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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01 03:41:48
Name endogeneity
Subject [일반] 토마스 피케티, 1820~2050 간 프랑스에서의 부의 상속.

* 이 글에서 핵심 키워드가 Wealth인데, 아시다시피 이 말을 '부'로 번역해야 할지 '자산'으로 번역해야 할지가 매우 골때립니다.

아래에서는 양자를 혼용했습니다.




어제 글을 쓴 다음에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예전에 이 사람 논문을 읽으려고 쟁여놨다가 잊어먹은 게 떠올라서

아직 번역이 안된 '21세기 자본론'을 대신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논문 원제는 "On the Long Run Evolution of Inheritance - France 1820~2050" 이고
세계 최고의 경제학 저널인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11년 8월판에 게재됬던 논문입니다.


무려 62p짜리 분량(보통 경제학 논문은 한 30p쯤 되는 것 같습니다)인 이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 상속자산 흐름의 측정(특히 그것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2) 간단한 자산의 축적모형 구축 및 시뮬레이션



(1)을 위해선 일단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므로 이에 관련한 이러쿵저러쿵한 논의에 대략 10p 쯤 소비되는데 가볍게 패스합시다.
전반부 논의의 핵심은 아래의 수식입니다.

Bt/Yt = μt*mtWt/Yt


일단 하점자 t는 모두 '특정 기간의 ~' 라는 용도라고만 이해하면 됩니다.

B는 총 상속흐름, Y는 국민총소득, W는 국민총자산, m은 사망률,

가장 중요한 μ는(이게 '부의 분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망자/생존자 자산의 비율'(사망자의 자산이란 건 결국 상속되는 자산을 말하죠) 입니다.

위 식에서 양변에 있는 1/Y는 제거 가능합니다. 그 다음에 W를 왼쪽으로 넘기면


Bt/Wt = μt*mt







위 그래프에서 하얀 선은  Bt/Wt, 검은 선은 사망률 m의 시간에 따른 변화입니다.

직관적으로 위 그래프를 해석하면 하얀선의 움직임이 검은선과 따로 노는 부분은 μ의 움직임이라고 해석됩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건 20세기 초 하얀선의 급락, 그리고 20세기 말 반등입니다.

각각 μ의 급락, μ의 반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은 각각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부의 불평등의 감소, 그리고 20세기 말 부의 불평등의 증가를 암시합니다.



(2)에선 피케티가 '간단한' 자산 축적모형을 구축한 다음

그에 기반하여 프랑스의 미래(2050)의 상속자산흐름의 추이 및 자산수익률과 경제성장률 관계를 시뮬레이팅합니다.

저 모형이 피케티에겐 '간단'한지 몰라도 저한테는 그렇지 않으므로 중구난방을 막고자 과감히 생략하고 세 가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1)



여기선 데이터가 B/Y(맨 처음 올렸던 식의 좌변이죠)로 바뀌었지만 함의는 똑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50년 경엔 19세기 수준의 부의 불평등이 재현된다는 것입니다.(소위 U패턴 움직임입니다.)





2)


여기서는 쿠즈네츠의 역U자 가설(소위 '근대적 경제성장' 과정 속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에 대한 쿠즈네츠의 가설입니다)이 반박됩니다. 역 U자모양은 19세기에 잠깐 나타났을 뿐입니다.





3)


그리고 자산수익률 r과 경제성장률 g 간 관계에 관한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벌써 꽤 유명해진 r-g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여기서도 등장하는데,

상속되는 부의 비중이 커지는 시기와 r-g의 크기가 큰 시점은 대체로 겹칩니다.(정확히는 순수 자산수익률인 r보단, 조세, 자본감소등의 영향이 반영된 rd)

위 표에서 특히 흥미진진한 부분은 20세기 초반(1913~1949)년 부분인데

r의 크기는 오히려 19세기보다 커졌음에도, 전쟁과 대공황등이 야기한 충격으로 rd의 값은 대폭 감소했습니다.

