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화는 대한민국 만화계의 거목이라고 할 수 있는 허영만 화백의 작품입니다.
식객, 타짜등은 영화화로인해 더더욱 유명해진 그분의 작품들이지만,
제가 딱 한 작품만 고르라면 전 주저없이 이 만화를 고릅니다.

제가 이 만화를 본 건 막 스무살이 되었을 때 였는데,
당시 한국만화는 절대 일본만화를 못 따라온다라는 선입견을 바꾸다 못해
오히려 너무 무거운 주제라 감당이 안 되던 만화이기도 했습니다.
(이 만화가 1987년에 만들어진 것을 알고 더더욱 놀랐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막 독립이 되었을 때부터 6. 10 민주화 항쟁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강토라는 한 화가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격동의 시기,
그 속에서 갈등하는 이데올로기와 예술가로서의 삶을 최대한 절실히 담기 위해 노력한 작품입니다.

기나긴 시기를 표현하지만 정작 만화의 분량은 4권으로 상당히 짧은 편이라
무언가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지만,
광복할 때의 조선인과 일본인의 모습,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붕괴,
광복후 일어나는 이데올로기의 형성, 그리고 남북의 전쟁.
그 속에서 갈등하는 한 화가의 이데올로기적 충돌과 예술가로서의 고뇌,
그리고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모두 최대한 효과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만화가 결국에는 아무런 결론도 선택도 내리지 못한 채 이야기가 허무주의와 어정쩡한 중립으로 빠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지금 시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조금이나마 느끼기 위해서는 꼭 읽어봐야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입니다.


- 한꺼번에 두 명의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었다.
평생 고생 밖에는 한 것이 없고, 그래서 고생 그 자체가 인생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나의 마지막 정신적 지주였던 죽산 조봉암 선생.

나는 두 분의 주검앞에 다짐했다.
다시는 희망을 갖지 않으리라
다시는 미래에의 환상을 갖지 않으리라
나는 영원히 침묵할 것이며
내 인생을 만들었던 모든 것에 복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