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영화 네 편을 달렸네요.
좀 더 길게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럴 힘도 여유도 없군요;
이러다 아예 안쓰고 그냥 지나가버릴 것 같아서 일단 각 영화들의 짧은 첫 느낌만 남겨놓을께요.
이후 시간나는대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더 도어>
2009년 개봉한 독일 영화입니다. 홍보가 미미해 별 기대없이 봤는데, 저는 상당히 괜찮았어요.
사실 영화 자체의 스케일도 매우 작을 뿐더러, 조금만 자세히 따져보려 해도 말도 안돼는 설정들이 많긴 한데,
그런것들만 너무 분석적으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틀은 주인공이 자신의 5년전으로 돌아가 그때 저질렀던 치명적인 실수를 만회하여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헐리웃 영화나, 한국 영화와는 느낌이 매우 다릅니다. 독일 영화 자체가 생소해서 일수도요.
일단 공간적으로 매우 좁은 곳에서 두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나가는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하고요,
순간순간 감독이 전달하려는 강렬한 신들이 굉장히 잘 다가오는 편입니다. 고정관념이긴 하지만 역시 '독일'하면 '철학'일까요?
'과거의 실수를 고쳤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텐데...' 하는 우리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친절하게 '깨주는' 작품이에요.
큰 스케일의 대규모 영화는 아니니깐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가며 영화를 보시면 완성도 면에서 흠잡을 데는 많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심리묘사나 상황들이 너무 섬세해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미스테리류나 시간여행 판타지류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
<마루밑 아리에티>
미야자키의 큰 팬은 아닙니다만, 그의 영상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일본식 판타지가
굉장히 놀랍고도 대단하며 흥미롭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그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그 특유의 판타지'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어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플롯 자체도 굉장히 신선하다거나 새롭지도 않았고요. 관객을 확 사로잡을만한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았을때, 2D 애니메이션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묘사까지 가능해진 것을 보고, '참 대단하구나!'하는 것은 느꼈습니다.
서정적인 2D 애니메이션이란게 요새 영화관에서 찾아볼 수 없어 오히려 역으로 신선했지만,
저는 지루한 이야기에 이전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처럼 '신기하지도 않아서' 졸려 죽을뻔 했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제 평이고요,
실제로 개봉 첫날이었던 어제는, 영화관에서 이 <마루밑 아리에티>를 찾는 관객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
영화보고 나오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이 시나리오 누가 썼는지 찾아가서 키스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고생하신 번역자분께는 애도를 표합니다. 재미난 대사들이 생각만큼 괜찮게 번역되지는 않았거든요.
일단 국내 개봉 제목부터가 좀... 하여튼, 번역이 주가 된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만 둘인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그렇냐구요? 레즈비언인 엄마들이 정자를 기증받아 각각 아이들을 낳은 가정이거든요.
영화를 크게 관통하는 소재도 '레즈비언'이고 영화 속 모든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도 바로 이 '레즈비언'의 관계이지만,
사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즈비언'이나 '동성애'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가족'과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각각이면서도 상당히 리얼리스틱해서, 관객은 마치 정말 그들 중 한명이 자신인 것처럼 깊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재미난 대사들과 상황, 캐릭터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 때문에 시나리오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이였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굉장히 잘 담아낸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간의 호흡이 정말 대단히 멋지다고 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유머러스하고, 깊이도 있고, 재미있는 인간 관계와 상황 묘사가 잔뜩 담긴 즐거운 영화입니다.
민망한 장면이 약간 나오긴 하지만, 연인끼리 볼만한 영화로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시라노; 연애조작단>
일단, 추석때 볼만한 너무 영화가 없으시다면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선택하셔도 본전치기는 충분히 한다 생각합니다.
영화가 끝나갈수록 설마 여기서 더 유치해지는건가... 하는 느낌이 사알짝 오지만,
그냥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컨셉이 그렇다라고 억지로 생각했더니, 그럭저럭 엔딩도 잘 넘겼습니다.
이민정, 엄태웅, 박신혜, 최다니엘의 캐스팅도 알록달록 잘 맞아 떨어지고, 누구 하나에게 크게 비중이 쏠리지도 않습니다.
내성적이고 수줍어 연애를 못하는 남성들을 위해 의뢰인이 타켓으로 정한 여자를 공략하는 '연애조작단'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재치있는 유머감각을 발휘해, 다소 작위적인 설정에도 별다른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었어요.
잔혹하고 끔찍한 피바람이 몰아쳤던 지난 여름의 한국영화들은 잊고,
경쾌하고 신나는 영화로 올 가을 영화 시작해보시는 것도 좋을듯 싶어요.
요 영화, 보고나서 깊게 생각하면 지는거예요. 가볍게 즐기기엔 이만한 영화도 없을 듯 싶거든요.
정말 재미있고 괜찮습니다. (완전 유치뽕한거 빼면요.)
+ 송새벽씨, 여기도 나옵니다. 그것도 아주 인상깊게.
++ 이민정씨, 왜 이렇게 예쁘죠? 원래 그랬던건가?
아참! 깜빡할뻔했구나!! 오늘 영화관에서 표팔다가 고인규 선수 봤습니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포인트 적립하면서 이름 석 자가 딱 뜨더군요. '고인규'라고.
그래요. 코엑스 M영화관 VIP라운지에서 띨빵하게 표팔던게 바로 접니다.
서비스는 제가 하고 있는데, 역으로 저한테 더 친절해서(?) 깜짝 놀랐다는...
영화관에 '진상 고갱님들' 많이 오거든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