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격 상 경어체를 생략합니다. 처음 갔던 날을 회상하고 그 후에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글의 상황과 다소 맞지 않는 사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싸한 토요일밤, 나와 친구 둘은 이곳 저곳에서 놀다 놀이터ㅡ란술집ㅡ에서 간단히 맥주 한잔을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나와서 집을 향해 걷다가, 뭔가 아쉬워 어디 놀데 없을까 둘러보다
조금 쌩뚱맞은 간판을 발견하였다.
'광대는 섬에 산다'
광대와 섬을 크게 쓰고 는, 에, 산다는 의도적으로 작게 써서 얼핏보면 그냥 '광대섬'이라고 보이는 간판.
하얀 간판에 매직펜으로, 약간 엉성한 글씨체로 쓴 간판.
"우리 여기 가볼까?"
친구가 말했다.
그리고 나와 나머지 한 친구는 별 말 없이 앞서가는 친구 한놈을 따라 지하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외국인들.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여자들은 밑에서 춤을 춘다.
"좀 잘못 고른거 같다."
친구의 말에 영어라면 울렁거리는 나는 맘속으로 가만히 수긍했다.
그래도 술집의 컨셉은 꽤나 재미있었다.
'광대 슈퍼'라고 써있는 카운터.
판다고 내놓은 안주는 참치, 고추참치, 팝콘, 땅콩, 김, 황도 등 무언가 위화감이 드는 안주들 뿐이었다.
마약창고라고 써져있는 냉장고가 보였고, 가운데 덩그라니 있는 테이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무대. (당시엔 외국인들이 이러고 놀고 있었음)
그 반대편에는 쌩뚱맞게 있는 텐트...그리고 임신주의 경고글..
우리들은 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를 피하려 텐트로 들어가기로 했다.
헌데 텐트안에 있던 테이블엔 전 손님들이 먹던 술이며 안주가 그대로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먹은사람이 치우던지 그 다음사람이 치우던지 하는..)
우리는 이 요상한분위기가 점점 재밌어지며 공연을 구경하고있었다.
그렇게 20분정도? 어느 기타리스트가 마이크를 잡더니 뭐라고 한다.
당시에 내 귀에 들렸던 단어는 'drum' 단 한단어였다. -_-;
아마 드럼치던 사람이 자리를 비운사이 드럼 칠사람을 구하는 듯했다.
그때 있던 사람들중에 드럼을 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외국인이 한 세번 말을 반복하자 영어도 꽤 하고 드럼도 어깨너머 꽤나 하는 친구가 자신있게 나섰다.
그리고 외국인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주관적일지 모르지만 친구의 드럼연주는 전의 그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것 같았다.
나는 구경하는 친구와 그 상황을 즐기고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불쑥 들어오는게 아닌가.
그아저씨의 모습
"야 니들 쟤 친구야?"
"네.."
"야 쟤... 쟤 미친거아냐?"
"네?;;;" (이 때까지만해도 나는 저기 저 무대는 외국인들만을 위한 것이라서 왜 올라갔냐고 화를 내는줄 알았다. 왜냐면 그 주인아저씨의 첫인상은 박준규.. 즉 미국에서 살다 넘어온 사람같았기 때문에..재미동포인줄 알았다. 지금은 알고보니 그냥 한국인. 자기를 섬지기라 부른다. 쉽게말해 '광대는 섬에산다'의 뜻은 자기가 광대고 섬은 이 술집이라는 거다.)
"야 니네 몇살이야?"
"스물이요."
"쟤도 스물?"
"네"
"와 쟤. 쟤 미쳤구나? 야 니들 오늘 술 맘대로 갖다마셔."
"네??" 뭔소린가 싶었다.
"니들 오늘 술값 공짜라고. 나 오늘 자존심 무지 상했었거든? 근데 쟤가 나타난거야 지금. 니들 오늘 공짜다."
'으잌? 이게 왠 횡재 크크' 나랑 친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친듯이 웃었다.
연주가 끝나고 내려온 친구를 아저씨는 무쟈게 칭찬했고, 우린 그날 기분좋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드럼을 쳤던 친구와 나는 ㅡ나머지 한명은 대전에 원체 잘 내려오질 않는다..ㅡ 주말에 할게 없으면 "광대섬 갈까?"라고 문자를 보
낸다.
http://cafe.naver.com/gangda 이거슨 광대섬의 카페. 별로 활성화 되어있진 않지만 곧 많이 활발해질 거라 믿는다.
그리고 광대섬에서는 항상 밴드를 모집하고 있다. 섬지기는 메인밴드인 광대밴드 뿐만아니라 한 두팀을 더 만들고 싶어한다.
대전 충남대 근처에 살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이곳에와서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밑의 사진들은 광대섬 내부 중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