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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14 23:26:51
Name 타이밍승부
Subject [일반] [펌] 로이스터를 위하여.






어디 썼던 글.

.......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모태꼴빠입니다.
원년 롯데 어린이 회원 출신이구요.
초등학교 6년동안 롯데 어린이 회원 티셔츠가 제 교복이었습니다.
84년 유두열의 쓰리런, 92년 염종석의 육고기 슬라이더,등
초등학교 2학년때, 고등학교 1학년때,
29년동안 2번의 우승기억을 여태 파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야구 질때는 온갖 썅욕을 다 늘어놓는
전형적인 야구 좋아하는 부산남자에요.
물론 야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같은건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원래 이유가 없는 법.


8888577 시절, 야구 완전히 끊었습니다
인생에 야구보다 재미있는게 많았었어요
그리고, 그때의 롯데, 정말 야구 더럽게 못하더라구요
야구 못하는건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더럽게 재미도 없었습니다.
제가 야구 끊은거 보고 주변 사람들이 다 저를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도 신기한건 마찬가지였습니다


2008년부터 다시 야구보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감독이라 하더군요. 게다가 흑인.
처음엔, 참 하다하다 별 지랄을 다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몇 게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여전히 이상하게 이기거나 병X같이 지는건 마찬가지였지만
야구가 재미있었어요. 뭔가 짠하기도 하고.


번트를 대지 않으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두려움 없이 치고 달리며,
말도 안되는 역전승도 하고, 병X같은 역전패도 당하고
정말 끝날때까지는 끝난게 아닌 스포츠라는
야구라는 운동의 가장 원초적인 흥분이 느껴졌었습니다.


병역비리로 전성기를 날려버리고 돌아온 2루수
거의 혼자서만 상대팀과 싸워야 했던 4번타자
아무도 관심없던 시절에 팀을 버티게했던 에이스
아직도 야구하나 싶던 중간계투 요원들
몸도 마음도 망신창이가 되었던 실수투성이의 20대 주전포수
강공싸인에 쭈뼛거리며 "진짜 쳐도 되요?"라는 표정으로 벤치를 쳐다보던 후보선수


그 흑인 어르신은 이 겁많고 어리숙한 야구선수들을 이끌고
지난 3년간, 우리에게 가을야구를 보여줬었지요


야구는 9월까지 하는건줄로만
혹은 8월부터 이미 마음정리를 하는건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에게
10월에도 야구하며, 추석에도 야구하며
이 무뚝뚝한 야구도시에서, 명절에 친지들과 야구얘기로 웃음꽃을 피우게 만들어준
그 검은 피부의 감독님.


롯데라는 구단에 도대체 어떤 신뢰도 없지만
이 감독님을 '성적'을 이유로 쫗아낸다는 것은
저에게 암흑기 이후 생에 두 번째로 야구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저는 직장인입니다. 매일매일 살인같은 실적싸움에 시달리고 있지요
실적, 숫자, 등수, 나래비 세우기, 가 중요한 나라이다보니
한정된 시장에서 실적을 두고 벌어지는 온갖 뒷담화와 암투, 모략과 사기,에
매일매일 지쳐만 가는 일상입니다.


물론 저도 응원하는 팀의 우승을 기대하는 팬입니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1위라는 숫자나 실적만큼이나
우승에 이르는 과정, 우승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팬입니다.
그냥 롯데 유니폼을 입은 야구선수들이 우승하는게 그리 중요한가요
SK 선수들에게 모두 롯데 유니폼을 입혀서 우승하면
우리에게 감동을 줄까요
어느날 류현진을, 김광현을, 김현수를 다 데리고 와서 우승하면
그게 그렇게 감동적일까요


매일매일 업무실적에 시달리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야구에서만큼은, 실적보다 과정을 느껴보고 싶은 팬입니다.
우리가 욕했던 그 선수
우리가 포기했던 그 선수
우리가 의심했던 그 선수
입단때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쭉 지켜봐오던 그 선수
그러면서 같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그 선수


그 선수들이 마침내 처부수고, 전진하고, 이겨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때
그것이 우리의 감동 아닙니까


오래전부터 롯데 팬들은
뭔가 짠-한 낭만같은게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
워낙 야구를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너무 오랜시간동안 한을 쌓아와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2~3년에 한번씩 우승하는 팀보다
이렇게 10년, 20년 단위로 우승하는 팀이
더 감동적이지 않나요


저 개인적으로는 롯데가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선수, 어떤 감독과 우승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마침내 로이스터 야구가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구요


우승하고 강민호와 로이스터가 입이 찢어지도록
하마 세레머니를 하는게 보고 싶었구요
캡틴과 감독이 울면서 포옹하는 것도 보고 싶었구요
지금의 선수들이 로이스터 감독을 헹가레치는 것도 보고 싶었습니다


같은 한을 가진 사람,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
같은 크기의 간절함을 가진 사람, 같은 온도의 눈물을 흘릴수 있는 사람
그 사람들과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우승한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지
우승청부사(라고 생각되지도 않지만)를 데려와서
잘하는 선수들, 돈 주고 사와서
20년만에 하는 우승을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0년만에 하는 우승이니
할 수 있는 모든 간절함과 애잔함이 총화된 감정으로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 퇴출 기사를 보니
물론 슬램덩크도 생각나지만
웬지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나더군요
로이스터가 한국에서 재계약 포기 소식을 듣고 떠났다면
선수들 모두 책상위로 올라가 "캡틴, 마이 캡틴"을 외쳤을 겁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팬들에게
슬램덩크의 안감독이기도 했고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기도 했습니다.


