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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1/24 10:33:12
Name Typhoon
Subject [일반] 연애란 무엇인가?
연애란 무엇인가?



나는 연애를 제외하고는 타인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상대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며, 상대를 깊이 탐구해 본적이 많지 않다. 나에게 있어서 타인이란 타인일 뿐이며, 결국 남일 뿐이다. 물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위로가 되는 소중한 친구들은 존재하며, 그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조차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연애의 그것과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그저 단순히 외로워서, 혹은 상대의 외모나 능력의  가치가 매력적이어서,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 일수도, 또한 성적인 목적일 수도 있다. 어쨌든 다양한 이유들로 사랑에 빠지거나 연애를 시작한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당신이 선택할 수 있으나, 사랑의 진행은 당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정이 들고, 상대가 지닌 가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상대를 인식하고 빠지는 순간. 당신은 이미 스스로를 컨트롤 할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때부터는 상대가 지닌 가치의 중요성 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얻고 당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전달 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것이 진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이제 연인으로서의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고 해서 즐거운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애의 과정 속에서, 때로는 상대에게 실망하기도 하며, 혹은 상대가 싫지는 않지만, 더 이상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연애를 시작 할 때에는 자신의 의지로 시작했더라도,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헤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아무리 삶에 치여 변화와 고통에 대해 무뎌지더라도, 이별 앞에서 개인은 한낱 초라한 영혼에 불과하며, 그 마지막을 고하는 사람이 내가 되든 혹은 그, 그녀가 되든. 헤어짐 앞에선 개인의 가치는 그저 벌거벗은 채로 초원에 나선 사람처럼 초라하고 약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그 끝이 허무하고 슬프고 겁나더라도, 어떻게 지나온 과정들이 가치 없다 하겠는가. 내가, 그리고 상대가 서로를 위해, 서로를 바라보며 지내온 시간들이 존재하고. 그 시간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서로가 영향 받으며, 인생이 변하기도 하고 성장하지 않았는가.



또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헤어짐 또한 중요한 에너지가 된다. 헤어짐이라는 아픔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이러한 담금질의 과정을 잘 견뎌 내었을 때, 스스로 자진해서 아픈 자기 성찰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하며 자신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연애란 마치 미래의 행복을 가불해서 쓰는 것 같기도 하다. 헤어짐은 그만큼 아프고, 당신이 즐거웠던 만큼 당신을 아프게 한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사랑을 하지 않는 개인은 그 자체로 불안정한 존재이다. 때로는 연애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부족한 채로 자신을 완성시켜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언젠가 다가올 연애의 폭풍에 노출되었을 때 새로운 변화에 자신을 적응시키지 못해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비록 현재 그들이 안정을 느끼고 있겠지만, 일시적일 뿐이며, 그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사랑하지 않는 개인이 불안정한 이유는 바로 연애의 특수성 때문이다. 가족 관계를 제외한다면,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탐구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후천적인 훈련과 사회화를 통해 타산적인 마음을 배운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는데 익숙해 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빠르게 분류하고 상대와 나의 관계를 정의하여 안정감을 얻는데 익숙해 있다. 타인에게 큰 관심을 서로 주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당신이란 존재가 타인에게 그만큼 가치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은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라, 물론 예술작품이라던가, 당신이 쓴 글, 당신의 업적 등등이 당신을 증명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존재'의 증명은 '타인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당신이 실존한다는 것은 스스로 증명 할 수 있지만, 타인에게 증명 하는 것은 타인이 얼마만큼 당신을 기억하는가 이다. 당신의 지인들은 분명 당신을 증명하고 있지만, 이것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대신에 완전하지 않다. 그들은 그저 보이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고,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지도 않다. (물론 이 시점에서, 부모님의 관심, 그리고 2세를 가지는 것이 이런 것을 대신 할 수 있다고 항변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옳다. 하지만 이 글은 결혼의 경우를 배제하고 있다. 이유는 내가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결혼 자체가 영원한 연애를 위한 일종의 약속과도 같지 않은가?)



