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귀신이야기나 초능력을 지녀 투시할 수 있다는 신비인의 이야기, 아니면 넷에서 외모가 원빈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그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내용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질풍노도와도 같았던 중학교 시절. 요새는 중2병이라는 말로 많이 유명하더군요. 그 당시에는 스타가 많이 유행했었습니다. 저도 그런 문화를 따라 스타를 즐기기 위해 부모님 몰래 피시방에 많이 갔었습니다. 마침 그날도 한 친구가 스타나 한판 같이하자는 연락을 받고 밖에 나가던 길이었습니다. 빨리 오면 겜방비를 쏜다는 말에 서둘렀지요.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유독 날씨가 흐렸습니다. 왠지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지요. 저는 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우산을 챙겨 나갔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피시방을 향해 질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일의 원흉은 이상한 날씨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급했어도 왜 하필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지 지금도 살짝 후회가 되네요. 아무튼, 자전거의 바퀴는 계속 돌아갔고 어느덧 저는 피시방이 있는 길목에 들어섰습니다. 시계를 보며 늦지는 않았구나 하고 안도하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몸이 공중 위로 뜨는 감각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눈앞이 깜깜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크게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릿속에서 여러 상념이 자연히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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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 내가 죽은 건 아닐까?'
'나쁜 사람은 죽으면 지옥에 간다던데..'
'혹시 저승 사자님께서 나를 데리러 오신 건가.'
'이왕이면 예쁜 천사였으면 좋겠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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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속해서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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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세간에서는 보통 죽기 전에 생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하던데, 왜 난 안떠오르지?'
'그냥 깜깜하기만 한 거 보니 죽은 건 아닌가 보다.'
'휴, 그러면 이제 어떡하지.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마호메트…'
'또, 누가 있었더라….'
'아무튼 전지전능하신 조물주님, 앞으로는 피시방 안가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음, 그리고 바르게 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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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원이 신께 닿았던 것일까요. 점차 제 주위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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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인즉슨 그날 자전거에 올라타면서 저는 손잡이 모퉁이에 우산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달리는 도중 바퀴살 틈으로 우산이 순간적으로 끼게 되면서 자전거 앞바퀴가 멈춰졌고, 관성에 의해 저는 자전거와 같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것입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지라 자세한 과정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일어나서 주위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대략 그러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바닥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그때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눈앞이 깜깜해졌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러니까 저는 안타깝게도 바닥을 짚는 데 실패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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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그 이후로 저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생의 운을 그날 다 써버린 탓일까요. 다른 사람처럼 소꿉친구와의 인연이나 학창시절의 사랑이야기 같은 건, 안타깝게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날 맹세했던 말들을 지키지 않아 신께서 저에게 벌을 내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네요.
지금까지 유머게시판의 한 글을 보고 문득 떠오른 추억담을 옮겨 보았습니다. 뭐, 세상일이 다 그렇고 그러니 언젠가는 제3의 인생을 비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에는 꼭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소원과 함께 신께는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야기는 여기서 이만 줄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