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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9/10 17:50:15
Name 언뜻 유재석
File #1 영어공부해라.jpg (90.2 KB), Download : 54
Subject [잡담] 딜레마



중학교때 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공부 잘하는 쪽에 속했었습니다. 아니 추억보정 좀 들어가서 잘했다고 칩시다.

그때만 하더라도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않던 때라 입시나 취업정보가 많이 부족해서 그냥 저는 대충

반에서 1등하면 서울대, 2,3등하면 연고대, 4등하면 대충 뭐 한양대나 성균관대, 경희대 정도는 가는줄 알았습니다.

3,4등을 왔다갔다 했고 잘 나올땐 2등도 해봐서 "이건뭐, 공부 졸라 쉽네. 대학 껌 응응"  랄까, 그때 전 반 똘아이였죠.

그렇게 고등학교를 가서 친구들을 잘 못 사귀고(지금도 서로 까기 바쁨) 여자친구란 미지의 생물도 발견하는 바람에 이거는 뭐랄까

성적이 전성기 베리지토 커브급으로 떨어지더군요. 수능보고는 웃음만.. 그렇게 적당한 대학을 갔고, 그나마도 학업을 다 마치지 못했습니다.




전공이 없고 경력이 없다보니 사회 밑바닥부터 맛을봤고 갑을병정으로 나누자면 슈퍼정부터 시작했습니다. 온갖 더러운꼴 많이 봤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갔습니다만 황송하게도 좋은 사람들은 많이 만나 그 나름대로 조금씩 인정받으며 을- 정도까지는 온듯 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에 들어 나란 인간에게 내재되어있던 패시브가 터졌으니 게으름과 무기력함이었습니다. 일하다 겪은 큰 사고까지 겹치니

멘붕이 안올래야 안올수가 없더군요 주변에 나서스 있는줄 알았습니다.

롤할땐 좀 게을러도 되는데 부지런히 부쉬 페이스체크하다가 짤려먹히더니만 리얼 인생에선 패시브가 터지고야 말았죠.

핑계는 많았습니다. 사고 이후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내가 여기서 성공해봤자 지금 나랑 같이 일하는 부장님 정도일텐데 저 부장님도

그렇게 여유로워 보이지도 않고 부럽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던졌죠. 일단 Q 누르고 보는 겁니다 한타는.



말은 그렇게 하고 다녔지요. 너무 힘들다. 주말도 없고, 퇴근시간도 없다. 돈 좀 덜받아도 되니(꼴에 지가 얼마나 받는다고 크크크크크크)

몸이 편하고 싶다고. 나이도 이제 서른넘었는데 여자만날 시간이 있어야 장가도 갈게 아니며(그렇게 만나고 다닌건 여자가 아니고 이블린이냐)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요. 그래서 두달을 놀았습니다. 행당동에 살지만 마치 맨하탄이냥 혼자 개인 시간차를 주면서 먹고 놀았습니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답답하면 씻고, 비오면 비구경하고, 더우면 동네 시설 좋은 피씨방가서 놀고...

너무 좋은거죠. 내나이 서른하나에 드디어 적성을 발견했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정말 잘 논다" 십년만 더 일찍 발견했다면 행당동이 아니라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 살았을텐데...




그렇게 놀다가 직장을 구했습니다. 주5일 칼퇴근이고 그 전에 비하면 육체적으로도 덜 힘든 곳으로요. 첫날 부터 난관이 닥쳤습니다.

근로계약서 였죠. 첫 인터뷰때 사장님이 이야기하신 연봉도 많이 낮았지만 업무강도를 생각해서 그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제 두눈에 찍힌 금액은 그것보다 더 적었습니다.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들어오긴 했지만 이 정도면 제가 사회생활 초년에 받았던 금액이었지요.

여자친구가 있던 그 시절이요... 아아..기억도 안나. 그런데 웃기죠? 싸인안하면 그만인데 또 합니다. 인베가죠란 말 그냥 씹으면 되는데

어느새 맨앞장서서 Q찍고 기다리는 쓰레쉬라고나 할까요. 뭐에 홀린건지, 아님 그냥 영혼이 그 두달동안 승천한건지.




이 회사에 입사동기가 하나 있습니다. 은행에서만 경력23년을 자랑하는 능력자셨죠. 계열사의 대표로 저랑 같은날 부터 출근하셨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이분과 단 둘이 점심을 먹게 된 날이 있었는데 이 분 커리어 화려하시더만요. 살아온 날을 20여분간 압축해서 들으니

제가 중학교때 생각했던 반1,2등의 최종테크가 이런버젼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제 나이를 물으시더니 내가

XX씨 나이면 말이야, 도전해 보겠어. 자신이 본 무일푼으로 해외에 나가서 성공한 케이스들을 이야기 하시다가 말이죠.

