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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26 16:27:47
Name DE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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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당신들은 이겼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으레 3,4위 전이라는 것은 무관심 속의, 맥없는 경기가 되기 마련입니다. '유종의 미' 라는 단어로 치장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두 팀 모두에게 패배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채 치루는 경기이기 때문이겠지요.

더군다나 어제와 같은 경우라면 더욱 그랬습니다. 군복무 면제라는 얄궂은 것이 오로지 1등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기에, 그들에게 3등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었잖아요.


그것을 위해 팀과 마찰까지 빚어가며 날아온 선수가 있었고,

한발 먼저 이루어낸 야구 대표팀의 화려한 우승이 있다는 것,

또한 4강에서 종료 직전에 당한 어이없는 패배 때문에, 그들 모두는 비웃음과 조롱 속에 깊이 잠겨 버렸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의 3, 4위전이라는 것은, 어쩌면 잔혹한 것이었죠.



하지만, 단언컨데,

어제는 그 누구도 그들을 비웃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제가 운이 좋았을까요? 3:1 부터 경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코어에서, 앞서 말했던 그 모든 무기력과 좌절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쓸쓸히 끝나고 돌아가는 것이구나, 씁쓸했습니다. 즐거워하는 이란 관중들의 모습에서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마, 선수들도 마찬가지 마음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포기의 문턱으로 들어설 만한 후반 33분, 박주영 선수에게 기회가 옵니다. 솔직히 철렁했어요. 들어가는 공이 너무 높았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나가지 않고, 상대방의 골문을 뚫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기적같은 역전' 을 바라기에는 너무 양심없어 보이는 시간이었죠. 게다가 상대방 이란 선수들의 질질 끄는 플레이와, 심판의 애매한 판정들이 더해져 더욱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인적인 일정을 치루어내고 마지막 경기의 후반 40분대에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그 때, 선수들은 더이상 아시안 게임도, 금메달 좌절도, 3,4위 전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은, 단지 '축구' 속에 빠져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결국, 기적은 현실이 되죠. 후반 42분과 43분, 지동원 선수의 천금같은 헤딩슛이 얄밉게 미적거리던 이란의 골문을 뒤흔들어 버렸습니다. 정말 그 순간 순간이 현실인가 싶은, 거짓말같은 동점, 역전골이었죠.  

4분의 길고 긴 인저리 타임 후에 경기가 끝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극 전사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말 기뻤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 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물론 우승하지 못했죠. 그동안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있던 박주영 선수는 군복무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도 밝혔듯이, 인생에 있어서 정말 큰 것을 배우는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모든 것이 좌절되고, 망쳐버렸다고 생각되는 그 때에, 축구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것에 자신의 인생을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롭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

그렇게 큰 것을 얻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오히려 그의 인생에는 더욱 큰 의미와 가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어찌 보면 공을 차서, 다른 편에 넣는 놀이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그로부터 삶과 인생을 살아 나가는 가치를 배우게 하고, 그로부터 국민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대한민국의 축구라는 것은, 참 언제 보아도 뜨거운 스포츠입니다.



잘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은 이겼습니다. 승리자입니다.



ThEnd.



p.s. 수고하신 홍명보 감독님께도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더욱 훌륭한 명장으로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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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록신
10/11/26 16:30
수정 아이콘
어제 여자친구가 워드1급 필기시험을 볼동안 대기자실에서 DMB로 축구 후반전을 시청했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흥분해서 혼자 소리를 질러서 직원분의 주의를 받았어요 허허허
어제, "진정한 태극전사"를 본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나저나 박주영 선수..아쉽군요.
10/11/26 16:30
수정 아이콘
이란선수들의 침대축구와 더티한 플레이때문에

어제 더욱 짜릿했던 것 같네요...

우리선수들 너무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란선수들이 죽자고 뛴 것도 이해가 되는게

거기는 아샨게임 3위까지 군면제랍니다.........크크크크
비공개
10/11/26 16:33
수정 아이콘
알고보니 이란의 절실함도 이해가 되더군요. 크크크
군면제와 상관없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뛴 선수들에겐 박수를 치고 싶구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홍명보 감독님은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으시다면 차근차근 올라오는 게 더 좋아보입니다.
Psy_Onic-0-
10/11/26 16:36
수정 아이콘
저도 딱 키니까 3:1이던데..
아....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래도 볼 프로그램이 없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크크 역전골 나오니까 이란 수비수 한명이 그냥 쓰러지더군요... 간만에 국대 드라마 잘 봤네요..

