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에서 과거에 아이큐 테스트앱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아이폰 쇼크에 한국이 휘청이던 무렵, 야심차게 SKT에서 T스토어를 출범시키고 콘텐츠를 소싱하던 시절, 저희는 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만들어 달라는 앱 중 IQ 테스트 앱이 있었던 거지요.
'뭐 적당히 질문 넣고 답변 점수 매겨서 수치화하면 되는거 아냐? 쉽네.'
이렇게 생각하며 기획서 만들어 보냈는데.. 빠꾸. 왜냐고 물어보니 너무 단순하고 재미가 없다네요.
무슨 아이큐 테스트에서 재미를 추구하냐 싶지만, 갑은 갑이니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아이큐 결과를 동물에 빗대서 보여주는게 어떻겠냐고.
말하자면 테스트를 끝내면 "당신의 IQ는 80. 당신은 돌고래 수준입니다!" 같은 식의 앱인겁니다.
"오 좋은 아이디어" 하고서 기획 컨펌나고, 동물들 이미지 구하고 다 만들었습니다.
근데 기획한 저나, 컨펌한 갑이나 지능이 이리 수준밖에 안되었는지, 우리는 중대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인 즉슨.. 정상적 인간이 아이큐테스트를 하면 대부분 90이상은 나오는데, 90이상인 동물은 없다는 겁니다.
즉 누가 테스트를 해도 다 인간 아니면 원숭이급만이 나올테니(사실 인간이니 당연합니다?) 이 앱은 존재의의가 없는 샘입니다.
문제는 이걸 다 만들고 깨달았단거죠.
개발자 : 어떡하죠?
이리 : .....
개발자 : 이거 앱이 아무 쓸모가 없잖아요. 우린 똥을 만들었어요.
이리 : 할 수 없다. 용단을 내리자.
개발자 : 뭔데요?
이리 : 아이큐를 강제로 깎어.
개발자 : 네?????
이리 : 아이큐 200짜리도 120정도밖에 못 받게 해. 그럼 결국 다 동물이 되겠지. 로직에서 숫자만 바꾸면 되니 좋지?
개발자 : 뭐이 미친노..
이리 : 새로 만들래?
개발자 : 사장님 굿 아이디어!
...그리고 그렇게 숫자만 바꾼 앱이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 티스토어 최고의 인기앱중 하나로 수십만 다운로드가 이루어집니다...
...덧글창은 이내 통곡의 강이 되더군요.
자신의 지능이 여느 포유류에도 못 미친다는 충격에 빠진 사람들의 아비규환을 지켜보며, 저는 유유히 계좌이체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냥 심심해서 옛 이야기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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