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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12/13 21:46:44 |
Name |
TheBeSt |
Subject |
[일반] 추억을 여행하다. |
방금 전 일입니다.
지인에게 전화가 왔는데, 저희 동네 땅을 사고 싶다며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땅의 위치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주소를 물어보고 '다음지도'에서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지인과 통화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담배 피러 제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제 방이 집에서 유일한 흡연구역이거든요.
저도 통화가 끝나고 아버지도 담배를 다 피시고 나가시면서 모니터를 슬쩍 보시더군요.
아버지 "야. 그거 뭐냐?"
아들 "지도에요, 위성에서 찍은 지도, (로드뷰를 보여드리면서) 이렇게 하면 주위 건물도 다 볼수 있어요."
아버지께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아버지 "서울 창천국민학교 정문으로 가봐"
창천국민학교 정문 바로 앞 우측으로 3번째 집은 아버지께서 태어나시고 무려 대학교 졸업하실때까지 사셨던 곳이었습니다.
로드뷰를 통해 보였더니
아버지 "아...... 싹다 변했네"
그외에도 근처 친척분들 집이나 친구들 집 위치를 보시면서 연신 "완전 변했네, 완전 변했어." 하셨습니다.
저희 집안은 아버지가 결혼하시면서 집안 전체가 공릉동으로 이사를 갔고,
공교롭게도 저희 아버지는 대학교 졸업이후 서울을 떠나 사셨기 때문에 30년 동안 신촌근처에는 가본적이 없으셨습니다.
한참이나 "변했네, 변했어, 하나도 모르겠다." 내 뱉으시더니 갑자기 엄마를 부르셨습니다.
저희 엄마도 결혼 이후에 외가가 아예 영등포에서 안양으로 이사를 가버려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30년 동안 예전에 살던집
근처에 가본적이 없으셨습니다.
'영등포 신풍시장 근처' 저희 엄마가 어릴적에 살던 동네였습니다. 다음 로드뷰를 통해서 보니 시장은 없어진것 같았고,
저희 엄마가 살던집은 워낙 골목이라 로드뷰로는 볼 수 없었지만, 이곳저곳을 가르키면서
"여기는 원래 구멍가게, 여기는 친구 아무개의 집" 이라고 말씀하시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예전에 살던집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저희 엄마였는데 간접적으로 나마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시고는 "아들 덕에 소원풀이 반정도는 한것 같다." 말씀하셨습니다.
두분은 예전 살던 집 위치를 보시면서, "여기서 많이 놀았다. 여기서 겨울이 되면 썰매를 타고 놀았다. 여기서 놀다가 다친적도 있다"
거기에 결혼전 처음 양가집으로 인사하러 갈때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면서,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을때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으셨습니다.
저는 고작 몇번의 클릭질, 약간의 드래그, 키보드 몇번 두드리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클릭 한번, 드래그 한번에 기뻐하셨고, 추억을 회고 하셨습니다.
두분이 제 방을 나가시면서 활짝 웃으시는데 왠지 모르게 제 기분까지도 좋아졌고, 부모님께 효도한 기분마저 들더군요.
피지알러 여러분들도 부모님의 고향집 아니면 과거 부모님과 놀러갔던 곳을 보면서 추억을 회고해 보는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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