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같은 학급의 여자애를 아침부터 신나게 놀려대다가
얼마나 여자애가 열이받았으면 울면서 계단위로 뛰어올라가더라.
난 참 그때 얼마나 철이 없고 성격이 나빴는지 그걸 쫒아가서 약을올렸어.
그랬더니 여자애가 계단 네개인가 다섯개위에서 뛰어서 이단옆차기를 날린거 있지?
근데 난 또 그걸 피했던거야.
그때 그냥 맞아줄걸. 그 애는 잘 살까? 상처받은건 아니었겠지.
초등학교 5학년. 같은 학급에 야리야리하고 힘도 없던 친구가 있었지.
나는 성격이 굉장히 활달한 편이었고, 나는 그 애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루는 그 애가 산 새 옷에 아무 생각없이 낙서를 하고는 이쁘지 않냐며 물었거든.
그 친구는 웃으면서 이쁘다고 했었어. 근데 그리고 나서 그날 저녁에 전화가 왔지.
그 애 부모님이 엄청 화를 내시더라고.
그때 어렴풋이 내가 얼마나 나쁜짓을 한건지 알겠더라.
그 애는 내가 무서워서 싫다고 말도 못했었나봐.
초등학교 6학년. 새로 전학온 친구는 참 체격이 작았어. 나는 멍청하게도 아직도 그런 아이들에게 심한 장난을 치곤 했지.
그 친구가 울면서 그만하라고 했을 때, 그 어린마음에 가슴한켠이 쿵하고 울렸어. 근데 다른 한쪽은 그 장난을 계속하라고 했지. 나는 지는 것 같아서 더욱 심하게 그 친구를 괴롭혔어. 졸업후에 중학교 2학년때였나, 그 친구는 내가 괴롭힌 것 때문에 무술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고등학교때는 그 애가 남들을 때리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어.
내가 대체 무슨짓을 한건지 무서워 죽겠더라. 나는 걔한테 얼마나 지독한 악마처럼 보였을까. 나는 얼마나 악독한 인간이었나.
별 생각없이 그랬던것같아. 남들한테 상처주는걸 그렇게 큰 일로 생각하지 않았었나봐.
그게 참 후회가 많이 되.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서 업신여김 당하며 꿋꿋히 일도 해보고, 남들보다 못나게 생겨서 조롱도 당해보고, 나보다 잘난사람도 많이보고, 나같은건 세상에서 별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아, 나는 있으나 마나해서 이렇게 싸구려로 구르는구나.
자존심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남고. 뭘 해도 안될것만같고. 이렇게 바닥에 붙어서 뒹굴거리니까 그때서야 생각이 나더라.
신이 있다면 제발, 가능하다면 제발, 브루스 올마이티에 나오는 것 처럼 기도들어주는 기계가 있다면 제발. 후회될일만 가득한, 인생이란 이름의 낡아빠진 앨범의 첫 페이지로 다시 보내줬으면. 그때는 이게 이렇게 무서운일인줄 몰랐는데.
보이지 않는 내일아침은 내가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다시 오겠지. 해는 또 뜨고 나는 다시 저녁을 기다려야해. 흐릿한 미래는 두렵기만한데, 이렇게 약한 나였는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없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걸까.
지금도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무의식적 행동이 남에게 약간의 피해라도 주는건 아닐까.
분자단위로 분해되고 싶다.
그럼 아무도 모를텐데.
돌아가고싶다. 그리고는 다시 다 사과하고싶다.
그리고, 멍청하기만 했던 10대의 날들을 다시 한번 살고싶다. 이번엔 좀 밝고 멍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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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영화를 보고나니
잡소리가 흘러나오네요.
언제부터인가 말을 좀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행동도. 누군가에게 뭘 말하든 행동하든, 예전처럼 과감하게 못하겠더라고요. 내가 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이 사람이 싫어하는건 아닐까, 이 사람에게 이럴 권리가 있나 하는 것들이요. 신중해졌다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그저 두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인터넷은 이렇게 말이라도 풀어내지
실제로는 그저 이 사람이 옳든 그르든 '응, 응'하며 웃어주는게 다거든요.
무서운거 같아요. 내가 한 잘못을 되돌릴 수 없다는거.
가끔 생각하지만, 시간만큼이나 끔찍하게 제 뒤를 쫒아오는게 또 있을까 싶네요.
밤이 깊어지네요.
잠을 못자서 멍하군요.
이번주 주말부터는 또 피시방 야간알바에요.
돈이나 좀 많이 생겼으면.
고달픈 젊은날~~~ 20대에는 남들한테 상처, 미움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