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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25 09:05:46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설레발.
A 가게와 B 가게는 본디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러다 A 가게가 언젠가부터 과자를 50원씩 싸게 팔기 시작했고
손님들은 A 가게로 약간씩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B 가게도 부랴부랴 과자값을 50원 내렸지만, 예전보다는 손님이 조금 줄었습니다.
그래도 A 가게의 상승세에 약간 제동을 거는 데는 성공했네요.


이번에는 A 가게가 동네 사람들이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탁자를 가게 앞에 마련했습니다.
A 가게의 주류 매상은 늘고, B 가게의 주류 매상은 줄어들었습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B 가게도 가게 앞에 탁자를 마련했지만, 예전보다는 손님이 조금 줄었습니다.
그래도 A 가게로 몰리던 손님들이 자리가 없을 때, B 가게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두 가게의 경쟁으로 동네 사람들은 과자도 싸게 사고, 가볍게 술 한잔 할 자리도 생겨서 편해져서 좋았습니다.
A 가게와  B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은 약간 변동이 있는 정도였지만,
순이익은 줄어들었고, 날마다 사람들이 술을 먹고 간 자리를 치우는게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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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마추어 야구팀이 있습니다.
A 팀과 B 팀의 훈련시간은 비슷하고 운동신경이 좋은 부원의 숫자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B 팀은 A 팀과의 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A 팀에는 야구에 능한 선수출신 감독이 있어서입니다.
경기가 B 팀의 흐름으로 넘어간다 싶으면, 항상 나서서 제동을 겁니다.
야구를 좋아하고 열의는 있지만, 말 그대로 [ 실전 야구경기에 무지한 ] B 팀은 항상 속수무책으로 당해왔습니다.

그러던 B 팀이 A 팀을 만나면, A 팀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응원으로 신경전을 펼치고, 애매한 상황이다 싶으면 무조건 어필하고
상대 타자가 아웃되면 '야~ 공 들어가고 한참 있다가 베트 나온다~ 힘 빼고 가운데 넣기만 하자~' 는 멘트로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래도 A 팀에는 이기지 못했지만,
다른 팀과의 경기에선 한결 수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리그 커뮤니티나 회장단 모임에서는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다른 팀들도 이런 속칭 [ 말야구 ] 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끝나고 나서 [ 오늘 우리 팀 경기는 어땠다 ] 는 말보다 [ XX, 정말 싸가지 없는 팀이네.. ] 하는 식의
거친 푸념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

저는 그 B 팀의 주장이었고,
위 두가지 이야기는 모두 실화입니다.


결과적으로 SK의 치열함 덕분에 최고의 한국시리즈가 되었고,
김성근 감독에 대한 인식도 나아졌다고 느낍니다만

그런 야구를 8개 구단 모두가 행사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중, 익숙하지 않은 몇 개 구단이 도를 지나쳐서 심하게 구사한다면,
그 땐, 과연 누구를 비난하게 될 것인가..


'프로답지 못하다' '동업자 정신이 없다' 는 것보다,
[ 대형 프렌차이즈 스타 없이도 이정도의 성적이 가능한 강한 야구 ] 의 유혹이
앞으로의 한국 프로야구에 과잉경쟁을 유발하지는 않게될까..
그런 설레발을 떨어봅니다.


논란거리를 던져놓고 도망가는건 참으로 못 할 짓입니다만,
오후 2~3시 이후에는 리플 정독이 가능할 듯 합니다.

프로야구 팬으로서의 걱정, 비슷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느끼는 우려가 반반 섞인거라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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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마이켈
09/10/25 09:28
수정 아이콘
SK의 야구를 좋아하고 김성근 감독님도 좋아하지만, 가끔 보이는 심판에 대한 도가 지나칠정도의 항의는 보기가 좋지않더라구요. (한일미 야구를 봤을때 우리나라 심판들이 외국심판보다 심판을 잘보던데... 신뢰할만하구요.)
항의를 할꺼면 로감독님처럼 화끈하게 짧게 어필을 하고 가는게 좋은 모습이 아닐까요?
자신과 선수들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보고있는 팬들의 시간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내년엔 삼성에게는 살살 해주시길^^;;

아 그리고 밑에 천하무적 야구단 관련 글은 왜 없어진거죠?;
09/10/25 09:37
수정 아이콘
저는 김성근 감독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분을 좋아하지 않는 만큼 지도자로서 그 존재감은 확실히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어제 승자와 패자 모두가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할 위대한 시리즈가 끝이 났습니다. 그런 한국시리즈의 여운이 남아있을 동안은 여러 비판적인 요소를 잠시 잊고 그 여운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즐길때는 그냥 즐깁시다.
09/10/25 10:00
수정 아이콘
B팀이 A팀을 어떻게 따라하는지 예시로 든 것을 볼때,
저거는 겉보기만 따라한 거죠. A팀의 진정으로 강한 근본적인 요소를 B팀이 제대로 따라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A팀이 강한 진짜 이유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자세'이고, 과도한 응원이니 신경전이니 어필이니 하는 것들은 그것에 따른 결과인데,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서 눈에 보이는 결과만 모방해봤자 본질적으로 같아질 수는 없는 겁니다.

