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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3 02:22:41
Name 유유히
Subject [일반] 사교육 해법을 단숨에 찾아내신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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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자 8시 SBS뉴스 중, 각하께서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친히 마트에 납신 소식을 전하는 장면입니다.
27초경, 이 영상의 하이라이트가 방송됩니다.

학부모 : 학원비가 너무 많이 올라서 저희가 너무 힘들어요.
각하 : 한달에 얼마씩 해요?
학부모 : 월 20만 원이요. 가계부담이 너무 많이 돼요.
각하 : 왜 학원에 보내요? 안보내면 어떻게 돼요? 대학 들어갈 땐 학원 다닌 게 별로 소용 없을 텐데…

각하의 깊은 뜻을 졸문으로 풀어 옮겨보자면, 이런 뜻입니다.

"나는 국민들이 자녀를 왜 학원에 보내는지 당최 이유를 모르겠다. 그딴 거 없이도 얼마든지 대학에 갈 수 있지 않나? 나를 봐라. 찢어지게 가난해서 학원은 고사하고 참고서 살 돈도 없었는데 보란 듯이 명문대를 가서 이렇게 성공했지 않나? 그냥 EBS 강의 같은 것 보면 되지 왜 학원에 보내는가?"

즉, 우리 국민들 중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도 어리석은 나머지 헛돈을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아아, 깊은 깨달음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식하고 무지한지라, 무의미한 돈을 학원비로 퍼붓고 있는 수많은 중생들을 각하께서는 이렇게도 한심하게 보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릇 자체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인지라 불공평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꼭 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절대 국민을 계몽하거나 훈계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어디를 가건 그가 국민과 그려내는 선은 수평이었습니다. 가끔씩 시장을 방문할 때면 미소 가득한 얼굴로 상인의 찬 손을 부여잡고 "어렵게 만들어 죄송하다. 열심히 하겠다." 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반면 우리 각하 같은 경우는 자기 성공담을 죽 늘어놓은 다음 "나도 그렇게 힘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했다. 어려워도 꾹 참고 하다보면 빛 볼 거다. 어떻게 하냐면..." 식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일장 훈시(?)를 하고 오뎅 한꼬치 입이 미어져라 밀어 넣고 나서 다음 장소로 갑니다.

반면 좀 어려운 자리. 즉 '성공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각하는 혀를 낼름거리며 바짝 긴장합니다. 부시 미국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자진해서 카트를 몰겠다며, 스스로 일국의 대통령에서 운전수로 변신하는 재주를 보이는 등 '알아서 기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후 방미 때 부시 귀에 거슬리건 말건 "이라크 파병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무조건 안 보낸다. 우리 의사가 중요하다)" 한다며 할말을 다 한 나머지, 우국신문 조선일보에게서 반미 대통령 꺼지라는 격조높은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장통의 장사치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분이 세계최고의 권력자 미국 대통령에게 그토록 당당한 모습은 모순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구조란 단순합니다. "가난한 사람들 = 역경을 극복 못하는 사람들 = 게으른 사람들 = 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음 = 의식개조(?)가 필요함" 자기가 역경을 극복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심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학원을 안 다녔어도 성공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사람들은 뭣도 모르는 멍청이들이 된 것입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학원을 다니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따지고 국민들을 훈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공교육을 불신하고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가 생각해 보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EBS강의 같은 (이것도 전 정권의 작품이군요) 것입니다. 그것이 실효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아예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주제에 너무도 당당한 우리 각하를 보면 헛웃음이 지어집니다.

어쨌든 각하 덕에 사교육 해법은 찾아졌습니다. 무지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계몽교육을 하고, 공익광고 등으로 "학원에 보내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 "금연보다 시급한 금학원" 의 메세지를 전달하면 되겠군요. 다 국민들이 무식해서 그런 거니까요. 어련하겠습니까.

끝으로 각하께 충고 한 마디 하려 합니다.

왜 강바닥을 파요? 안 파면 어떻게 돼요? 다음 선거 땐 강바닥 판 게 별로 소용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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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切唯心造
10/01/23 02:29
수정 아이콘
마지막 한 줄에서 파안대소했습니다.
내일은
10/01/23 02:30
수정 아이콘
사회 생활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인간 유형인 '성공한 꼰대' 스타일입니다. 이 스타일의 특징은 타인의 입장과 고민을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겁니다. 혹자는 사이코 패스라고도 부르나, 사이코 패스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냥 '생각'이 없죠.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대해 "내 경험에 따르면..." 한 마디로 정리하고, 타인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나도 왕년에는..." 이라고 상대의 말을 끊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잠깐 얻어들은 이야기에 대해 그 이야기의 진위나 타당성을 생각해 보지 않고, 마치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이야기인양 다른 사람에게 떠들어댑니다.