근데 박주영 선수 4년 후 아시안 게임 한번더 기회가 있지 않나요?? 추신수 선수도 이번에 29살로 아시안게임 왔는데..
4년 뒤면 기성용 선수도 뛰어야 하구요...
그냥 이대로 군대가기엔 너무 아까운데요..
Angel Di Maria
10/11/26 16:44
수정 아이콘
어제 윤빛가람의 미칠듯한 존재감과, 지동원의 2골 때문에 그 감동적인 경기를 관람하고도 걱정부터 앞섰는데,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10/11/26 16:44
수정 아이콘
이 경기를 통해 이란도 군 복무가 있다는 걸 첨 알았네요... 선수들 아쉽지만 너무 수고 많이하셨어요
홍명보 감독님에 대해서는 아직도 맘에 많이 안듭니다만 어쨌든 올림픽까지 팀을 맡게 되실텐데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음에는 좀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네요
10/11/26 16:48
수정 아이콘
2:0으로 지고 있다가 2:1따라 갔다가 바로 3:1되는 거보고 티비 껏는데, 선배하고 막창집에서 소주 한잔 먹는다고 나갔다가 티비보니 4:3으로 역전했다고 방송에 나오더군요. 축구 안보고도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란 골키퍼, 걔는 인간이 좀 덜 된듯. 을용타 한방 먹여야 되는데.
10/11/26 16:51
수정 아이콘
경기 끝나고 선수들이 우는게 억울해서 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그때까지 참았던 부담감이 너무도 커 보였는데요, 병역면제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 말고, 일단 자신의 미래에서 상무로 기본 진로를 잡은 다음에 병역면제를 혜택으로 봐야 저런 부담감이 없어질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4강보다 동메달결정전 1-3 상황까지가 경기력이 더 안좋았던거로 봤는데, 거기서 역전을 해낸건 분명히 투지와 깡다구가 보였고, 앞으로 큰 걱정은 안해도 되겠더군요.
marchrabbit
10/11/26 16:55
수정 아이콘
하이라이트만 봤지만 선수들이 너무 대견하더군요.
그런데 이란의 침대축구가 어떠했길래 가운데손가락 사진이 나온 것인지;;;
파일롯토
10/11/26 17:04
수정 아이콘
컥 이란도 3위까지 군면제라서 그렇게나 필사적?이었군요...
개념은?
10/11/26 17:10
수정 아이콘
이란 군면제설은 아니래요. 기사에서 본건대.. 짧게 부분만 퍼오면

하지만 주한이란대사관 확인 결과 '이란 병역 특례설'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란축구협회에서 대표팀 사기 진작 차원에서 국제대회 입상시 병역 특례를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의회 및 군 당국과 논의중인 '진행형' 사안이라는 것. 결국 태극전사들의 병역 특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네티즌들의 자작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그들이 동메달을 따기 위해 그렇게 애썼던 건 병역 혜택 때문이 아니었다. 이란대표팀의 눈물은 병역과는 무관한 순수한 열정과 승부욕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운체풍신
10/11/26 17:11
수정 아이콘
동메달을 따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박주영 선수는 좀 안되긴 했네요. 이번에 우승이 좌절됨으로써 유럽에서의 경력이 거의 끝난거나 다름없다고 생각되긴 하거든요. 군대 전에는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을 수 있겠지만 군대 갔다오면 30줄일텐데 그 때 가서 불러줄 상위 리그의팀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설사 불러주는 팀이 있어서 간다고 하더라도 20대 때와 같은 활약을 보여주기는 힘들거라 봅니다. 이동국 선수의 사례도 있듯이 참담한 실패만 경험하고 돌아왔죠. 아직 2년뒤 올림픽이 있다고는 하지만 메달 획득 가능성은 1%미만인것 같거든요.
PatternBlack
10/11/26 17:23
수정 아이콘
박주영 선수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시안게임까지 못미루는 걸로 알고 있고, 올림픽도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본다면;; 미루다 미루다 현역으로 가느냐, 상무 갔다가 다시 외국진출 or k리그나 j리그로 가는 길인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외국진출은 회의적이네요 - 클럽이 가지말라는거 뿌리치고 올만큼 이번이 축구 인생의 분수령이었는데...
10/11/26 19:12
수정 아이콘
일단 홍명보 감독이 선수가 런던 올림픽에서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얼핏 비치긴 했습니다만...

사실상 그때 메달권 입상이-_-;;;;
땅콩박사
10/11/26 19:2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아쉬운점은 우리국민이 축구대표팀에게 거는 기대치가 너무 높습니다. 아시안컵 우승한지는 60년이니 50년지났고 아시안게임 우승한지도 벌써 25년이 넘었네요. 중동 징크스 깬지도 얼마 안됐고........ 비록 월드컵7회 진출이고 월드컵4강이지만 우리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 약간 아쉬울뿐입니다.
데프톤스
10/11/26 19:50
수정 아이콘
박주영선수가 정말 아깝네요..
그래도 뭔가 동생들 데리고 정말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을 보니..
박지성선수를 잇는 캡틴으로의 모습도 기대해봅니다..
이녜스타
10/11/27 01:21
수정 아이콘
올림픽은 유럽팀은 그나마 할만한데 남미팀들은.....메시나 딩요같은 놈들도 데리고 와버리니 답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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