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일요일마다 나와 함께 어딘가로 놀러 가고 싶어하신다. 내가 왜 같이 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네가 여자친구가 없으니까 나랑 놀아줘야지." 라고 하신다. 나는 어머니의 이 말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놀아드릴까 싶어서 순순히 따라나선다. 지난 일요일에 어머니와 놀러 간 산은 벚꽃,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 봄을 알리는 꽃들이 가득했다. 집을 나서기 전 귀찮아하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와 예쁘다"를 연발하는 내가 있다. 어머니는 핸드폰 사용법을 몰라서 언제나 나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달라 하신다. 내 핸드폰에 담긴 사진이 어머니에게도 옮겨지고, 친구들에게도 옮겨진다. 사진 한 장으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데, 신혼인 한 친구는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아직 답이 없다. 집에 돌아와 여의도 벚꽃축제를 검색창에 써넣으니 날이 예년에 비해 높아서 여의도 벚꽃축제가 2주 정도 당겨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혼자 밥도 잘 먹고, 커피숍도 다니지만, 벚꽃축제를 혼자 가기는 싫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커플임에도 솔로인 척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반대로 이 축제에서 커플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다. 혼자 할 수 없는 이 코스프레에 벚꽃구경을 하고 싶다던 여대생을 끌어들였다. 처음 여의도로 정해졌던 축제의 장소도 경복궁으로 바꿨다. 어머니와 청계천으로 등불축제를 갔을 때,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니까 등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짜증만 더해졌던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꽃을 시샘한 날씨는 목요일부터 빗방울을 떨어뜨렸다.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기온이 10도 가까이 떨어졌다. 문과생인 나는 비가 왔으니, 꽃과 나무가 빗물로 인해서 더 환하게 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생각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지난주의 꽃을 나는 보지 못했고, 이번 주의 꽃은 화사했기 때문에. 가는 날이 장날이랬다고 토요일도 비가 왔다. 오전에 확인한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을 접하지 못한 나는 우산을 챙기지 못했고, 둘은 우산 하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동선을 어찌나 예쁘게 짰던지 비가 올 때는 근정전과 경회루를 돌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 민속박물관을 구경했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내일 여의도로 벚꽃축제를 가자고 하신다. 나는 한동안 주말에 어머니와 놀지 못할 몸이 되었다. 죄송해요, 어머니. 그러게, 왜 저런 이유를 대셨어요. 아들이 여자친구가 생기면 놀아드리고 싶어도 놀아드릴 수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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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다보니 얼마전 여의도에 혼자 꽃놀이를 즐기러간 지인 한분이 떠오르네요.
그 많은 인파속에 혼자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즐겼다던데 새삼 존경스럽더군요.
그나저나 4월달 날씨가 왜이럴까요-.-
조금전에 들어왔는데 밖에 찬바람이..
어우 꽃피는 계절이 맞나 싶네요 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