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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5 03:18
꼭 신이 아니더라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거대하고 나에게 우호적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은 경향이 있지 싶습니다. 종교부터 시작해서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욕망, 작게는 집단주의나 멘토에 대한 집착까지 결국 그 감정적 기반은 '나 혼자서는 불안하다 뭔가 나 이상의 것에 의지하고 싶다' 아닐까요?
14/06/05 03:25
사실 제 전달 방식에 믿음이 안갑니다만, 이상의 것에 의지하고 싶다라기 보다는 '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라는 말입니다.
14/06/05 03:30
말씀하신 '이해를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는 확실히 종교나 기타 초자연쪽에 흥미를 가진 분들만 보이는 경향이긴 합니다. 다만 저는 그것도 큰 틀에서는 이해를 못하는 존재에 이름을 부여한 뒤 그것에 기대고 싶은 욕망이라고 보는 지라.... 이해를 못하면 그냥 못하는 거지, 이해를 못하는 것에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4/06/05 03:49
종교나 기타 초자연쪽에 흥미를 가진 분들이 이런 경향을 가졌다니 왠지 근거가 되는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기댄다는게 위안을 얻는것인지 내 자신의 이해를 돕는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르베프님께서 말씀하신 방향은 사회성과 무리근성(?)에 가까워보이네요. 만약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고, 내가 사회성을 가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면 신도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이런 뜻은 아니겠죠?
14/06/05 04:12
저야 뭐 하드코어한 무신론자니까 신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드릴 말씀이 없고, 초자연에 대해서 인간이 어떻게 믿음을 형성하게 되는 지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과학자들이 비둘기한테 기계를 이용해서 완전히 무작위한 타이밍에 먹이를 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먹이를 주기 시작한 뒤 며칠이 지나고 나자 비둘기들이 배가 고파지면 날개짓을 한다던지 한 쪽 다리를 들어올린 다던지 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확인을 해 보니, 무작위한 타이밍에 먹이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먹이가 나왔던 시점에 자신이 하고 있었던 행동이 '혹시나' 먹이가 기계에서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 아닌가 하는 믿음이 생겨나 버린 것이지요. 즉, 완전한 우연임에도 불구하고 고등 동물 (비둘기가?) 특유의 '어떻게든 패턴을 찾아내려는 본능' 에 의해서 없는 패턴을 마음 속에서 믿어버리는 결과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믿음이 생기고 나면 그 믿음에 기반한 예측이 (당연하게도) 끊임없이 틀림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해서 저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인간이 나름의 직관을 이용해서 어떤 개념을 만들어내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를 주지 않습니다. 근데 원글자분은 실제로 신을 믿는 분이라기보다는 신을 믿게 될 정도로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쓰신 말이니까 그다지 제 이야기의 적용 대상은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갑자기 종교에 빠진다던지 하는 분들은 평소에 신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던 분들이라고 생각하는 바...
14/06/05 04:43
종교 이야기로 넘어가면 죽을때까지 밤새도 부족할 것 같으니 패스하겠습니다. 답도 안나오구요.
다만 좀더 원초적인 '신'의 의미에서, 글에서도 느끼셨겠지만 존재의 유무에는 개의치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 내 이웃이 신을 믿고 교회를 다니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그 사람들의 행동이 오히려 저한테 물어봐 오는것이지요. 그 사람들은 왜 신을 믿을까? 하고 말이죠. 논의가 될만한 이슈를 제외하면 분명이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행동들이 많거든요. 아마 그래서 저역시 모두가 원하는 '좋은 사람이 되자' 에 희망을 가지고 관심을 두고 있는것 같네요. 왜 믿을까? 편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편하면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주변 편한 어르신들이 과연 긍정적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네요... 신의 존재 유무보다도 형성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물론 제 '이해력' 범위 안에서요.
14/06/05 04:57
예 저도 신 개념의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종종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 (근데 한국의 1인당 봉사활동 양은 무교인이 넘사벽으로 많다는 건 함정.....)
14/06/05 15:52
정말인가 해서 통계청에서 1인당 연간 평균봉사시간을 찾아봤는데 2012년 기준
총평균 21.92 개신교 22.52 불교 26.51 카톨릭 29.28 기타종교 23.28 종교없음 20.78 무응답 21.57 이렇게 나오네요.
14/06/05 21:09
어엇 그렇습니까? 제가 마지막으로 관련자료를 찾아본 것이 대충 5 년쯤 전인데, 당시에 50% 정도 차이가 나길래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료 링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일단 제 발언은 취소합니다.
14/06/05 21:26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17&tblId=TX_117_2009_H7028&conn_path=I2
일단 제가 참조한 자료는 이겁니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자료를 찾아봤는데, 50% 차이난다는건 아마도 '총 봉사활동 횟수' 같은 자료를 보신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비종교인이 종교인보다 많은 나라니까요. 제가 퍼온 자료는 '1인당 평균'이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14/06/05 21:32
우주뭐함 님// 아뇨 저도 분명히 1인당 평균이었습니다. 지금 사정이 좀 있어서, 한 두시간 뒤에 제가 찾아봤던 자료를 링크하겠습니다. 저도 통계청이었으니까 그쪽에서 삭제하지 않는 이상 다시 찾기는 어렵지 않겠죠.
14/06/05 23:30
다시 찾아보니까 2007 년 ~ 2012 년 사이에 일관되게 종교인들의 봉사 시간이 무교인들의 봉사 시간에 비해서 10 ~ 50% 정도 많네요. 제가 예전에 찾아봤을 때에는 반대로 이해했었는데, 믿기 힘들지만 제가 숫자를 잘못 읽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네요. 그동안 이 얘기를 여기저기서 서너 번은 한 것 같은데,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다녔었네요. 덕분에 잘못된 지식 하나 고쳤습니다. 사과드리며 또한 감사합니다.
