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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1 00:08:09
Name 고구마군
Subject [일반]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수호자 ADAC의 스캔들
독일 국민이 오랫 동안 믿어 왔던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동반자 ADAC(Allgemeine Deutsche Automobil Club: 독일 자동차 연맹)에게 발등을 찍히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ADAC가 매년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를 선정하는 투표에서 자동차 선호도 투표인 수뿐만 아니라 순위까지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ADAC는 뮌헨에 본사가 있는 독일 자동차 운전자를 지원하는 클럽이다 회원 수 1900여만 명을 자랑하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연맹이자, 국제 자동차 연맹(FIA) 가입 단체입니다. 1903년 고장난 자동차의 견인 및 응급조치를 돕는 일로 시작한 ADAC는 자동차 운전자를 지원하는 사업(예를 들어 사고나 고장시 빠른 현장 출동 및 처리, 사고자 및 운전자 병원이나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조치 등)을 통해 독일 국민의 신뢰를 빠른 시간 내에 얻었고, 그 신뢰를 등에 업고 현재는 주 업무 외에 헬리콥터 구조대, 무선통신, 신용카드, 출판, 여행 사업(여행보험 포함), 자동차 보험, 심지어 작년부터는 고속버스 사업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노란 색깔 자동차에 ADAC라고 적혀 있어 독일 국민들로부터 노란 천사라는 칭호를 받아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정부 기관이 아니면서도 우리나라의 도로교통공단 보다 훨씬 웃도는 신뢰를 쌓아가고 있던 와중에 대형 스캔들이 터진 것입니다.
ADAC의 주요 업무는 독일의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도 일반적으로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 처리 속도가 느리고 사건 해결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어 자동차 보험을 두고도 별도로 이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지요. 저도 많은 분들의 강력추천으로 이 회사에 3년째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1년에 90유로 정도면 유럽 전역에서 ADAC의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역을 독일로 한정하면 50유로 선에서도 회원 가입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운전할 일이 별로 없는 저는 겨울에 특히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시동이 자주 꺼지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었는데요. 휴대용 배터리 충전기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의외로 종종 ADAC의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합니다. ADAC는 매년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올해의 자동차를 선정하여 노란천사(Gelber Engel) 상을 수여합니다. 이 투표에는 저를 포함해서 회원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데요. 현재 회원이 약 1900만명인데요, 이 투표인 수와 순위를 조작한 것입니다. 참고로 2013년에 발표된 2014년 노란천사 상을 수상한 자동차는 폭스 바겐의 최고 인기 상품인 골프(우리나라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시리즈라고 보시면 됩니다.)였습니다. 쥐트도이췌 짜이퉁(남독일 신문)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발표된 투표참여 회원이 약 29만명이었으나, 실제는 7만6천명이었고, 골프를 선정한 회원이 공식 발표에는 3만4200명이었으나 실제로는 3400명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독일 국민들이 받은 상처가 꽤 컸나 봅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결국 회원 탈퇴운동에서부터 대표의 퇴진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결국 시민들의 분노에 Peter Meyer 대표는 2017년까지 예정되어 있던 직을 물러나게 되지만 노르트하인 지역의 ADAC 의장으로 계속 있게 되어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시민들의 성난 분노에 발맞추듯이 BMW, VW, Daimler 등 독일 유력 자동차 회사들은 자기들이 이때까지 받아온 ADAC의 노란천사 상을 모두(총 40여개) 반납했습니다. 2011년 품질 부문 올해의 노란천사 상을 수여했던 스포츠카 회사 포르쉐도 이 상을 반납했다고 하네요.
민간 기업인 ADAC에게 국가 기관에게 준하는 신뢰를 보여준 독일 국민들의 상처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ADAC는 그 동안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위치와 함께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의 성격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ADAC가 국민들로부터 받은 깊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이 공존할 때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쌓아 온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는데요. 땅에 떨어진 신뢰를 ADAC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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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민
14/03/11 00:09
수정 아이콘
한국인들이야 좀만 지나도 까먹고 모르쇠 하겠지만 과연 독일인들은...
고구마군
14/03/11 00:14
수정 아이콘
ADAC 대표도 처음에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여론의 무게를 이기도 못하고 사임했습니다. 결국 사임했다는 것이 독일과 한국의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4/03/11 00:21
수정 아이콘
VW이 조작으로 상을 받았다면, VW도 공범이라는건데 VW가 반납을...?

