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태영 국방부장관께서 낸 사표가 청와대에서 수리되었다고 한다. 북괴의 포탄에 민간인 둘과 해병대원 둘이 죽었고 많은 부상자가 생겼으며 민간지역의 피해가 컸던 상황이니 장관님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번 사태에서 국가의 영토,영공,영해에 대한 주권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군대는 어떤 방식으로든 져야 하는 상황이고 대통령을 제외하면 군 최고의 통수권자이자 대한민국 군대의 얼굴이라 할수 있는 국방부장관의 사퇴는 그것을 제대로 보여줄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사표를 제출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리했다. 물론 일이 터질때마다 누군가의 모가지가 날아가는, 즉 한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관습을 비난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저런 관습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적어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싸움질만 하다가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사표제출은 연평도 도발사태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그가 사표제출을 한 것은 바로 5개월 전, 천안함 사태 당시였다. 지금보다 인명피해도 훨씬 컸고, 또 여러가지 논란도 많았던 사태였고 그랬기 때문에 국방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수리해주지 않았다. 천안함 사태가 아직까지 논란거리가 되고 있고 또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난여론이 거셌던 것을 기억하는 글쓴이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와 군에서 전시상황도 아닌 적의 공격에 수십의 생명이 익사당한 책임을 아랫선에 미뤄두고 취했던 천안함 후속 조치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고, 천안함 사태는 그대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방부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청와대는 '연속된 군 사고로 인한 군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이유로 5개월이 지난 사표를 이제서야 수리했다.

아무리 장관의 인사권이 대통령에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한 장관직의 인사처리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그 유명한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만약 한 나라의 장관직의 인사처리가 합당하다고 하더라도 민주적이지 않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민주국가가 아니라 독재국가이다. 대일본제국이나 히틀러의 나치, 혹은 저 북쪽의 김 아무개 정권과 다를바가 없다는 소리다.

청와대의 이번 사표수리는 매우 빠르고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사태가 발생하고 채 사흘이 되지 않아 바로 사표수리를 했고 구두논평을 냈다. 거기에 대한 근거는 그저 '연속된 군 사고로 인한 군의 기강을 쇄신하기 위한 조치'라는 청와대측의 일방적인 구두논평 뿐, 글쓴이는 사표수리 과정에서 어떠한 민주적인 절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사퇴로 군의 기강이 쇄신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5개월이나 지난 사표를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만에 곧바로 수리해버리는 인사처리는 말도안되게 비민주적이다. 물론 어찌되었든 연속적으로 대형 군사고가 났으니 국방부장관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더라도 결국엔 청와대에서 경질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진 사퇴와 경질은 판이하게 다른 결말이다.연속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에서의 갑작스런 국방부장관의 사퇴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자진 사퇴해버린 국방부장관을 사람들은 무책임하다고 욕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여러분 이거 다 오해입니다' 하며 이미 수리된 사표를 다시 무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청와대는 5개월이나 지난 사표를 갑작스레 수리해버렸고, 김태영 국방부장관께서는 물러나시게 되었다. 대응사격에 왜 15분이나 걸렸냐는 질문이나 해대는 국회의원들에게 '전쟁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다'라고 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서.










아직 머리에 피가 덜 말라 군대에도 못가본 글쓴이가 김태영 국방부장관님에 대해 알수 있는 정보는 그저 인터넷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그분(!)께선 매우 청렴하고, 바른말을 잘하는 그런 분이셨네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그에게서 어떠한 비리 의혹도 밝혀낼 수 없었고 그저 'IF'질문들만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김태영 국방부장관님에겐 아무 문제꺼리도 되지 못했었답니다. 게다가 몇몇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들은 무려 청문회 자리에서 그를 두둔했다고도 하고요.

여러모로 참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아니, 많이 주제넘은 말인지도 모르나 차라리 김태영 전 장관님 본인께는 잘된 일인지도 모르죠.

그와는 별개로 사망하신 분들께는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