진짜 모방이라면 A팀이 어째서 이러저러한 플레이가 가능한 것인지, 감독 코치 선수들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하는지, 훈련 및 선수관리 시스템은 어떤지, 전력분석은 어떻게 하며 그에 따라 전략구상을 어떻게 하는지 등등 원인이 될만한 요소를 전부 캐치해내야겠죠.
쉽지 않겠죠? 제 생각엔 이러한 것들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팀은 없을 거 같네요.
세레나데
09/10/25 10:39
수정 아이콘
SK야구의 핵심은 더티플레이와 심리전이 아니잖습니까;
SK가 [ 대형 프렌차이즈 스타 없이도 이정도의 성적이 가능한 강한 야구 ] 가 가능했던건
연습량, 팀 멘탈, 전술전략 등 팀이 갖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포함된 것일텐데요.-_-
그걸 어떻게 컨닝하고 모방합니까;
편의점 매출경쟁 비유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롯빠에 얼마전까지만해도 악성스크까였습니다만,
정말 이런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09/10/25 13:05
수정 아이콘
김성근 감독식 야구인 이기기 위한 야구의 유일한 단점이 매너 없어 보인다는 거지요.
글이 약간 과장되었다고 보이기도 하지만, 와이번스가 내세우고있는 스포테인먼트와도 좀 거리가 있는 것 같고 스포츠는 전쟁이 아니라 오락이라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도 약간 껄끄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올라오는 글의 타이밍은 좀 아쉽네요.
혁이아빠
09/10/25 14:59
수정 아이콘
김성근 감독님이 전부 나쁘다 할수는 없지만 한두가지정도는 변화는 해야 겠죠,
어느정도는 구단주나 팬들의 압력으로 좋은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구 생각합니다,
그런데 3-40대 감독님도 아니고 60이넘은 분이 변화 하기는 힘들겠죠,
예날에 쌍방울감독을 하실때에는 정말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선수들을 강하게 만들어었다구 생각하지만
지금 SK팀을 1,2위로 강팀으로 만들었쓰면 선수들 실력뿐만 아니라 행동 매너까지 최상위로 만들어야 한다구
생각합니다, 그랴야지 최상위팀이겠죠,강팀이지만 재미없는팀 강팀이지 인기없는팀 구단주나 팬들은 그런팀을 원하지는 않을겁니다.
꼴찌팀이 이기려구 악을 쓰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1위팀이 꼴찌팀을 이기고서 더크게 이기려고 악을 쓰다면 문제가 되겠죠,
켈로그김
09/10/25 15:42
수정 아이콘
어제 올리려다 오늘 올리는 겁니다.
저는 스크까도 아니고, 열심히 하는 자세까지는 인정합니다만
그 범주에 있어서 과연 어디까지를 공으로 인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 시각일 뿐입니다.

그리고 Gidol님은 결과물만을 놓고 겉보기만 따라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팀 입장에서도 순둥이같이 야구하는 자세를 버렸을 뿐
딱히 승부만을 보고 오버한건 아닙니다.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방어적이 아닌 공격적인 의도를 갖고 행하였을 때,
그 판이 그리 아름답게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세레나데님// 제가 말한 부분은 SK 야구의 '과' 에 해당하는 부분이지요.
선수조련, 훈련 등 플러스적인 요소까지 부정하려는건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하는 부분까지였어여야 하는거지
경기장 안팎에서 연장자 감독의 권위로 상대 선수를 흔드는 플레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국 시리즈 도중 느꼈던 점을 시리즈 중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변명거리나 패자에 대한 지나친 공격이라고 생각해서
하루가 지난 오늘 글을 올렸는데, 제가 경솔했나 봅니다.

다만, 다음 시즌. 길게는 앞으로의 한국 프로야구가
지나친 경쟁과 승부욕으로 점철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켈로그김
09/10/25 16:14
수정 아이콘
Gidol님// 아마 곧 정모에서 뵙게 될 듯하니 괜한 앙금을 남기기 싫어서 첨언하자면,
그런 상대방의 도발성 플레이에 분명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외에 수비나 투수의 수준을 보았을 때, 우리 팀의 훈련 질이 떨어졌다고 느꼈던 것도 사실이고요.
사회인 야구를 하는 선배의 코치도 받아봤지만, 역시 쌓아놓은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이길 수는 없더군요.

그래서 이길 수 없었던 것까지 부정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팀 뿐 아니라 다른 팀들까지 자극받아 다소 과한 어필과 말야구가 횡횡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뭐.. 이런 푸념과 설레발도 저 자신이나 우리 팀이 야구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해서 생겨나는 거겠죠.
승부에 쓸데없는 배려와 [ 이 쯤이면 되겠지 ] 하는 마음은 불순물일지도 모르겠군요.
09/10/25 16:41
수정 아이콘
켈로그김님// 이런이런..죄송합니다; A와 B는 아마추어 야구 얘기인데 제가 글을 잘못 읽었네요...
가게 예제가 부적절하게 느껴져서인지 헷갈려버렸습니다 @_@;
A팀을 SK B팀을 SK에게 패배한 타팀인줄 알고 읽어서..저런 대답이;;
아마추어 야구인데 저런 식으로까지 겐세이 놓는 팀이 있나요..
프로도 그냥 즐기기 위한 야구인데 별로 보기 안좋네요..ㅡ.ㅡ;
부연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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