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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1 19:49:12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찌라시..
제일 만만한 단기 알바는 역시 찌라시 돌리깁니다.
유게에 있던 시크하게 찌라시를 돌리던 캐릭터 인형을 쓴(심지어 배너를 등에 멘채로..)알바를 보고 문득 주절주절 몇 마디가 쓰고싶어
글쓰기를 눌렀습니다.
다른 이유중 하나는 글 안쓴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입니다.
쓸때가.. 지난거죠? 아마? 크크
#1. 양재동에 있는 꽤 규모가 크고 깔끔한 삼겹살집에서 였습니다. 동반1인과 이런저런 이야길 주고 받으며 있는 찰나에
푸른눈의 외국인이(그것도 훤칠한 남자가!!) 당당하게 테이블로 와서는 학생인데 도와주세염!! 하면서 뭘 내미는데
보통 할머니뻘 되시는 분들이 "아나~~ 껌 사라" 하는 느낌이 아니어서 잠깐 얼음이 되었었습니다. 동반1인은 제 눈치를 봤지만
눈빛으로 완곡한 거절의사를 밝히니 쉽게 포기하고 돌아서더군요. 신촌이나 수유, 연신내등에서 자주 목격되는 껌할매들의 근성이
아쉬워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동반1인의 눈은 하트까진 아니여도 관심이 가는 눈치였는데 눈빛연기 좀 더하지 그 청년도 참...
아!! 이건 찌라시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영업이라고 봐야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하나더...
#2. 그 때의 그 동반1인과 이번엔 양재동의 한 횟집에 있었습니다. 도다리에 정신 팔려있는 틈을 비집고 얼굴의 반은 덮은 안경을 쓴 소녀가
불쑥 얼굴을 내밉니다. "안녕하세여. 공부 열심히 하는 고등학생인데 도와주시면 공부열심히 할게여" 동반1인은 아예등지고
저를 타겟으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영업의사를 밝힙니다. 솔직히 예쁘다곤 할 수 없고 그냥 어려보이는게 다였는데 그녀의 영업전략은
기가막히게 통했습니다.
"무슨 공부 하는데요?"
"네, 저 낮에는 미용공부 하고 밤에는 이렇게 학비 벌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별 수 있나요. 도와줘야죠. 그 와중에 이성의 끊은 잡고 있어서 별 필요 없는거 말고 방향제가 그나마 낫겠다 싶어 두개를 삽니다.
저는 3일전에 다이소였나.. 이걸 본거 같아요. 두개 묶음에 천원에... 만원짜리를 주고 거스름돈을 기다렸는데...헤....
"저, 이거는 두개해서 만원이예요. 감사합니다."
'하... 구천원을 이렇게 수술당하네.... 구천원어치 괴롭히고 싶다..'
하며 벙쪄있는데 아까부터 동반1인은 이 사기꾼같은년을 유심히 보고 있더란 말이죠.
"저기, 나 본 적 있죠? 방배동에서.."
"네, 저 방배동은 안가는데요.. 어디서 보신건지.."
"혹시 내방역 근처 회사 온적 있지 않아요? 확실히 본 것 같은데..."
"저는 학원이 이 근처라 이 동네서만...맛있게 드세요.." 하고 사기꾼년은 사라집니다. 개똥같은년.
그 친구가 가고 동반1인이 그러더라구요. 너무 특징있게 생겼는데 자기 기억이 맞다고, 그때도 회사 들어와서 여자사원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남자사원위주의 영업을 하고 팔겠다고 내놓은 물건도 일치한다고요. 어린시절 앵벌의 대명사 껌할매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파생되었다니, 이것이야말로 근혜찡의 창조경제!!!
#3. 오리지날 찌라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규모가 작은 회사일 수록 보안에 소홀히 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중 좀 있어보이는 회사와
가장 다른점이 바로 출입문 보안이죠. 지금 회사는 영업을 해야하는 회사다보니 언제 손님이 올지 몰라 항상 열려있습니다.
출입이 잦지 않다면 보안키로 닫아놓고 가끔 있는 외부 손님에게만 열어주면 되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하죠.
살기 위해 찌라시를 뿌려야만 하는 자영업자 형님, 누나들과 알바들에게 저희 회사는 좋은 먹잇감입니다.
매번 문틈 사이로 쉭쉭 던지고 가시다가 열려있는거에 당황 하시는걸 목격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분들이 입구에 놓고 가시라고 해도 출입문과 가까운 제자리위에 놓아두고 가신다는 점입니다.
중국집, 퀵서비스, 돈까스집, 도시락집 등등등..
"아.. 저한테 홍보하지 마세여 ㅠㅠ, 저는 바쁜데다가 메뉴 선택권도 없단 말이예여.."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면 많게는 서너장, 적게는 한두장 책상 한켠에 찌라시가 쌓입니다.
퇴근 전 책상정리를 하면서 그 찌라시들은 빛 한번 보지 못한채 휴지통으로 쉭쉭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질것을 주고 간 그분들도 모르는것은 아니겠지만 본의아니게 그 분들의 성의를 무시한거 같아 잠깐...아주 잠깐 미안해집니다.
그 때 그 동반1인에게 전했던 마음이, 이렇게 매일 전하는 안부카톡이..
그 친구에게 휴지통속 찌라시 정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좋으련만..
휴지통을 뒤져 영동돈까스에 저녁을 주문합니다.
"사장님, 쓰레기봉투로 가기전에 제가 사장님의 정성을 알아봤습니다!! 돈까스 두툼한걸로 보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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