 2호 커플이 되었던 여성분께서 나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방송이 끝나고 남성에게 연락 한번 받지 못했으며, 만날기회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30명의 여성분들, 그리고 한명씩 출연하는 남성들 중, 진짜 내 짝을 만나기 위해 나온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요.
참고로, 2호 커플이셨던 여성분의 전공은 방송연예였습니다.
#7. 외줄 타기를 정말 잘하는 tvN !
지난 글의 대상이었던 화성인 바이러스나, 러브스위치 같은 경우는 케이블의 강점을 정확히 살린 프로그램 입니다. 공중파에서는 다룰 수 없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을 약간 다듬어서 높은 시청률을 얻어냅니다. 어차피 케이블은 공중파에 비해 특정 계층을 노리고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작여건과 시청가능한 루트가 공중파에 비해 제약을 받기 떄문입니다. 러브스위치는 사랑에 목마른 혹은 자극적인것을 좋아할만한 20~30대를 노리고 만든 프로그램 입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현실적인 2010년판 사랑의 스튜디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는 여기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쯧쯧 혀를 차며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외모만 보고 판단하냐. 성형티 팍팍 난다. 돈만 많고 능력 좋으면 여자들은 헤헤 거리는구나. 등등등.. 하지만 이 모든게 현실입니다. 저들에게 각본은 주어졌을지언정 그것이 과거 유행하던 천생연분이나 연애편지보다 허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겁니다. 100% 리얼은 아니지만, 리얼 냄새가 나게끔 만든 하지만 저것이 리얼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그래서 더더욱 보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바로 러브스위치가 아닐까 싶네요.
#8. Hypocrite.12414.의 추천 or 비추천
- 추천 계층
1. 뻔하고 뻔한 공중파 예능에 질렸다.
2. 난 사랑놀음으로 풀어가는 프로그램이 좋더라.
3. 근데 좀 자극적이면 더 좋아. - 강추!!
<비슷한 계층 : 커플브레이킹>
- 비추천 계층
1. 프로그램에 진실성을 원해.
2. 진지한 분위기, 주인공에 대한 성찰을 원해.
3. 프로그램 자체 컨셉이나 아이템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원해.
러브스위치의 2MC의 모습
케이블 예능이야기 3부작 중 2번째 글은 러브 스위치 였습니다. 다음번 글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찾아올지 기대해주세요~
사실, 3부작은 너무 적은듯 해서 5부작으로 늘이겠습니다. 너무 젊은층을 위한 프로그램만 쓰지 않았나 싶네요.
첫번째 예능이야기. 하하와 김종민, 그리고 무한도전과 1박 2일.
두번째 예능이야기. 청춘불패와 천하무적야구단..
세번째 예능이야기. 강심장과 승승장구 - 上
네번째 예능이야기. 강심장과 승승장구 - 下
다섯번째 예능이야기. 세바퀴 vs 스타골든벨
여섯번째 예능이야기. 하하의 복귀.. 그러나 부족한 2%에 대하여.
일곱번째 예능이야기. 만만한게 예능인지라..
여덟번째 예능이야기. 클래스는 영원하다.
아홉번째 예능이야기. 위기는 곧 기회다. - 1박 2일 코리안루트 리뷰
열번째 예능이야기. 패밀리가 떴다2의 이유있는 추락.
열한번째 예능이야기. 이제 웃어봅시다.
열두번째 예능이야기. 열두번째. 당신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하하몽쇼 리뷰.
열세번째 예능이야기. 황금어장의 10분짜리 메인코너(?) - 라디오스타
열네번째 예능이야기. 열네번째. 정든 그대여 떠나라. 내가 보내주리라.
열다섯번째 예능이야기. 열다섯번째. 일밤 부활의 시작을 알릴 뜨거운 형제들.
열여섯번째 예능이야기. 무한도전의 사회적 메시지.
열일곱번째 예능이야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열여덟번째 예능이야기. 반쪽찾기를 가장한 미녀들의 버라이어티. 러브스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