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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13 18:54
어린 시절에는 은영전을 삼국지처럼 열광하면서 읽다가... 대학에 들어가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나름 어릴때나 읽을법한 유치한 소설이라고 치부하며 무시했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저 소설이 담고 있는 깊이가 얼마였는지 세삼 느끼고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소설에 전율하게 된 것은 역시 애국기동단의 출범소식을 기사로 접할때 였었지요.
10/04/13 18:54
이렇게 모아놓으니 구구절절 다 옳은말들만 모아놨네요.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나서 한번 더 읽어봐야겠네요. 지금 다시 읽으면 그때와는 다른걸 많이 느끼게 될것같네요;;
10/04/13 18:58
소설 중에도 잠깐 나왔었던 것 같은데..
아텐보로 같은 이제르론 군 간부들이 정치를 했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봤었습니다;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나이 들면서 소설에서 시사하는 바들이 생각보다 컸다는걸 다시 느끼기도 했었구요..
10/04/13 19:02
'체제에 대한 민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공평한 재판과 마찬가지로 공평한 세금 제도, 다만 그뿐이다'
-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지금 우리나라는 이게 지켜지고 있을까요?
10/04/13 20:40
애니만 돌려서 3번을 넘게 돌려보는데도 질리지 않네요...
2부가 나왔으면 하는 소설이구..양이 암살을 안당하고 얘기를 한 20권으로 끌어주었으면 하는 .. 볼 때마다 느낀건데 작가분이 대단한듯 (2)
10/04/13 21:03
"그럼 자네는 우리들의 조국애가 거짓이란 말인가?"
"당신들이 입으로 말하고 있는 만큼 조국 방위나 희생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라고 명령하기 전에 몸소 실행에 나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히려 유연한 어조였다. "예를 들어 전쟁파에 속한 정치가, 관료, 문화인, 재계인들이 '애국 연대'를 만들어서 제국군이 쳐들어 왔을 때 맨앞에서 적을 향해 돌진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먼저 안전한 수도에서 최전선인 이제르론 요새 안으로 사시는 곳을 옮기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장소는 충분합니다만..." (중략...) "인간의 행위 중에서 무엇이 가장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 권력에 아첨하는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전쟁을 찬미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국심과 희생 정신을 강요하여 전장에 내보내는 일입니다. 우주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국과 무익한 전투를 계속하기에 앞서 그런 종류의 악질 기생충을 몰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기 전체가 새파랗게 된 것 같았다. "기생충이라니. 우리들 말인가?" 냉정함을 가장한 네그로폰티였지만, 그 목소리는 불안정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달리 뭐라고 들으셨습니까?"
10/04/13 21:16
본문에 없는 대사중에도 명대사가 많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를 하나 더 첨부합니다.
"정치의 부패는 정치가가 뇌물을 받어먹는 따위를 가리키는 게 아니오. 그런 것들은 부패의 일부, 즉 개인의 부패에 불과해요. 정치가가 뇌물을 먹었는데도 그것을 비판할 수 없는 상태를 정치적 부패라 하는 것이오." - 양 웬리
10/04/13 21:19
작가의 화신이 아마도 얀 웬리겠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 읽어볼수록 라인하르트에게 정이 가더군요.
가진것 없는자의 단순한 성공담이라기보다, 무엇보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10/04/13 22:04
아 정말 잼있는 소설이죠 은영전...
여러 판타지 소설중에 레전드 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고딩때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완결을 다 못본게 아쉽네요 언젠간 다 읽어 보겠죠... ㅠㅠ
10/04/13 22:48
재밌게 보긴 했는데, 대사를 기억해보려니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이런이런.
아직도 양 웬리보다 얀 웬리가 익숙한 1인입니다.
10/04/13 22:51
뭐 여기에는 없지만 다른 게시판에 가면 은영전을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요... 전제정치와 민주주의, 아니 정치를 포함한 사람의 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은영전만큼 알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던지는 소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은영전은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작품 그 자체로 상당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양 웬리는 현실과 가상의 모든 인물들 중에서도 흔치 않게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고요.
10/04/13 23:31
볼 때마다 느낀건데 작가분이 대단한듯 (4)
그리고 무려 21세기에 나온지 30년이 넘어가는 소설을 다시 생각나게 만들어준 가카와 그 일당들도 어찌보면 참 대단한 듯 -_-;;;
10/04/14 00:01
공교롭게 어제 밤 10권까지 읽었는데, 은영전글이 올라오네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너무 닮아 있어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근데 희안하게 삼국지의 내용이나 등장인물과도 많은 유사점이 있더군요.. 자유행성동맹은 촉, 페잔은 오, 은하제국은 위.. 양 웬리는 게으른 제갈공명, 로엔그람은 트라우마를 가진 조조 이런식으로 많은 부분이 겹쳐 보며 읽게되더군요.. 아무튼 현실 세계와도 너무 닮아 있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것 같습니다.
10/04/14 00:33
정말 멋진 작품이고... 한때 '스페이스 삼국지'라는 평때문에 괜히 좀 삼국지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기대했는데...