솔직히 VW뿐만 아니라 BMW, 다임러 모두가 공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고구마군
14/03/11 00:43
수정 아이콘
더 큰 진실은 아무도 모르겠지요. 독일도 우리나라 이상으로 자국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곳이라서요. 자동차 회사에서 보이는 상 반납이 하나의 퍼포먼스인지는 아직까지 드러난 정황은 없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14/03/11 00:41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부러운건 둘째치더라도...
흔들리는 저를 발견합니다. 절대로 틀렸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설득당할 뻔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국개론에 말이죠. 물론 저도 그 "개"의 하나이구요. 부끄럽지만...
고구마군
14/03/11 00:47
수정 아이콘
독일 국민 한국 국민들보다 정치에 훨씬 더 관심 없습니다. 다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한 여러 선각자들(하버머스 등)의 도움으로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큰 피해 없이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어진 하나의 틀이 생각보다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개론은 안됩니다. 흑흑.. 독일 사람들 다른 측면에서는 진짜 미개해요..
14/03/11 00:59
수정 아이콘
독일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없는 것은 저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ㅠㅠ.

제 속 뜻은 정치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나온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오늘 시사통이라는 김종배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절반의 인민주권"이라는 책을 소개하던데 꼭 읽어봐야 할 듯 하더군요. 책 소개에 따르면, "정치는 갈등의 공론화로 부터 시작되고 정당은 대안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듯 해보입니다. 결국 갈등의 주체(국민)들이 갈등을 공론화 시켜서 갈등이 사회구성원들이 다 납득할 만한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보완하게 만들 수 있는 정당 혹은 정치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최소한의 노력으로 결과를 보게끔 하는 선 순환적인 구조...라고 본다면...

더더욱 부러워지는군요.

아.. 그렇다고 제가 "나는 한국이 혐오스럽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어떻게든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이성적 구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개론은 안돼죠 안돼.
고구마군
14/03/11 01:15
수정 아이콘
좋은 의견과 책 추천 고맙습니다. 의견에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독일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갈등을 공론화시키고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과정과 결과를 거치고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로 시작된 정당간의 협상과 합의가 의외로 잘 이루어집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큰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세를 거스르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참 드뭅니다.
작년 9월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이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과반획득을 하지 못했는데 완전 압승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놀라운 점 몇가지를 발견했는데요. 한국처럼 승자독식구조 자체를 붕괴시킨 선거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가 1대1이라던지, 비례대표를 광역별로 뽑기 때문에 지역정당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점, 한 정당이 의회 과반을 하는 경우를 사실상 어렵게 해놓은 추가의석 배분시스템 등)과 집권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힘을 합치는 경우 정권획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언론사던지 그 가능성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의 선택은 메르켈과 CDU를 중심으로 연정하라는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시간이 걸렸지만 11월말에 CDU+CSU와 SPD 한번의 대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대연정을 꾸리는 협상도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대인배 메르켈이 외무부 재경부, 법무부 등 핵심 장관 자리를 양보한 것입니다.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는 진짜 원칙주의가 잘 짜여진 제도와 시스템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인 것 같습니다.
키스도사
14/03/11 01:52
수정 아이콘
엔터로 문단 분리만 하면 훨씬 보기 편할꺼 같습니다 :)
고구마군
14/03/11 07:01
수정 아이콘
제가 이런 쪽에 워낙 감각이 없어 신경 조차 쓰지 못했네요. 나름 바꾼다고 조금 바꿔 봤는데 미학적 감각이 테러리스트 수준이라 조금이라도 개선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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