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치 뉴스를 보면서도 쓴소리를 쏟아내야 할 곳이 따로 있어서 본체만체 하고 살아왔고, 그런 부분에 대해 별다른 소리를 안 해왔더니 참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요즘입니다. G20 정상회의 보도는 예전 88올림픽이나 86아시안게임 며칠 전을 보는 것처럼 아주 떠들썩하게 울려퍼지고 있지만, 자동차운행 등에 불편이 있다 해도 그나마 TV에서 즐길거리라도 만들어주고 시름을 잊는 금메달 행진이라도 있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제가 별로 즐기고 참여할 수 없는 G20 정상회의 때문에 지하철 역사 내부의 쓰레기통이 다시 치워지는 멍청한 행동과, 그것을 비웃듯 G20 때문에 쓰레기통을 치운다고 안내하는 안내문 위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이 이룬 흉물은 제 눈에서 절로 OME를 외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쓰레기들이 쌓인 광경처럼 여전히 문제는 계속 쌓여 있고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측의 음험한 행동 때문에 분신해 숨진 노조위원장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지만 늘 벌어졌던 이야기고, 영부인과 대통령의 형에게 로비가 들어왔다는 소리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식상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저를 놀라게 한 건 대포폰 이야기입니다. 지난 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과정에 무려 '대포폰'이 사용되었던 것이 확인되어 충격을 주고 있고, 그 '대포폰'의 출처가 청와대라는 사실은 아예 충격을 넘어 공포 수준입니다.

청와대에서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권력 남용인데 그 과정에서 대포폰이 사용되었고, 그것이 청와대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자신들의 초법적 목적을 위해 양아치 수준의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이고. 국가의 법규 체계를 위에서 완전히 뒤흔드는 일이죠. 더욱이 검찰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거의 석 달이나 은폐했습니다. 오죽하면 조선일보에서조차 대포폰에 대한 이야기를 사설에서 아래와 같이 강도 높게 비판할 정도이니 어느 정도로 어이없는 일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청와대가 대포폰을 5개나 개설했다는 것부터 수상쩍다. 언제 무슨 목적으로 쓰라고 만들어줬고, 지원관실은 언제 어떤 용도로 썼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가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에 맞춰 대포폰을 만들어줬다면 지원관실이 불법사찰의 증거를 없애는 데 청와대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포폰 공급이 청와대의 일상적인 지원 중 하나였다면 불법사찰을 포함해 지원관실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불법에 청와대가 연관돼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청와대는 무엇에 쓰라고 '대포폰'까지 만들어줬나'.  2010.11.01)


냉전시대의 진영논리로 인해 논란이 있는 캐릭터지만, 007이라는 공작원 캐릭터가 팬덤까지 형성할 정도로 영웅이자 우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 가진 '살인면허'를 일반인이 아니라 척결해야 하는 위협 대상과 부당한 권력을 위해 썼고 여성편력으로 말썽은 많았을지언정 본연의 임무는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지금의 국가 공무원들이 007처럼 자기의 신분을 밝힐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의 대상이 일반인이 된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것은 일반인을 상대로 투명해야 할 공무행정이 2차 세계대전 나찌 독일의 게슈타포나 공산주의 국가의 비밀경찰과 같은 권력남용 기관들의 행동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을 의미하니까요.

저는 '대포폰'같은 불순한 수단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지구에 온 목적이 뭐냐?" 라고요.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