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김모씨(29)가 낸 헌법소원을 기억하십니까?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남성만이 수행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었죠. 지난 25일 그 결과가 나왔는데,  합헌 6, 위헌 2, 기각 1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공식 합헌의견은 "병역법의 입법 취지는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에 기초해 최적의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도 국가비상상태에서 병력동원 내지 근로소집의 대상이 되는 병력자원이라는 점에서 신체적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면 소수의견은 "남녀간의 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별취급은 용인되지만 국방의 의무 가운데 복무내용이 남녀의 신체적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부분까지 남자에게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각하의견은  "병역법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이 되도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일 뿐 남자들의 병역의무나 내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위 조항으로 심판청구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을 들고 나오길 바랬는데, 약간 실망했습니다.

저는 이공현, 목영준 재판관이 낸 소수의견에 눈길이 갑니다. 저 역시 남성에게만 병역의 의무가 부과되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시스템에 심각하게 회의적인 쪽입니다. 남성만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죠.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PGR에서도 수없이 토론된 사안이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현실적 대안입니다.

1. 여성의 의무복무를 규정하되, 현재 여성장교가 복무하고 있는 병과(보병, 포병 등 전투병과를 제외한 경리, 인사, 행정, 간호 등)로 제한하는 방안입니다. 여성의 신체적 능력이 문제라면, 신체적 능력과 무관한 병과에 배치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지금도 여성부사관, 장교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으니 별 문제 없으리라 봅니다.

2. 카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는 2학년을 마치고 나서 공동체 유지를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군대를 가게 되며, 신체적 사유로 면제된 학생들은 군대에 가 있는 동일 기간 동안 사회봉사를 하게 됩니다. 그냥 사회봉사가 아니라 정신지체자시설, 노인시설, 간병 등 힘든 일 중에서도 제일 힘든 일만 맡아 하는데요. 여성에게도 같은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신학대학생들처럼 엄청나게 힘든 일까진 아니더라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온정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곳에 2년간의 의무적인 봉사를 베푸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3. 터키에서는 의무복무가 규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병역세'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만약 병역 의무가 2년이라 치면, 1000만원을 내면 1년 복무, 2000만원을 내면 면제 이런 식입니다. 같은 논리로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들에게 일괄적으로 국방세를 걷어 영내 복지에 사용하는 것 또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