노홍철한테 뿅망치로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의도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제 귀에는 '내가 너라면, 니 나이라면. 여기보다

더 도전할 수 있는곳으로 가겠어' 라고 들렸기 때문이예요. 그날 밤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약서 작성한

그 날부터 아팠지만 더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건 뭘까. 노는거 말고 잘하는게 뭘까.




돈은 조금 벌어도 된다. 시간좀 많았으면... 했는데 막상 돈이 조금 벌리니 시간이 많아도 쓸때마다 손이 떨립니다. (치킨흒흒)

육체적으로 힘든건 피곤해 사무직만 하고싶어 라고 했지만 막상 페이퍼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니 나가고 싶어 손발이 근질거립니다.

딱히 내세울게 없으니 외국어나 해보자 해서 고등학교때 배운 제2외국어 일본어나 영어를 해봐야지 했지만 아까 말한 패시브가 또

터져서 허송세월하고 배운거라곤 하즈까시, 혼또니, 모또, 기모찌이 .... (아 인격올라가는 소리들린다 아아)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돈을 많이 벌고는 싶지만 바쁘게, 열심히 사는건 싫고, 직장생활은 안맞는것 같은데 사업이나 장사를 하자니

망하면 종될것 같고, 외국나가서 살고 싶지만 외국말 배우기는 귀찮고, 미드는 못하는데 괜히 빵테는 한번 해보고 싶고..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아무튼 그런신이 있다고 하시면 그러시겠죠. "뭐 어쩌라고 미친놈아"

https://ppt21.com../pb/pb.php?id=recommend&no=284&divpage=1&sn=on&ss=on&sc=on&keyword=%EC%96%B8%EB%9C%BB%20%EC%9C%A0%EC%9E%AC%EC%84%9D



공부할걸, 영어해놀걸, 더 열심히 일할걸 이라고 백날 후회해봐야... 그때로 가면 군대나 가겠죠 뭐 .


고등학교때 희망 대학교, 희망하는 학과를 적는 란이 있었는데 지금보니 고1때 포천중문의대 의예과를 적어놨네요 이 미친놈이.

아마 그 학교가 입학생 전원에게 등록금이 면제라서 적었던것 같습니다. 아마 그랬겠죠.

"의사가 되고싶어. 하지만 집이 가난하니 엄마한테 엄청난 부담이 될거야. 의예과는 포기해야지. 어라? 6년 장학금 지원이라고? 요시!!"



.....







도전이란걸 해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1주일간 머리아프게 고민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진작에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습죠.

단지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지 않으니 생각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 좌절할거니까 말이죠. 그래도 이번엔 그냥 도전 안해도 되니

생각이나 시원하게 해보자 했습니다. 제 머리속에 있는 두시간짜리 재밌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게 제 꿈이거든요.

재밌다, 잘봤다 하면서 극장을 나오는 사람들 뒤로 엔딩크레딧 각본란에 제 이름이 올라간다면 얼굴이랑 같이 걸리게 셀카찍어서

페북에 올리는 소망이 있습니다.




서태웅은 17살주제에 18살, 19살들에게 좌절을 맛보면서도 도전하고 도전합니다. 지가 좋아서 하는 짓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할 상대를 찾고 도전해보고 실패했다가 극복도 했다가 그러면서 성장합니다.

만화속이어서 영원히 17살 고1인 서태웅에게 이 못난형이 충고하나 하자면







"미국 갈라믄 지금부터 영어 빡세게 해라. 시원스쿨이라도 끊어라."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9-27 14:10)
* 관리사유 :
하나가 아닌, 그 어떤 답도 가능한 게 인생이 아닐까요.
물론 저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겠지만 말이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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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10 17:56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아요.
쓴 사람이 드러나는 글.
하고싶은 일을 하는 방법은 그냥 하는 겁니다. 라고 털보 돼지가 그러더군요.
빠나나
13/09/10 18:00
수정 아이콘
털보 돼지는 누군가요?
射殺巫女浅間
13/09/10 18:06
수정 아이콘
김어준 같은데요
빠나나
13/09/10 18:10
수정 아이콘
아~ 감사합니다.
불량공돌이
13/09/10 17:59
수정 아이콘
포천중문의대라..
생각해보니 같은과 한학번 선배이자 동아리 선배인 형이 다시 수능봐서 포천중문의대로 갔었어요.
그때 그형이랑 사귀던 제 동아리동기는 음대생이랑 결혼해서 네덜란드로 갔는데, 04학번으로 의대입학한 그형은 요새 뭐하려나.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덧) 영어 중요하죠. 제 인생에 여러번 태클을 건 그리고 걸고있는 영어 쩝.
13/09/10 18:01
수정 아이콘
캬... 잘 읽었습니다 크크 첨부파일명 인상깊네요

도전이라는게 참... 쉬우면서 어려운 거 같아요
저도 곧 이번 회사를 그만 둘 타이밍이긴 한데... 도전을 해야할 지, 비슷한 에어리어에서 비슷한 일을 또 반복할 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더군요 ㅠㅠ
설탕가루인형형
13/09/10 18:18
수정 아이콘
크크크.
누구 못지 않게 별 고민 없이 월급을 축내는 1인으로써 공감과 응원을 보냅니다.
논트루마
13/09/10 18:25
수정 아이콘
그런 인생도 있고 이런 인생도 있고 그런거죠.

