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가 마지막 남았던 화사했던 벚꽃과 진달래 꽃잎을 떨구던 그 때 그녀와 나는 까페에서 마주앉아 있었다. 흔한 커피전문점과 같은 인테리어이지만 쇼파가 좀더 푹신하고 쿠션이 있다. 나는 푹신한 쿠션속에 파묻혀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한 카라멜 마끼야또를 마시던 그녀는 창밖에 비를 바라보던 날 불러세운다.
"뭘봐요? 그렇게"
"비가 오잖아.."
"나보다 비가 중요한가?"
"그럴리가."
딱잘라 이야기하며 바라본 그녀는 여전히 귀엽다. 사실 나는 대단한 감성에 취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나는 우산이 없어서 창문밖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녀와의 예전일이 생각났다.
"너 기억나? 내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던날 너 우산씌워줬던거.."
"음..우산 씌워준게 한두번이었나?"
"우산 씌워주면서 어깨 감싸줬던 날 기억 안나?"
"응? 그런적도 있어요? 혼자 상상한거 아냐?? 상상한걸 진짜처럼 믿고 막.."
그녀가 살짝 웃으면서 장난을 쳐온다.
"남자친구 망상하는 사람 만들어서 좋겠습니다?"
"크크 이거 기분 참 괜찮은데요??"
"근데 궁금했던게 있었어.."
"뭔데?"
"비오거나 춥다거나 그럴때 손잡으면 순순히 내줬으면서 그냥 잡자고 하면 그렇게 싫다고 버티더라?"
"그랬죠 크크크"
"왜 그랬었어?"
"음... 그냥 손을 잡는건 싫지 않았는데 이유없이 잡고 싶진 않았어요."
"왜?"
"그냥 그땐 그랬었어요.."
그땐 정말 그랬었다. 추우면 손 만져주고 비오면 어깨를 감싸주고 길이 어려우면 손잡고 걸어갔지만 이유없이 손을 잡자고 그러면 그렇게나 거부했었다. 도대체 왜이러냐고. 나도 참 그정도로 거부당하면 그만할만도 한데 참 끈질기긴 끈질겼단 생각은 든다. 여튼 그녀의 마음은 이해가 아주 안되지는 않는다. 나랑 이유없이 손잡을 사이는 아니었으니. 과거의 추억이 나로하여금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게 만들었다.
"또 왜이래요? 크크"
"뭘 왜이래? 새삼스레 너야말로 왜이래??."
"하긴. 크크 근데 혹시 그건 알아요?"
"뭐?"
"자기가 나한테 처음 뽀뽀했던날말이에요"
"응. 집앞 담벼락에서 했던날?"
"응. 그날 부터 일주일동안 나 그 생각만 한거 알아요?"
"그랬어?"
"응 나 일주일동안 가만히 있으면 그일이 계속 떠오르는거야.."
"그래서.... 좋았어?"
"크크 좋긴요.. 그냥 미쳤어미쳤어 하면서 생각하고 있었죠.."
"의외네 나한텐 그런말 안했잖아. 연락도 없었고."
"그랬죠.. 그때는 절대 말못했었는데 나 일주일 동안 자기 생각만 했다? 흐흐흐"
그녀는 한번만 한다더니 라며 입맞춤하던 나를 뿌리친,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었을, 그 처음의 입맞춤 이후로 나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그렇게나 날 생각했을지는 정말 몰랐다. 알았다면 그땐 정말 행복했을텐데.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었다.
"왜 말 안했어?"
"그걸 어떻게 말해요!! 크크 혼자 생각만했지."
"계속 계속 떠올랐어?"
"네..그 일, 그 생각이 사라지지가 않았어요. 집에 도착했을 때 담벼락보면 여기서 했었지라고 생각 들고...."
"근데 왜 일주일밖에 생각안했어? 고작 일주일만에 사라졌나?"
"그건요.."
"그건?"
"일주일 뒤에 또 뽀뽀했잖아요. 그뒤엔 새로한 거 생각하느라.. 크크크"
그랬었구나. 내가 마음고생하며 그녀를 기다릴때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그렇게도 내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이 새삼 사랑스럽다. 그녀를 안아주고 입맞춤해주면서 나직히 속삭여주었다. 앞으로는 매일 매일 새로운 생각나게 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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