그게 이 시기에 있어서 상속의 비율, 결국 부의 불평등을 상당히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피케티의 논문에 관한 주마간산격의 엉성한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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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탄
14/06/01 03:48
수정 아이콘
영어가 안되서 내용을 못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요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임트래블
14/06/01 06:10
수정 아이콘
그림에서 보면 1940년대 이후로는 노동의 소득비중이 약 75%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게 쿠즈네츠 가설의 반박과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림을 1860년대 이후 노동의 소득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20세기 중반부터 안정화되었다고 해석한다면 이 그래프가 불균형 증가의 증거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요?
endogeneity
14/06/01 13:29
수정 아이콘
이 부분은 졸려서 너무 짧게 쓰다보니, 제가 논문의 취지를 약간 잘못 옮겼습니다.
사실 쿠즈네츠 가설은 '노동소득/자본소득 비율'에 관한 이론인데, 피케티는 '상속자산흐름의 비중'에 관한 이론을 제시한 것이었죠.
그리고 피케티에겐 지적하신 '노동/자본소득 비율의 안정성'은 오히려 이론적인 전제 중 하나였습니다.

피케티가 결론 부분에서 쿠즈네츠 가설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될법한 이야기를 하나 하긴 했습니다.

"What have we learned from this article? In our view, the main contribution is to demonstrate empirically and theoretically that there is nothing inherent in the structure of modern economic growth that should lead to a long run decline of inherited (nonhuman) wealth relatively to labor income."

그러니까 '근대적 경제성장이 노동소득 대비 상속되는 부의 상대적인 비중감소를 야기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 입니다.

상속되는 부의 비중의 증가는 분명히 확인되는데, 노동소득 대비 자본소득의 비중은 말씀하신 것처럼 20세기 전반을 걸쳐 크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노동/자본소득 분배비율에 기반한 분배론은 기본적으로 신고전파 생산이론에 근거하는 것(요소량과 요소한계생산성이 역관계를 가진다는 전제 하에, 경제성장과 함께 자본축적이 이뤄지면 자본소득이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들게 된다는 식입니다.)인데, 그러한 그림 하에서는 놓치게 되는 점들을 부의 상속의 흐름을 통해 포착할 수 있다는게 피케티의 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임트래블
14/06/01 16:34
수정 아이콘
이 부분은 아마 논란의 여지가 꽤 있을 것 같습니다. 19세기에 45% 정도까지 높아졌던 자본의 소득 비중이 20세기 들어 25%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은 어찌 보면 피케티의 견해와는 반대되는 증거로 보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20세기 들어 발전한 자동화로 인해 투입되는 노동량 대비 자본량이 더욱 증가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자본의 소득 비중이 일정한 수준을 보인다는 건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단위 노동의 소득이 단위 자본의 소득보다 증가했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논란이 끝나지 않았고, 중요한 논쟁거리를 던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긴 합니다만, 조금 더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미산
14/06/01 09:16
수정 아이콘
읽어보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번역본 기다립니다.
오쇼 라즈니쉬
14/06/01 10:45
수정 아이콘
토마토 스파게티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웬 논문이 (...)
14/06/01 11:42
수정 아이콘
왠 곰국이.. 이러셨으면 완벽한 리플이 되었을거 같네요 크크크
endogeneity
14/06/01 14:26
수정 아이콘
닉은 심오하신 분이 1차적 욕망에 좇아 마우스를 굴리시는군요
리그오브레전드
14/06/01 12:11
수정 아이콘
아 이 죽일놈의 캠릿브지..
14/06/02 02:59
수정 아이콘
+1 ...
포프의대모험
14/06/01 14:21
수정 아이콘
전쟁을 하면 불평등을 없앨 수 있다?ㅡㅡ; 제가 난독인가요
endogeneity
14/06/01 14:25
수정 아이콘
피케티는 '전쟁의 뜻밖의 결과' 정도로 말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냉정하게 말해서 전쟁이 소득이나 자산분배의 평등을 가져와야만 할 이유는 없죠. 약탈, 몰수, 인플레이션 같은 것이 수반되는데...
낭만토토로
14/06/02 09:18
수정 아이콘
요약 감사합니다. 역시나 프랑스라서 그런지 노동소득 분배율이 참 높군요.. 미국의 경우는 60% 중후반에서 계속 감소중인데, 프랑스는 거의 80%에 육박하네요.

학문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Great Gatsby Curve (참고: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2/01/15/the-great-gatsby-curve/?_php=true&_type=blogs&_r=0 )와도 연결이 되네요. 이건 부모(아버지)의 소득이 1% 증가할 때 자식의 소득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를 다루는데, 기대하는데로 미국은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다시 말하면 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가 되물림되는) 수치를 보여주는 데 프랑스도 생각보다 불평등도 작지 않고 사회의 이동성이 높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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