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갑자기 한 여자분에게 저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전 원래 남자든 여자든 카톡으로 연락을 잘 안 합니다.
거의 연락을 받는 입장인데 여자분이 갑자기 이렇게 카톡이 온 걸로 봐서는...
"화이트 데이 사탕을 내놓으시오"
이렇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지역에 사는 여자분이 아니라서 맞다면 대체 어떻게 사탕을 달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저를 정말 아껴주시는 과장님이 떠나시면서...
제 손에 봉투를 하나 쥐어주면서...
"내가 떠나기전 너가 커플이 되는걸 못보고 가는구나 그런 의미에서 이건 꼭 여자랑 사용하거라"
라며 유언을 남기시면서 쓸쓸히 다른곳으로 떠나셨습니다.
봉투속에는 외식 뷔폐 상품권 2장이 들어있었습니다.
마침 카톡의 그녀가 주말에 부산에 놀러온다고 하길레
저는 과장님의 마지막 유언을 실행하고자
카톡을 준
"여자분에게 같이 뷔폐에 갈래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녀와는 이번에 만나면 두번째 만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뷔폐가 결혼식/돌잔치 전용 뷔폐라는것!!!
결혼식/돌잔치가 없으면 그 뷔폐는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먹을 수가 없겠더군요.
그래서 네티즌 여러분들에게 이걸 어떻게 해야되나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대다수가 거긴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해서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에게 피자집을 가자고 했습니다.
피자집도 외식상품권이 있기 때문에 저에게는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꼭 거기를 가야되냐고 하길레…
“그럼 좋은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거기로 가죠”
이렇게 말했더니 같이 찾아보자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상의 끝에 결국 중화요리집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개구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서 조개구이집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조개구이는 제가 별로 싫어해서 샤브샤브를 먹기로 하였습니다.
샤브샤브도 그냥 먹는거보다 샤브샤브 뷔폐가 있다면서 거기로 가자고 하더군요.
진짜 여자랑 식사하나 하는게 이렇게 힘들지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자꾸 장소를 정하고 바꾸고 저는 식당에 문의전화하고 또 다시 예약취소하고 정말 지치더군요.
저는 저번 만남에서는 그냥 운동화를 신고 하나도 안 꾸미고 가서 구두신고 정장에 차려입고 나갔는데 여자분은 저번에 만났을 때랑 반대로 하이힐도 안 신고 운동화에 아주 편한 복장으로 나오셨더군요.
그리고 뷔폐를 들어갈려는데...
갑자기 여자분이 ...
"여기 오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보니까 맛없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다른데 갈까요?"라고 말하더군요.
이번에 두번째로 만나보니까 평소 우유를 많이 드시는지 몰라도 상당히 우유부단한 성격이신거 같습니다.
선택이라는거에 엄청나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주변사람들의 말을 잘 들으시더군요.
저는 그래서...
"그러면 먹어보고 같이 욕합시다" 이러고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점심시간이고 뷔폐인데 사람이 없고 한적했고 조용했고 의외로 맛도 괜찮았고 모두다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식성이 이렇게 좋은 여자분은 아마 처음 만나본거 같습니다.
뷔폐가 아니었으면 어떤 음식점을 갔어도 배가 고프셨을거 같더군요.
엄청나게 많이드시는데 살이 하나도 안 찌는 체질이라니 너무 부러웠습니다.
먹고 나서 너무너무 맛있었다고 하시는걸 보면 만족스러우셨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녀가 먹은 양을 생각하면 절대 억지로 먹진 않았습니다)
식사후 제가 파리바게트 빵 무료교환권이 있어서 파리바게트 카페가서 음료와 빵을 먹는데...
전 뷔폐에서 너무 배가 불러서 빵을 한 조각도 안 먹었는데 여자분은 빵을 엄청나게 주문하시고 그걸 또 드시더군요.
정말 이 여자분 식성이 끝내주시더군요.
배 불러서 저는 움직이지도 못 하겠던데 -_-;
이 분이 말하시길 여자들은 밥먹는배 따로 커피마시는배 따로 빵먹는 배 따로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용두산 공원 산책 갔다가 송정해수욕장과 달맞이고개 가서 야경을 봤습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이 날 제가 부산에 알고 있는 여자들을 여기서 다 마주쳤어요.
지나가면서 여자들이 저한테 인사를 하는데...
인사하고 여자들이 카톡으로...
"올~!평소에는 하나도 안 꾸미더니 이번엔 신경 좀 쓰셨네요 화이팅~!"
라며 카톡을 보내주시더군요.
그러다가 여자분이 9시쯤 약속이 있다길레 이 분을 약속장소까지 데려다 드렸어요.
근데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갑자기 저보고 배고프지 않냐면서 식사 안 하냐고 또 물어보는데...
아니 밥을 같이 먹고 싶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전에 말하지 이미 약속장소에 도착하고 내리는 길에 문열어놓고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제가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해줄수 있을까요.
거기다 제 뒷차들은 빨리 가라고 빵빵거리는데...
이 상황에서 도저히 저녁식사까지 같이 할 수 없어서 헤어지고 왔습니다.
솔직히 오늘 저녁까지 같이 먹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네요.
정말 오랜만에 여자랑 데이트를 했는데 진이 다 빠지고 정말 힘들군요.
만나기 전 날은 양복도 꺼내 다리고 구두광도내고 머리도 하고 자동차 세차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니라 힘을 다 써버렸네요.
여자랑 하루 데이트 하는데 이렇게 생각할게 많고 할 일도 많고 힘들다니…
아... 난 그냥 솔로로 사는게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예상 댓글 : 안 이뻤나 보군요.
예상 댓글2 : 예쁜가요?
댓글 답변 : 애초에 예쁘지 않았다면 두번씩이나 안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