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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9 19:05:05
Name 승시원이
Subject [일반] 인간은 B와 D 사이의 C이다.
일하는 중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5월 1일이 제사인데 30일날 집에 와서 자고 아침에 짐 옮기는 것 (장보는 것)을 도와 달란다.

그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일을 도와주는 것 때문에 짜증이 난 것은 아니고 30일에 여자친구를 보러 가기로 했던 것이다.

대화를 살짝 끌면서 머리속에서 선택지를 고르기 시작했다. 엄마냐 여친이냐.

사실 간간히 집안 일 때문에 애인 혹은 아내와 틀어지는 경우를 왕왕 보면서 부모님의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나는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일의 순서는 언제나 먼저 잡은 약속이 우선이었고 지금까지는 약속을 깨거나 한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회사에서 일하는 과정에서의 인터럽트는 배제한다.)

아무튼 통화중에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 제사인데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작은 집들은 애들이 다 학교에 다니거나 유치원에 다니니 애들 데리러 가야한다. 60이 넘으신 아버지에게 짐을 들어달라고 차마 말은 못하겠다. 아... 차라리 여동생을 부르지. 아... 동생도 교사였지...(하긴 짐 들어주는건데 동생이 필요할리가...) 근데 저번주에도 일 때문에 여친 약속 빵꾸냈는데...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엄마가 짐 나르고 제사 밑 준비 다 했는데... 더군다나 3대째 장남인 나에게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이니...

엄마에게 알았다고 하고 여친에게 카톡을 보낸다. 다행이 별 말 없이 알겠다고는 해 줬는데, 속은 그렇지 않겠지... 카톡을 보내고 나서 한참동안 내 속도 쓰렸다.

집안 일 때문에 약속을 깨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남자인가보다. 여친보다는 당장 고생할 엄마가 떠오르는데... 모른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잠시 멍하게 있으면서 생각한다. 나중에 결혼 후에도 이러한 조건문이 나오면 나는 어디를 선택해야 하는가.

인간은 B와 D 사이의 C라더니... 갑자기 치킨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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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10년차
14/04/29 19:06
수정 아이콘
오오..역시 기승전치킨인거죠..갑자기 치킨이 땡긴다
승시원이
14/04/29 19:17
수정 아이콘
치킨은 진리입니다.크크크
Abrasax_ :D
14/04/29 19:08
수정 아이콘
그런 닉네임을 가진 회원님이 있었던 것 같네요.
승시원이
14/04/29 19:18
수정 아이콘
전 아닙니다.크크
짱구 !!
14/04/29 19:09
수정 아이콘
B와 D사이의 C

불닭과 닭갈비 사이의 치킨이죠.

살다보니 내 개인적 용무와 부모님의 요청이 겹쳤을 때는 가급적이면 부모님 쪽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탈이 적더군요.

불가피한 경우 최대한 서운해하시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이 경우는 현질이 짱입니다.
승시원이
14/04/29 19:19
수정 아이콘
호오... 불닭과 닭갈비의 사이였군요. 진리를 배워갑니다.
tannenbaum
14/04/29 19:11
수정 아이콘
B와D사이의C 님이 피지알에 계시는데 제목보고 그분이 생각 났네요

애인분에게 다음에 만나면 고마움을 표하시면 어떨까요?
미안해서가 아니라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승시원이
14/04/29 19:26
수정 아이콘
굽신굽신 넙죽넙죽 금이야옥이야 해야죠 흐흐흐
14/04/29 19:17
수정 아이콘
나름 연례행사면 전날에도 약속을 가능하면 안잡는게 좋습니다.... ㅠ.ㅠ

