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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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20 01:13:08
Name 착한스
Subject [일반] 폐인생활...아련한 추억(?)


(솔직히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다른 분들도 이런 경험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지나고 나니 추억(-_-;)이 된듯 생각도 가끔 나서
끄적여 봅니다. 뭐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기도 해서...;)





'사람은 보통의 경우 자신이 경험한 만큼, 아는 만큼 그리고 현재 처해진 환경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려고 한다.'




수년 전...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기 전...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구직활동을 시작도 하기 전...

저는 약 2년여간 흔히들 말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 생활을 하였습니다.

대학에서의 원하는 만큼의 학업성취도, 대인 관계, 기타등의 실패로 현실을 잠시만!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잠시나! 였습니다만 현실은........;;)



아뭏든...

마침 2005년 초였던가요...  시기도 참..-_-;;

눈보라사의 w모게임과 맞물려 정말 삶의 끈(?)을 반쯤은 놓아버리게 됐죠.

두문불출하고 게임, 인터넷에만 거의 하루종일 매달렸습니다.

현실을 도피하고 가상세계에서 강해지는 나자신을 보며 흐뭇해 했으며 낮과 밤이 바뀌는 올빼미 생활을 시작하게 돼었죠.

식사는 하루에 1끼 또는 2끼를 거의 저녁과 자정무렵에 몰아서 폭식하였으며 배달음식이 주식이었습니다.

현실에서의 패배감 때문인지 온라인상에서는 남에게 뒤쳐지거나 혹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 토론까페등에서

설전이 벌어지면 무슨 수를 다 써서라도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래도 최소한의 "이성"은 남아 있었던지

'이건 아니다. 내 의견이 틀렸군' 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낯선 미지의 타인에게 자존심을 굽히기는 싫어서

말돌리기나 꼬투리 잡기 논점회피등으로 일관하기도 했었죠.

남의 의견을 듣고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는 "여유"자체가 저에겐 없었습니다.

적어도 그땐 그냥 모든것이 비관적이었고 세상은 어둡고 앞은 깜깜했습니다.

올라가는 캐릭의 장비와 레더에 비례해 현실의 나는 더욱더 초췌해져만 갔습니다.

벗어나고 싶다는.. 이렇게 살아서는 결코 안된다는 마음은 항상 가슴 한켠에 들었지만

억지로 자기합리화시키며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어두운 굴레....  굴레를 벗어나기가 그 땐 왜그렇게 힘들었는지....



.....(생략)



굴레를 벗어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나고 나니 웃음만 나오기도 하는군요.

가끔 그 때 즐기던 게임사이트 게시판이나 자주 들리던 토론 까페 등을 가~~끔 들려서 제가 남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몇몇의 글들과 리플들은 정말 낯이 뜨거울 정도 더군요..

그래도 반면교사라고 삭제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고 가끔 들려서 얼굴을 붉히는데 사용해야겠습니다.



ps1. 퇴근 후 들려서 잠깐 잠깐씩 들려서 좋은글과 양질의 리플들을 읽을 수 있는 pgr21이란 사이트는

새삼 참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따지고보면 pgr이라고 격이 다른 사람들만 들려서 글을 남기고

읽고 하는 곳은 아닌 어짜피 같은 사람이 돌고 돌며 타인을 비꼬기도하는 인터넷이지만 pgr이란 격식과 환경이

사람을 조금은 달리 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ps2. 사람은 죽이되던 밥이되던 일단은 바깥으로 나돌아 다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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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0 01:17
수정 아이콘
그러믄요~ 흐흐
11/03/20 01:17
수정 아이콘
어떻게 굴레를 벗어나셨는지가 궁금한데요?

PS2에 동의합니다. 정말 뭘 하든지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야 돼요.
11/03/20 01:21
수정 아이콘
인간이 사람 인에 사이 간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거죠. 혼자 있으면 가상의 세계만 창조되고
그곳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죠.

ps2. 사람은 죽이되던 밥이되던 일단은 바깥으로 나돌아 다녀야합니다.
슈퍼컴비네이션
11/03/20 02:1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입니다 크크 저도 한때는 인터넷에서의 토론이 꽤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적이 있습니다만...은 개뿔. 지금은 인터넷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인터넷은 그냥...정보 얻는 용도로만 쓰는게 최고인것 같네요.