14/06/05 09:53
종교는 궁극의 음모론이죠.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만사 모든 것에 이유가 있으며, 일어나는 각종 상황또한 어떤 일관된 흐름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느낄 때 안정감을 얻습니다. 그러다보니 등장한 것이라고 보아야..
14/06/05 11:03
엉? 이리님 크리스찬이라고 알고있었는데, 바뀌신 건가요 아니면 크리스찬은 맞지만 제도권 종교는 거부한다는 입장이신 건가요? 저는 종교를 가져보려 3 년간 수행을 하였으나 fail 로 끝났습니다.
14/06/05 11:09
아니 전 지난 3 년간 진짜로 종교를 가져보려고 노력했었으니 적어도 그동안은 하드코어 무신론자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원상태로.... 아니 조금 레벨업해서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14/06/05 23:33
기독교도 천주교계열은 '모든 종교는 신에 대한 인간의 접근이며, 따라서 (천주교가 킹왕짱이지만) 일부 사이비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일정 수준의 진리를 담고 있다' 라고 하던데, 저는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세속에 아부하는 정략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저같은 무신론자가 보기에는 어차피 저것도 틀린 말이지만, 최소한 종교 가지고 싸울 일은 줄어드는 방식일 테니까요.
14/06/05 10:37
좋은 사람 되는데 종교가 필요하지 않더군요.
반면에 종교 때문에 이성이 일정 단계에서 마비된 채 나아가지 못한 채 20년을 살아왔는데 그것을 이겨내고 나니 큰 기쁨을 느낍니다. 진정 지성 있는 교양인이 되고자 한다면 종교는 마음 속에서 무찔러야 합니다. 굳이 정신의 감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독하디 지독한 원죄와 나를 위해 대속한 예수라는 개념으로 인해 , 개인은 영원히 늘기만 하는 끝도 없는 죄악의 부채 속에서 허덕이게 됩니다. 놀랍게도(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태어나면서부타 죄인이다" 라는 미칠듯이 겸손한 생각을 무찌르고 나니, 오히려 적선을 하게 되고 이타심이 더 친근해지더군요.
14/06/05 11:15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신이 생긴거라기 보다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불안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사냥감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지? 요 근래 검치호랑이가 근처에 많이 보이던데 우리를 습격하지 않을까?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부족해 지고 있어... 라던지 이런 불안감은 주변의 상황과 이런 상황을 이해할만한 지식의 부족으로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커다란 딜레마에 봉착합니다. 프로그램으로 치자면 연결이 잘못되어 계속 루프를 돌고 있는 거죠. 이렇게 루프돌리는 상황 자체가 인간에겐 엄청난 부하가 걸립니다. 이런 불안감이 문제해결의 첫 시작점이 되기도 하지만 기술과 지식의 부족으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불안감은 계속 루프를 돌게 되죠. 이런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 루프를 끊어야 하는데 그래 내일부턴 잘 될거야! 이런 식의 자기믿음이 필요하고 긍정을 강화시키는 뭔가를 해야 된다는 거죠.
14/06/05 23:58
솔직히 말하자면 진화론도 종교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작부터 너무 운과 우연에 기대고있다고밖에 생각이 안되더군요
14/06/06 00:06
진화론을 공격하는 기독교인들의 99% 가 범하는 오류인데, 애초에 진화론은 생명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지 그 시작은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건 분자 생물학과 생화학, 유기 화학의 영역이지요. 진화 자체는 소기관의 형성부터 종분화까지, 실험실과 야외 관찰 양 분야에서 모두 검증이 끝난, 의도적으로 눈을 감지 않는 이상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팩트입니다. 진화론이 종교라고 하는 것은 중력의 법칙이 종교라고 하는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14/06/06 00:16
그럼 질문좀..제가 잘 모르는거일수도 있으니. 진화론에서 종의 분열은 돌연변이로 출발했다고 하나요? 아니면 애시당초 진화로 모든 종의 분열이 시작됐다고 하나요?
14/06/06 00:29
진화로 모든 종의 분열이 시작된다는 말씀이 어떤 뜻인 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화' 라는 것은 인간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만든 개념일 뿐, 종분화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돌연변이 말씀 관련해서는, 일단 다윈의 시대에 DNA 같은 것이 알려져있지 않았으니 당시로서는 돌연변이가 왜 생겨나는 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돌연변이의 누적으로 종분화가 이루어진다는 말은, '현상을 다수 관찰해보니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라는 수준의 이야기였지요. 물론 그렇게 말을 해도 웬만하면 믿는 것이 합리적일 만큼의 압도적인 수량의 관찰은 첨부가 되어 있었고요. 지금은 DNA 분열시 돌연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시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다만 돌연변이도 DNA 의 점돌연변이부터 염색체 수준의 돌연변이까지 다양한 수준의 돌연변이가 존재하고, 그 중 무엇이 종분화를 일으키는 주 메커니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14/06/06 00:34
네 답변 김사합니다. 제 두번째 질문은 돌연변이현상없이 우성진화 원칙에 따라 순수하게 우성진화로만 종이 바뀐다고 이야기하느냐에대한 질문이었습니다.
14/06/06 00:35
아 그렇군요. 돌연변이 현상이 없으면 유전자풀이 다양해질 여지가 없으니 (오히려 다양성이 조금씩 줄어들 수야 있겠습니다만...) 종분화는 이루어질 수 없겠지요.
14/06/06 14:53
사막여우가 말한 친구가 없는 것은 상점에서 친구를 팔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신을 살 수 있어서가 아닐까합니다. 길들이지 않아도 언제든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품은 유통과정에서 내게 출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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