혹은 온갖 꼼수와 중상모략과 이해득실과 실적에 질식되어가던 직장인 야구팬에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단순하게 치고 달리는 당신의 야구는
회사밖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전율이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짠해지네요.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작전과 짜내기와 데이터와 신경전이 난무한 현대야구에서
믿고 맡기며, 그저 단순하게 치고 달리는 것으로 이겨내던
지난 3년간 로이스터 감독이 보여줬던 야구만화들
이제 정말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울컥,하기도 합니다.
현대 직장인에게, 당신의 고전 야구는, 일종의 판타지였습니다.


저는 돈으로 처발라서 좋은 선수 데리고 와
번트대고 쥐어짜내며 이뤄낸 건조한 우승보다는
오랫동안 욕해왔던 우리 선수가
원초적으로 치고 달리며 이뤄낸 우승을 원합니다.

롯데라는 팀이 가진 한이 체화되어 있지 않은
우승청부사들을 데리고 와서 하는 우승보다는
롯데라는 팀에서 같은 크기의 한과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오랫동안 정든 우리 선수, 우리 감독으로 우승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야구에서만큼은
실적이나, 숫자나, 나래비나, 서열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야구팬의 마지막 낭만입니다.

떠나니까 알겠네요.
우린 감독과 연애했던 겁니다.



안녕. 로이스터.


당신의 야구,
병X같지만 멋있었어요






출처는 이글루스의 김대리님 블로그.

원문주소는 http://dogku.egloos.com/2619671





이글루스에서 마음 짠해지는 글을 발견해서 올려봅니다.

팬들이 자비까지 털어가며 지지광고까지 낸 감독님이 어디있다고,

짜르다니 나쁜 프런트 ㅠ.ㅠ

로이스터 감독님의 야구를 너무 좋아했던 저로서는 솔직한 심정으로

다른 팀에서라도 그 모습을 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힘들겠죠.

로이스터 감독님 정말 잊지 못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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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4 23:33
수정 아이콘
로이스터 감독님, 잊지않을께요.
당신의 야구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눈시BB
10/10/14 23:34
수정 아이콘
울고 싶었는데 아주 쎄게 한 대 쳐 주십니다 -_-+
내년에도 정말 큰 일이 없는 한 롯데 팬을 할 겁니다. 뭐 관심은 많이 줄겠지만요. 기아나 넥센 같은 세컨 응원팀에 대한 관심이 늘기도 하겠고... 그래도 롯데를 끊지는 못 할 듯 하네요.
그래도 아무리 잘 해도 일단 까고 보는 게 우선인 감독직. 그것도 열기가 너무 뜨거운 부산에서... 정말 롯데팬은 물론이고 다른 팀 팬들도 좋아할 정도의 감독이 앞으로 있을까 정말 모르겠네요.
많이...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일단 DTD의 그 분께서 차기 감독이 유력하다는 거에 절망 중입니다. -_-; 뭐 누가 되든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클 것이고, 거기서 혹사 같은 논란이 조금이라도 일어난다면 보통보다 심하게 까일 듯 싶네요. 귀한 좌완 불펜인 강영식과 올해 조정훈을 제외하면 혹사 논란만큼은 확실하게 피해간 게 로이스터 감독님이었으니까요. 다른 작전들에서도 마찬가지고... 마음이 이상하네요. 차기 감독이 누가 되든 로이스터의 그림자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될 텐데, 그게 팀이랑 팬 모두에게 이로울텐데 마음에서는 그림자에서 못 벗어나고 실패해라 이러고 있네요.

몇 년 동안 1위만 죽어라 한 것도 아니고 한국 야구계에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이 정도의 강력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얼마나 될까요.
핸드레이크
10/10/14 23:48
수정 아이콘
한국의 다른팀이라도 맡고 싶으시다는데 자리가 있나요?
sk 두산 삼성은 감독님 자리가 탄탄하고..
기아는 욕먹어도 계약기간이 있고...엘지랑 한화는 첫해고 팀 정비 시간을 몇년 준다고 했고..
넥센은 감독님이 문제가 아니고 이모씨가 문제고 팬들이 감독님 되게 좋아하는걸로 아는데..

