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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0 14:37:59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일본 작가 작품 속의 흥미로운 한국에 대한 기술...
요즘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라는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예전 작품 [13계단]이 괜찮다는 얘기를 이곳 피지알에서 들었었는데 그 작품은 도서관에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제노사이드][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르기도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로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이 등장합니다. 아직 이 인물이 등장한 첫 부분을 읽고 있어서 작품 전체적으로 이 한국인 유학생의 캐릭터가 어떻게 잡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들리는 바로는 굉장히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인물로 그려 진다고 들었습니다. (작가가 고 이수현씨의 일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인 것 같은데 그것도 아주 선한 인물로 그려 진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겨의 몇 페이지에 걸쳐서 한국인이나 중국인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주인공의 큰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등장시켜서 그런 시각을 아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과도 별로 어울리지 않아서 튄다는 느낌 마저도 들 정도인데 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가면서 일부 극우적인 일본인들의 생각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소설 속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면...


["그로부터 얼마 지나서 겐토(주인공)는 일본인이 저지를 제노사이드를 알고 오싹했다. 관동 대지진 직후 '조센징이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을 푼다'와 같은 유언비어가 나돌자 정부와 정치가, 신문사까지 이 근거 없는 소문을 흘리면서 일본인들이 수천 명의 조선 반도 출신 사람들을 말살하도록 부추겼다. 총이나 일본도, 방망이 따위로 사람들을 가지고 놀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모자라 희생자를 땅 위에 눕혀 묶어 놓고 트럭으로 치고 나가는 잔학한 행위까지 벌어졌다. 일본이 조선 반도를 무력으로 식민 지배한 것이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켕기는 구석이었던 탓에,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오히려 흉폭함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폭력이 한계치까지 달해 조선 반도 출신의 사람으로 착각하고 일본인을 살해한 일도 많았다. 인종 차별주의자인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현장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대량 학살에 가담했을 것이다.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무언가 계기가 주어지면 그들 안의 잔인한 감정이 폭발하여 살인자로 돌변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마물이 스며들어 있는 것일까? 살해당한 사람들의 공포와 아픔은 어떤 것일까? 일본인의 무서움을 일본인은 알지 못한다."]



위와 같은 내용 때문에 이 작품이 일본 안에서도 좀 논란이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의 저 정도면 작심하고 썼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데 책의 판매고를 생각해야 하는 대중소설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 안에서도 정상적인 역사관이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 뉴스 같은 데서 혐한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보도를 보면 또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저런가 싶기도 하고...한국에서 보고 얻어지게 되는 단편적인 정보 만으로는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 자신도 되돌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우리가 동남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와 과연 얼마나 다른가? 하는 문제들도 되짚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꽤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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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용 에탄올
14/03/10 14:43
수정 아이콘
한국도 인종차별이 엄청나게 심한 사회라......
감모여재
14/03/10 14:43
수정 아이콘
한국 테크놀로지에 관한 글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그건 아니군요. 흥미로운 한국 기술이 뭘까.. 날틀 같은걸까.. 라고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14/03/10 14:45
수정 아이콘
저도...
14/03/10 14:55
수정 아이콘
3333..................
백화려
14/03/10 14:59
수정 아이콘
'한국에 대한 기술'이라고 쓰시는 편이 이해하기 좋았겠네요
아저게안죽네
14/03/10 14:48
수정 아이콘
이 작가는 다른 작품들을 봐도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이런 것들이 따뜻하고 공감이 가는 게 많아서 좋아합니다.
드랍쉽도 잡는 질럿
14/03/10 14:51
수정 아이콘
위의 감동적인 사례도 있고, 작가가 한국 쪽에 관심이 많은 분이더군요.
작품 자체가 SF 같은 느낌의 소재를 다루기는 하지만 사실 주된 테마는 일본의 그릇된 역사라서 당시 일본 쪽에서 반향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한국 쪽에서는 생각보다 그 부분이 언급 안 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책이 재밌어서 그랬는지, 흐흐;

수준 급의 재미를 보장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본 내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주제의 소설을 쓰는 좋은 작가입니다. 덕분에 여친 님이 번역으로 재미 좀 봤더랬죠. 많이들 사셨으면 좋겠네요~

이건 출간 당시 인터뷰입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30&contents_id=10889
Neandertal
14/03/10 15:36
수정 아이콘
오호~ 번역하신 분이 여친이신가 보네요...^^
눈시BBv3
14/03/10 14:52
수정 아이콘
원작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본침몰 만화판에서도 그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드라고나
14/03/10 16:04
수정 아이콘
원작에도 나옵니다
엑스밴드
14/03/10 15:0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여기 PGR에서 추천받고 나서 해당 작가분 책 5권 정도를 사서 봤는데 저한테는 '제노사이드'가 가장 재미있더군요.
다음이 '13계단' 이구요.
유로회원
14/03/10 15:06
수정 아이콘
뭐 술술 읽히는 소설이더군요....

템포가 빠른건 좋은데 여운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14/03/10 15:14
수정 아이콘
기술 + 이정훈 = 해병산개...