아무튼 치킨이 땡기네요 저도..
승시원이
14/04/29 19:27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그래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제 생긴거죠. 그 전까지는 엄마가 알아서 다 하셨으니...
RedallaB
14/04/29 19:19
수정 아이콘
왠지 모르게 치킨이 땡기는 글이네요...
승시원이
14/04/29 19:28
수정 아이콘
진리니까요.
솔로9년차
14/04/29 19:20
수정 아이콘
이제 제사도 체크해서 약속을 피해둬야겠네요.
승시원이
14/04/29 19:28
수정 아이콘
네. 그래야겠어요.
이쥴레이
14/04/29 19:24
수정 아이콘
여러분 이거 고난이도 염장글입니다..............!
승시원이
14/04/29 19:29
수정 아이콘
어떻게 아셨지?????????????
14/04/29 19:31
수정 아이콘
인생은 부먹(부어먹기)과 담먹(담궈먹기) 사이의 초이스(선택)다.
승시원이
14/04/29 19:35
수정 아이콘
오호... 또 다른 진리가???? (하지만 전 찍먹파입니다.)
14/04/29 19:39
수정 아이콘
D가 최고 아닌가요...??
14/04/29 19:41
수정 아이콘
저런 선택의 상황은 정말 난처해요...
승시원이
14/04/29 19:43
수정 아이콘
설마 그냥 죽으세요 는 아니겠죠? 크크크
14/04/29 22:10
수정 아이콘
아뇨 닉부이치치님과 Sprite님이 저의 마음을 읽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승시원이
14/04/29 22:34
수정 아이콘
아... 크크크 뭔지 이해했습니다.
닉부이치치
14/04/29 19:46
수정 아이콘
B는 부족하고 D는 과해보여서 저는 C 하겠습니다
14/04/29 22:11
수정 아이콘
멈추어야 할 때를 알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아릅답습니다. 닉부이치치님은 그곳에서 멈추시지만 저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습니다.
14/04/29 20:52
수정 아이콘
저는 B로 만족합니다.
14/04/29 22:12
수정 아이콘
저는 안되겠습니다!!
가을독백
14/04/29 21:12
수정 아이콘
전 A하겠습니다.
A학점이 최고죠.
14/04/29 22:12
수정 아이콘
제 마음속에는 S학점이 있습니다.
아티팩터
14/04/29 19:51
수정 아이콘
Breakfast 와 Dinner 사이의 Chicken 이죠.
승시원이
14/04/29 22:35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렇게 많이는 못먹겠습니다. 크크크크
영원한초보
14/04/30 00:25
수정 아이콘
명동 영양센터 통닭정식이 점심식사로 괜찮습니다.
배노아
14/04/29 19:56
수정 아이콘
이글때메 치킨 시키러 갑니다 내 돈 ㅠㅠ
승시원이
14/04/29 22:35
수정 아이콘
성공했네요. 감사합니다.
가을독백
14/04/29 21:14
수정 아이콘
한창때 부모님이 닭집과 치킨집을 같이해서 정말 무지많이 먹었는데도 질리진 않더라구요.
그렇게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은 음식은 치킨이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닭집을 하고 있는걸지도..
tannenbaum
14/04/29 21:22
수정 아이콘
저.... 닭집과 치킨집의 차이는 닭한마리와 양념통닭의 차이인가요?

물론 둘다 사랑합니다~~
가을독백
14/04/29 21:51
수정 아이콘
두개 같이 하다가 몸이 버텨주질 못해서 하나만 하는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두마리 튀기느니 세마리 파는게 이윤대비 인건비가 좀 더 절약된다고 해야될까요..
승시원이
14/04/29 22:36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치킨집을 했었드랬죠. 치느님은 진리입니다.
미오X히타기X하치만
14/04/29 22:31
수정 아이콘
저는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울부짖었던 그 '자장면'이 떠올랐네요.
그리고 일단 B나 D보다는 C죠..
승시원이
14/04/29 22:3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저는 큰게 좋......(여친이 이 글 보면 싸다구를 날릴지도...)
14/04/29 23:12
수정 아이콘
최선의 선택은 여자친구와 같이 내려가서...

아닌가요..? 크크
치렐루야
14/04/29 23:16
수정 아이콘
역시 치느님
Belldandy
14/04/30 01:29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로 치킨이 맛있나요? 난 왜 모르겠지? BBQ나 BHC 후라이드는 먹을만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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