단언컨데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글쓴이의 입사동기만큼 화려하게 살았고 또 글쓴이에게 말한대로 도전적으로 산다고 한들,

모든 사람이 입사동기처럼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는 은행장을 하고, 누구는 그 은행을 청소해야 됩니다.

개인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말을 너무 믿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사람은 성공했기에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13/09/10 18:42
수정 아이콘
사람은 두 종류거든요. 쾌락주의자 아니면 이상주의자. 쾌락주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기서 이상은 인공이에요 모조품이요 종교에서는 가짜로 본다는 그런말이요 님이 어떤 이상을 품고 그것을 실현해도 가치평가 안해주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체계적으로 존재한다는 그런 말이요.
님에게 충고한 그 사람은 님에게 확인받고 싶은거에요. 자신을요. 님이 뭐라고. 님에게라도.
하고싶으면 하세요.하지만 그 사람이 이유가 되진 마세요.
인생의 목표는 행인1 행인2로 사는 거에요.....라고 들은 설교가 생각나네요.
13/09/10 18:53
수정 아이콘
집은 가난한데 하고 싶은 일이 시간 오래 걸리고 된다 해도 돈 못 버는거라면 그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해' 가 되더군요. 결국 돈이 왠수에요.
꾹참고한방
13/09/10 19:01
수정 아이콘
당신은 결국 될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wish buRn
13/09/10 19:17
수정 아이콘
지금의 제 삶은 제가 과거에 살아온 인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에
후회도 연민도 없습니다..;;
Star Seeker
13/09/10 19:17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2막2장
13/09/10 20:58
수정 아이콘
뭔가 결단 특히 인생을 위해 긍정적인 크고작은 결단을 할때 주저하는 마음이 들때면
저는 그냥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혹여나 크게 누구에게 잘못하거나 사과할 일이 있을 때도 저는 더이상 주저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사과하고 용서를 빌곤했어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어차피 하게되고 해야할 일이라면 그냥 하는 것도 일이 되는 방향이라서..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중하나가 나이키社의
Just do it. 입니다
다음에 또 후회하게 되고 게으름이나 잘못된 습관때문에 정신줄 놓고 있다가도 그냥 또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님도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은 내려두시길 바라요~
13/09/10 22:33
수정 아이콘
실패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도를 하지 않는거죠. 저도 사실 많이 그렇게 살고 있고 딱히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항상 들리는 엄친아들 이야기에는 그렇게 도전 했다가 재가 된 사람들 이야기는 없으니까요.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도전하라고들 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한번 망하면 끝이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단, 뭘 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건 필요하겠죠.
13/09/11 02:45
수정 아이콘
저를 보면서 느끼는 건 게으른건 답이 없는거 같습니다.
언젠가 삶에 크나큰 충격이 오지 않는 한 절대 안고쳐질거 거 같습니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그냥 원래 삶이 그런거 같습니다.
지나고 나면 한거 하나도 없는거 같고..앞을 보면 막막한거 같고..

그래서 제 삶의 모토는 '꾸역꾸역'입니다.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잘 안되도 꾸역꾸역,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일이니 꾸역꾸역...
그냥 꾸역꾸역, 한숨쉬며 담배 한대 피며 꾸역꾸역 하는게 우리네 삶아니겠습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거 다시되, 일하는 시간, 뭔가 해야하는 시간만 정해놓고 그 시간만이라도 꾸역꾸역 하세요..
24시간을 놓고 보면 작은 시간이겠지만..그 시간이 모여서 많은 시간이 되는거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모든 시간을 하고자 하는 일에 모두 집중해서 쓰는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해야하는 시간이나마 열심히 하는 것일뿐...그것도 꾸역꾸역...^^
조금 일이 익숙해지고 잘한다는 소리 들으면 꾸역꾸역이 좀 덜해지는 거 같기도 합니다만...

그냥 카르페디엠 하는게 답인거 같아요..
인생은생방송
13/09/11 08:42
수정 아이콘
그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어서 들려주세요.
토닥토닥토닥
13/09/27 20:15
수정 아이콘
근데 시원스쿨 정말 좋나요? 학원들 광고가 난무한세상이라 믿을데가 없어서 ;; 회화위주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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