그래서 연애가 필요한 것이다. 그 기간이 짧고 길고를 떠나서, 연애를 통해서 당신은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와 당신이 이 세계에 실존함을 상대를 통해서 절실히 인정 받을 수 있다. 친구나 가족의 요청에도 무심해 보였던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밤새 선물을 고민하기도 하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사랑함의 또 다른 표현이며, 결국 상대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투자함과도 같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고유의 본능이 결국 자기 스스로를 위해 타인을 사랑함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결국 연애란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본능적 행동임과 동시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연애는 괴롭고, 행복하며, 추잡한 동시에 아름답다. 나의 존재가 투영된 상대는, 사랑하는 그 순간 세상의 무엇보다 아름답고 소중하며, 상대가 나를 부정할 때에는 끝없는 낭떠러지를 떨어지듯 괴롭다. 연애는 그 자체로 철학이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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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asice
11/01/24 11:04
수정 아이콘
아...왜이렇게 가슴이 뜨끔거리죠;; 특히 연애를 하지않고 혼자만으로 자신을 완성시키려는 사람...;;;;;;
아이돌팬질은 그만두고 어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인가요; [m]
11/01/24 11:17
수정 아이콘
연예란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 않는 NONEXISTANCE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출처 MY DICTIONARY
11/01/24 11:3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이네요. 역시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 만큼은 같은 생각인가봐요.
ARX08레바테인
11/01/24 13:00
수정 아이콘
그것은 머나먼 이상향...
The Greatest Hits
11/01/24 13:52
수정 아이콘
이 글이 이해가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공감이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공감은 되지만 그것을 넘어야 어른이 되는 걸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국제공무원
11/01/24 13:59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과 관계있는 요즘 일이 생각나 문득 질문드리고 싶어지네요~답변부탁합니다.
최근에 반도체 영업을 시작했는데, 1달정도 더 일하면 OJT 기간을 벗어나서 정식사원으로서 비지니스를 시작할듯 합니다.
이날도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저의 사수분과 업체로 향하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사수께서 문득 저보고 왜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느냐고 물어봤습니다.(그전에 9월에 헤어졌고, 그상황을 알고있는 사수 입니다. 40대)
만들려면 언제든지 만들수 있지만,전 일에 집중하고 싶고,인정받고 싶어서.. 그래서 여자 생각이 나면 오래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과 하룻밤 데이트로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사수께서 하는 말이 그래서 넌 안된다고, 비지니스맨이 되려면 일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고 해야지, 너무 한 곳에만 치중하고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줄 아냐고, 고객도 여자친구 다루듯이 소중하게 다루려면, 일과 연애를 동시해 잘하는게
성공하는 비지니스맨의 기본 자질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입니다.
그때는 그려려니 넘어갔는데 이글을 보니 궁금해 지네요.. 누구 의견이 맞는 건가요?(맞고 틀리고 사람따라 다른 가치관일 뿐인가요?-_-)
꼭 연애를 해야 할까요? 어려워서 여쭈어 봅니다.
11/01/24 15:45
수정 아이콘
coolasice 님// 팬질도 하시면서 연애도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
Right 님// 감사합니다!!
The Greatest Hits 님// 어른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애란 그 대상의 정신적 성숙도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자기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과정과도 같으니 말이지요.

국제공무원 님// '일과 연애를 동시에 잘하는 것' 은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말씀해주셨던 사수분과
국제공무원님의 의견차이는 조금 다른 곳에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대화에서 '국제공무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마치 '일'과 '연애'과 서로 상충되는 위치에 있으며,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을 희생해야 함을 전제로 하고 계십니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는데요. 조금 생각해보면 참 어색하고도 안타까운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명예나 돈등의 가치를
얻고자 합니다. 혹자는 누구도 부럽지 않을 성공을 이루어 내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선망의 시선을 받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들여다 보면, 그러한 성공이라는 열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러한 노력과
투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때, 우리는 그 상황을 자신의 노력탓이나 의지의 문제로 돌리곤 합니다.

한발 물러서서 이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해서 너무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애에 대한 빗나간 시선 중 하나는, 연애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연애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내가 아닌 상대를 위해 투자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글로 썼듯,
결국 연애에 있어서 상대를 위해 쓰는 시간이나 노력 등은 결국 자기 자신의 행복추구를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고, 그러한 노력은
행복을 얻기 위한 다른 가치들에 비해 큰 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비지니스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행복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합니다. '일'의 측면에서만 아니라 더 넓은 시선에서 비지니스를 '인간관계'의 측면으로 바라보신다면, 성공한 비지니스맨이
되기 위해서 연애의 가치 역시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의 부족한 철학을 늘어놓아 보았습니다만, '국제공무원'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11/01/25 01:43
수정 아이콘
연애는 사랑의 수많은 표현방법중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연애가 '보편화'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지요.
당장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봐도...^^
전체적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조금 아쉽게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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