죄송합니다
엘에스디
14/03/10 15:35
수정 아이콘
최근에 <근대 도시공간의 문화경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여길 보니까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소위 '국가 차원에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미담 사례' 수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 중에서도 조선인에 대한 기술이 여럿 있었다는 기술이 나오더라구요.
혈기왕성한 자경단이 차별 내지는 학살을 조장하면, 분별력 있는 주인공이 그를 말리고, 그에 따라 무지하지만 온화한 조선인이 구원을 받는다는 스토리가 대부분인데, 저자는 여기서 이러한 미담이 학살의 주체를 타자화하는 동시에 그를 말리는 주인공=인간애를 '미담'으로서 추출하며, 동시에 조선인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미담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이것이 결국 미담이 은폐를 동반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을 하더라구요. 조선인은 관동대지진에서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대상'일 뿐이었다는 거죠.
실제로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수행한 역할과, 사회와 그들 본인들이 전쟁이 종결됨과 동시에 그 책임을 얼마나 빠르게 망각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한 발 비껴서 있었던 입장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특히 관동대지진의 경우와 같이, 국가와 민간이 합심해서 참혹한 재난의 기억을 미담과 재건의 원동력으로 바꾸고자 노력했던 경우에는 더욱 그럴 테고요.
아케미
14/03/10 16:58
수정 아이콘
우와! 제목만 보고도 끌렸던 책인데 이 댓글을 보니 언제가 됐든 반드시 읽어야겠네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iriuslee
14/03/10 15:57
수정 아이콘
정의 : 이과 Definition / 문과 Justice 가 생각나는 제목이군요.

구글 번역기는 이과였습니다.

http://translate.google.co.kr/#ko/en/%EC%A0%95%EC%9D%98
드라고나
14/03/10 16:07
수정 아이콘
한국에 대한 게 중요 내용으로 나오는 소설로는 다크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도 있습니다. 두 작품 다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yangjyess
14/03/10 16:50
수정 아이콘
저는 일본인 주인공과 한국인 친구와의 '정'에 대한 대화가 기억에 남네요. -------- 겐토는 항상 느꼈던 의문을 입에 올렸다..'한국인이랑 일본인 사이에 뭔가 다른 점이 있어?' ... ' 으음 우리나라 사람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감정이 있긴 해. 이건 미국인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모르는 마음의 이상한 작용이야. 한국어로는 정 이라고 해' ... '정?' ... '응 한자로는 뜻 정 자로 쓰지' ...'그거라면 일본에도 정 이란 게 있는 건데' ... '아니 아니, 일본어의 정 과는 달라. 설명하기 어렵네' ... '어떻게 설명해 주면 안 돼?' ... '무리하게라도 굳이 설명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강한 힘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얽힌 상대와는 좋든 싫든 관계없이 정으로 묶이게 되는 거지' ... '우호적인 거라든가 박애 정신 같은 거?' ...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안 좋은 일에도 생길 수 있어. 우리는 다른 사람을 100% 거절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지. 좀 더 나가 보면 사람과 사물 사이에도 생기기도 해' ... 겐토는 정이라는 것을 심정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했으나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잘 모르겠네' ... '그렇지? 정이란 말의 의미는 정을 알고 있는 사람밖에 알 수 없어. 말이란 그것이 가리키는 것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으니까' ... 겐토는 과학 용어랑 같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시킬 수 없는 것과 같이. 그것이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단지 일본보다는 한국 쪽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느낌은 들어' ... '응. 그럴지도 몰라' ... 평소 정훈에게 감도는 부드러운 분위기는 정 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겐토는 생각했다. 겐토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반드시 정 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케미
14/03/10 16:55
수정 아이콘
제노사이드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정훈 너무 좋아요 흑흑... 물론 주인공도 좋구요. 엄청나게 똑똑하고 성실하고 선량한 기술자들이라니...
사서 저 먼저 읽고 아버지 드렸는데, 아버지는 두 사람 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선한 거 아니냐고 하셨습니다만. 흐흐.
(아, 그리고 <13계단> 아직 안 읽으셨으면 꼭! 꼭! 꼭! 읽으세요 최고ㅠㅠㅠㅠ)

<일본 작가들이 본 근대조선>(이한정·미즈노 다쓰로 지음, 소명출판, 2009)이라는 책을 보시면 흥미를 느끼시지 않을까 싶네요. 조선 배경으로 쓴 사무라이 영웅소설이 있는가 하면, 식민지가 된 뒤 '친일파'가 된 일부 지식인들의 뒤틀린 심경을 관찰한 것도 있고, 완전히 '내지화'된 1930년대 서울의 거리를 바라보며 '나의 조선은 이렇지 않았는데! 다 일본 유행가나 부르고! 하... 씁쓸하다...'라고 생각하는 일본인-_-;; 입장의 소설도 있습니다. 허허.
14/03/10 18:46
수정 아이콘
제노사이드 영화화 되면 꼭 보고 싶네요.. 물론 천조국에서...
연필깎이
14/03/10 21:59
수정 아이콘
대단한 소설이죠.
14/03/12 05:42
수정 아이콘
한국인(여기선 재일 조선인이겠군요. 2차대전이 배경이니)에 대한 내용을 다룬 에토로후 발 긴급전 같은 소설도 있습니다.
스파이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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