이 글에 주어는 없습니다.
DeadOrUndead
10/01/23 02:30
수정 아이콘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네요. 마지막 줄을 펀치라인이라고 하나요. 띵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10/01/23 02:37
수정 아이콘
어떤뉴스에서는 ebs나 인강이있어서 꼭 학원에 안보내도 되지않느냐는 추가 발언이있었다 하던데 제가 잘못안건가요?;
가츠79
10/01/23 02:37
수정 아이콘
매사가 저렇죠.
왜 나는 했는데 너희들은 못하느냐?
유유히
10/01/23 02:38
수정 아이콘
nickyo님// 인터뷰 다음에 EBS강의나 인터넷강의를 권했다는 뉴스 내용이 있습니다. 즉, 인터넷강의를 활용하지 않고 학원에 보내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모범시민
10/01/23 02:46
수정 아이콘
사실 자수성가형 인간이 약간 삐딱선을 타면... 그거 정말 답찾기 힘들죠...
부엉이
10/01/23 02:47
수정 아이콘
사실..나도 성공했다 너두할수있다는 말은...누구나 할수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그러면 안됩니다.-_-
개념글 궁지로
10/01/23 02:55
수정 아이콘
근데 꼭 학원을 대학에 갈려고 가나요 피아노나 태권도나 미술이나 예체능에 관련된 학원은 뭥미 ?
토스희망봉사
10/01/23 02:58
수정 아이콘
학원을 보내는건 사실 직장 문제도 큽니다 퇴근을 늦게 하거나 애들을 보기 힘들경우 집에 혼자 두면 위험 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니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 같은델 보내는 것이죠
10/01/23 02:59
수정 아이콘
자꾸 교육 문제 해결하려고 설치는데 쯧쯧이네요
차사마
10/01/23 03:04
수정 아이콘
진짜 부모들 20만원 넘는 학원 안 보내면 안 될까요? 가서 공부하는 애들 따지고 보면 30%나 될런 지.. 나머진 돈giral입니다. 게다가 어차피 의지있는 애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라도 공부하죠. 이런 애들과 비싼 학원 보내는 애들과 큰 차이가 있을까요?
10/01/23 03:08
수정 아이콘
저 뉴스는 정말 심하네요. 뉴스가 이렇게까지 막장을 가도 됩니까?

"다음 소식입니다. 이명박 수령님께서 한 할인마트를 방문해 설을 앞둔 물가 상황을 점검하셨습니다.
박진원 기자입니다.
<기자>
농수산품을 다루는 할인마트를 방문한 이명박 수령님께서는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물가와 민심을 살피셨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높은 교육비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학원비가 너무 많이 올라서 저희가 너무 힘들어요. (한달에 얼마씩 해요.) 월 20만 원이요. 가계부담이 너무 많이 돼요. (왜 학원에 보내요? 안보내면 어떻게 돼요? 대학 들어갈 땐 학원 다닌 게 별로 소용 없을 텐데….]
이명박 수령님께서는 EBS나 IPTV를 통한 TV강의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하기도 하셨습니다.

마트 회의실에서 주재한 비상경제 대책회의.
이명박 수령님께서는 설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가격 정보 공개 같은 구체적인 물가 억제 방안도 제시하셨습니다.

정부는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물가안정을 위해 쇠고기를 비롯한 설 성수품 24개 품목의 가격과, 목욕료와 이.미용료 등 6개 서비스 요금 동향을 집중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명절을 앞두고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마늘과 양파의 공급물량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18조 3천억 원을 공급해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덜어줄 예정입니다.
또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1조 1천억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설 이전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적집단초전박살님의 흉내를 내서 살짝만 편집해 봤습니다. 난감하네요.
유유히
10/01/23 03:12
수정 아이콘
빈 터님// 실소했습니다. 방송이 점점 땡박 뉴스가 되어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10/01/23 03:36
수정 아이콘
새벽차를 타야하는데 잠이 안와 밤을 새고 있는 와중에 씁쓸함이 밀려오는군요.

뭐 교육관련 문제는 어떠한 답도 없다고는 하지만...

4대강살리기사업의 비용회수를 위해 하천 주변 2km를 친수구역(?????)으로 설정해서 주거,레저,관광단지 등을 조성한다고 하지요.

"정부는 사대강씨의 건강악화를 염려하여 건강검진과 적극적 치료에 힘쓰기로 하였습니다. 헌데 치료비용이 너무 비싸서 사대강씨의 안구와 신장을 한쪽씩 적출하여 팔기로 하였습니다."

???

어메이징코리아.
다크씨
10/01/23 05:33
수정 아이콘
저는 15시간 시차 나는 먼 나라 멕시코에 와서 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나라 글럿구나... 그냥 멕시코에 눌러 앉을까?'
lotte_giants
10/01/23 06:34
수정 아이콘
어제 저 대사 보고 빵터졌었죠...
켈로그김
10/01/23 09:43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무한경쟁. 보통 사람은 죽으라는거죠 -_-;

아, 여기서 보통사람이란 "노력 안하는 사람" 이 아닌, "불법 행위를 덮을만한 권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카가 남보다 뛰어난건 전과14범인데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정치권력밖엔 없잖아요?
10/01/23 10:57
수정 아이콘
아랫물은 윗물을 보면 알 수있다는 말이 참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게 되는군요 점점
멀면 벙커링
10/01/24 00:28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궁금한건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자식들은 다 학원도 안보내고 학교 수업만으로 대학 보냈는지 여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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