그리고...ps2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psycho dynamic
11/03/20 02:23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 제대하고 나서 부터 폐인생활 2년정도 했습니다. 글쓴님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폐인 이었던것 같습니다. 게임방에서 72시간 연속으로 토막잠 자면서 게임했던 적도 있으니까요. 잘 다니던 대학도 때려치우고 게임만 했죠.
뒤늦게 정신차리고 26살에 대학을 다시 입학했습니다. 96학번이 02학번이 되어버린거죠.

남들보다 좀 늦었으니 그만큼 더 열심히 살자..
30살에 첫 직장을 얻고 34살에 이쁜 마누라도 생기고 35살이 된 올해엔 천사같은 딸까지 생기리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마이러버찐
11/03/20 03:21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군대 다녀온 뒤 2년간 재수한 다음에 실패하고 공무원 공부 한답시고 부산 서면 학원가 고시원에 공부하러 갔다가
넥모사의 초딩게임의 대명사 ***스토리에 빠져서... 크크크 2년간 올빼미생활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제가 하던 섭 최초 그 당시 새로 나온 대빵도 잡고 했었죠 크크크...

2년간 진짜 밤낮 바뀌면서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른건 모르겠고 부모님께 정말 죄송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에 자다가 일어나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임캐릭 삭제하고... 본격적으로 공부했드랬죠...;;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 게임을 해서 살은 살대로 찌고 몸이 많이 망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운동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사람 사는 것 같더군요.
그런 마음가짐이 갑자기 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 못했더라면 어휴... 상상하기도 싫군요.

저도 지금은 공무원쪽(소방) 시험에 합격하여 일한지 1년 반이 조금 넘었네요... 올 초에 결혼도 하고... 크크크
구급 출동 다녀온데 잠이 안와서 인터넷 디적디적 거리다가 이 글 보고 기분이 묘해서 몇 글자 써보네요.

결론은...
사람은 죽이되던 밥이되던 일단은 바깥으로 나돌아 다녀야합니다 (2)

아 그리고 희한한게... 그 당시 하루 반나절 이상 했던 게임을 지금하니 30분이상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요즘에는 피파나 스타 같이 한게임 한게임 조금씩 할 수 있는 게임을 진짜 취미 생활로 하고 있네요... 이젠 폐인이 되고 싶어도 30분이상되니 지겨워서 못 하겠더라고요. 사람이란게 희한한 것 같네요.
스폰지밥
11/03/20 04:46
수정 아이콘
한국 사회가, 이 좁은 국토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살아가며 아웅다웅하는 곳이니까요. 정말로 홀로 은둔생활을 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불가능하죠. 게다가 돈을 벌려면 밖으로 나가기 싫어도 등떠밀리다시피 나가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게 숙명이죠.
무리수마자용
11/03/20 04:49
수정 아이콘
지금 저네요 ㅠㅠ
PGR끊고싶다
11/03/20 08:44
수정 아이콘
전게임한번잡으면 저희반이나 친구들중에선 탑에올라야 속이시원해서....
전 길게는못하고 한두달 미친듯이파서 고렙이나고수가 된적이 몇번있습니다. 중학생때 모두 디아블로 할적에 14살때부터 15살때까지 조던만 20인벤정도벌어본것같네요.. 조던꽤 비싸던시절이였는데.... [m]
11/03/20 14:04
수정 아이콘
한참전이긴 하지만 저도 만만치 않았던 폐인이였던거 같네요.
그때 느낀건 게임상의 자신과 실제자신은 반비례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벌써 결혼7 년차에 애도있고 집도있고 하지만 그땐 한치 앞이 안보이는...
지금생각하면 참 한심한 녀석이였죠. 근데 또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을 밑바닥까지 철저하게 망가트릴수 있는 사람은 위로 올라갈수도 있다고요.
새로운 자신은 현재의 자신을 부수면서 이루어지는거니까요.
3분맛카레
11/03/20 16:32
수정 아이콘
와우에 꽤 빠져서..글쓴분과 동일한 시기에 참 힘들었습니다.;;

어느순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정 통으로 날려 버리고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공무원으로 5개월째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세상사 모든거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하네요.;
11/03/20 17:02
수정 아이콘
와우에 빠져서 살다가...
이제 정신차리고 다시 새 생활을 막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드네요.
망가진 패턴이며 몸이며 모든것을 새롭게 되돌리기란..

좋은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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