만약에라도 다른팀 가시면 롯팬분은 씁쓸하시겠어요..
10/10/14 23:52
수정 아이콘
흠...제가 알기로 승률도 역대 감독 중 최고고 팀 기량 자체도 매년 꾸준히 상승시키고 있던 걸로 아는데 어째서 이런 감독과 재계약을 안하는 것이죠?
10/10/15 00:04
수정 아이콘
로이스터 감독님을 보내는 섭섭함도 섭섭함이지만(전 타팀팬인데도 무지하게 섭섭합니다. 그분 덕분에 야구판 보는 재미가 더 솔솔했으니까요.) 앞으로 롯데라는 팀 자체가 어떻게될지 전 그 앞날이 좀 우려스럽네요.
지금 차기 감독으로 물망에 오른 분들의 능력이 로감독님보다 나쁘다는 그런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문제는 로감독님의 팀 운영 스타일이 롯데라는 팀의 장점으로 확고하게 구축되어 버렸다는 것이지요. 선수 본인의 자신감 고취를 통해 타격능력을 극도로 끌어 올리는 시원한 공격의 팀 말입니다. 1번 부터 9번까지의 피할 수 없는 타선!! 이것이 지금 롯데의 장점이고 이런 장점을 만드는데 든 노력과 정성이 긴 시간동안 단단하게 다져왔다는 것이지요. 결국 다음 감독님의 행보는 장점은 충분히 살리면서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것을 보완(불펜의 강화, 야수들의 수비능력 향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뒤에 맡게 될 감독님들이 자신의 색깔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단단하게 다져져 온 장점들이 무너질 수도 있고 그로인해 팀 자체에 감당할 수 없는 혼선이 생길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전에 PGR의 어떤 유저분이 말씀 하신 것 처럼 만화 슬램덩크의 런앤건 팀이였던 풍전의 상황 처럼 말이지요. 노감독님의 후임으로 들어 온 분이 결코 능력이 노감독님 보다 떨어졌던 것은 아니였을 겁니다. 하지만 풍전이란 팀은 노감독님의 런앤건이 단단하게 자리 잡았는데 그것을 억지로 자기 스타일로 바꾸려다 보니 생긴게 선수들의 혼선, 감독과 팀원들 사이의 불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였던 것이죠.
단순히 감정적으로 로감독님이 떠난다는 그런 아쉬움과 섭섭함보다 현실적으로 접하게 될 팀의 상황이 어떤 방향을 맞이 할지 그것이 전 더 궁금하기도 하고 타팀팬이지만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엘푸아빠
10/10/15 00:18
수정 아이콘
프로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우엉]
방과후티타임
10/10/15 00:23
수정 아이콘
참.....전 롯데팬이 아닌 한화팬인데 로이스터 감독님이 한국프로야구를 떠나는게 참 아쉽네요. 롯데팬들은 오죽 하겠습니다만은.......그렇다고 롯데를 제외한 어느팀도 로이스터감독과 계약할 수 없는 게 현실이네요.
누가 감독이 될지도 궁금하고, 그 감독이 과연 롯데 프런트의 염원인 우승을 이뤄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김재박감독, 박정태감독등등 여러 예상들이 있는데 지금 거론되고 있는 어떤 선수가 와도 로이스터감독의 성적 이하가 될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은.......
아우구스투스
10/10/15 00:45
수정 아이콘
로감독님 떠나는게 마음 아프네요. 다음시즌 꼭 타팀에서도 봤으면 하고...

그럼 롯데에서 갈샤와 다우도 못보겠네요. 앳킨스는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도 하던데... 정말 아쉬울뿐이네요.
10/10/15 00:52
수정 아이콘
롯팬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don't look back in anger 들으면서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참 짠합니다.
10/10/15 01:44
수정 아이콘
어떤 분이 감독으로 오실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로감독님이 만들어두신 롯데야구의 색깔이 너무 아깝네요.
캡틴, 마이 캡틴....
나두미키
10/10/15 09:34
수정 아이콘
참 죄송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기아로 오셨으면 합니다..
딱 5년만 아무도 터치 하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기아 야구단을 '좋게' 만들어주셨으면..
눈시BB
10/10/15 14:31
수정 아이콘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082&article_id=0000272081
이 와중에 양상문(현재 무직)은 불만을 토하며 로이스터 까기를 시전했습니다.
10/10/15 18:18
수정 아이콘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사실 우승 뭐... 해도 못해도 병x 꼴데스러운 모습까지 포함해서 롯데 야구 자체가 참 좋았는데. 에효.

그나저나 이 와중에 찌질대는 양상문은 대체 =_=...
에이 쒸 금요일인데 술이나 먹으러 가야지 ㅜ
홍대갈포
10/10/15 21:22
수정 아이콘
두 번의 우승도 두 선수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결과지 결코 롯데가 강팀은 아니였죠. 솔직히 롯데 구단이 우승을 위해 도대체 부산에 무얼 해줬는지. 3년연속 가을시즌에 들어갔다고 자만하는 그들의 모습에 또다시 비밀번호 시절을 떠올립니다.

스타를 끊고 자이언츠를 찾았는데 다시 스타로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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