뭐랄까 전혀 SF 적인 느낌이 적습니다. 신기술이나 미래상을 지향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과거부터 내려온 전형적인 병법의 방법을 더욱더 강조하죠. 본문에도 나왔듯이 전혀 색다른 신기술로 다른 나라를 압도할 수 없다고 했죠. 그 기술은 언젠가 유출되기 마련이니까요. 상대보다 많은 정보, 그 많은 정보 중에서 중요한 정보를 색출해내는 능력, 빠른 기동성, 탄탄한 병참, 상대의 움직임의 예측 등...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병법을 더 강조하죠. 그 정점에는 양 웬리가 있고요. 정말 매력적인 소설인데... SF보다는 정치 소설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전체적인 전쟁이나 전술 묘사도 괜찮지만 그 안에 함축된 정치의 의미에 비하면 정말 새발에 피라고 생각됩니다. 어릴때는 그냥 열광하고 재밌게 봤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와 닿는 그런 느낌입니다. 특히나 동맹의 모 정치인사와 누구가(주어는 없습니다.) 왠지 비교되기도 하고요. 매스컴 관련 부분은 소름이 돋기까지 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본문인지 아니면 누구의 평인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러한 면에서 라인하르트의 군주체제까지도 포괄되게 포함한 것이 민주주의다.' 인데요. 뒤의 부분은 모르겠지만 앞의 부분은 그 말을 들은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저의 가장 제 1 정의로 지금까지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10/04/14 05:02
요즘 번역본은 양 웬리인가 보네요? 저 역시 얀 웬리가 익숙한 1인 입니다.
고딩 때 수십 번도 더 읽은 것 같은데 저의 정치 사상을 형성하고 세상 보는 눈을 틔워 준 책이죠. 정말 더러운 매스컴과 책임지지않는 주전파들에 대한 예방 백신을 너무 일찍 맞아 버려서 어려서 부터 참 뉴스 보기가 괴로웠네요. 2010년에 이 책이 대한민국과 오버랩 된다고 하지만 민주 정부 10년 이전의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그당시는 조중동 뿐 아니라 방송도 가관이었죠. 그게 정상이라고 믿는 세력이 집권을 했고 그런 뉴스라야 편안한 시민 분들도 아직 많은 세상이네요. 2권에 키르히아이스가 죽어 버리면서 아무래도 제국 쪽에 포스가 떨어지고 나중에 얀 웬리가 너무 허망하게 죽은 후로는 스토리가 좀 맥이 빠지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작가의 정치 사회적 통찰력은 정말 킹왕짱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얀 웬리는 넘 멋져요. 왠지 그 어리버리함까지 멋져 보였는데...^^ 나중에 너무 많이 읽어서 책을 가져다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무조건 소장을 했어야 했다는....-_-;; 요즘도 출판 되면 다시 사 놓을까 싶네요.
10/04/14 08:04
저도 왠지 양 웬리보다는 얀 웬리가 더 멋지고 포스있어 보이네요. ^^; 아무래도 이름이 동양식 표기임을 감안할 때 작가의 의도는 양 웬리였겠습니다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년 전, 고등학교 때 읽은 소설인데 정말 몰입감이 최고였죠. 어쩌면 야자 시간에 읽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_-;; 그때는 캐릭터의 매력과 삼국지를 연상케 하지만 훨씬 더 스케일이 큰 전투 모습에 매료되었었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 통렬한 정치 풍자가 더 크게 다가오네요. 이공계 출신으로서 아쉬운 점은.. 미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과학 기술에 대한 조금 더 깊은 고찰이 있었다면 더더욱 완성도가 높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은 듭니다만 뭐... 메이저인 부분은 아니니까요 ^^;;
10/04/14 15:06
소설 속의 2인자를 참 좋아하는 저는 은영전에서 오스카 폰 로이엔탈을 가장 좋아합니다만....
대사는 생각이 나질 않네요 ;;; 벌써 읽은지 10년은 되어가는듯... 중학교 때 읽고 안 읽었으니.. 로이엔탈이 가장 멋질 때가 오벨슈타인의 음모를 뒤집어 쓰자..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음모를 기회로 만들어보자! 라고 다짐하던 장면이었죠. 절대적인 힘에 도전하는.... 그 땐 왜그리 멋있어 보였는지...
10/04/14 16:40
확실히 아무리 80년대 작품이라고해도 1000년이 훌쩍 넘는 미래가 배경인데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변화라곤 찾아보기가 힘들었죠. 기껏 기억나는건 부상당한 사람들이 인공 안구나 기계팔같은걸 다는 정도였달까요. 전함이란 존재 정도를 제외하면 그냥 현재라고 봐도 무방해보이는 세계관은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걸작이라고 부를만 하다고 봅니다. 소설/애니 다 본 작품..
10/04/14 17:03
어렸을 때 읽을 때는 '지구교'가 참 짜증나는 존재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 사회 어디나 한둘쯤은 존재할만한 세력인것 같네요;;
10/04/14 23:26
운명? 운명 따위에 내 인생이 좌지우지될 성 싶은가? 난 내 장점에 의 해 성공하고 내 단점에 의해 멸 망할 것이다. 모두 내 기량의 범위 안에 속한 일이다. 나와 그리고 네가 협력한다면 운명 따위는 간섭 할 수 없어. -라인하르트...
10/04/15 12:10
저 역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게으른 게 더 문제지만) 정독하면서 정리해보려고 했었는데 감사합니다.
복사해갑니다. 댓글 중에 있는 명문들도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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