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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3 02:50
전쟁이 끝나고 7년 후에 거의 막내로 태어나셨고, 집안은 가난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여자는 한글만 떼고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셨고, 그래서 중고등학교 땐 이불 속에서 촛불로 불만 밝히고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외삼촌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생업에 뛰어드셨고, 그럼에도 그 돈으로 어머니께 대학 교육까지 약속하면서, 너는 공부하라고 하셨답니다. 어머니는 그 돈으로 대학교까지 가셨고, 국문과에 들어가 교수님께도 인정받는 미래의 소설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교사의 길을 선택하셨고, 무뚝뚝한 부산 남자가 아닌 다정한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죠. 그리고 저를 가지시면서 교사의 길도 포기하셨구요. 이후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을 많이 꾸셨고, 뒤늦게나마 과외를 하면서 그 꿈을 꾸지 않게 됐다고 하십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자면서 그걸 후회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지만, 여동생에게는 그런 선택을 늘 후회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20대가 돼서야 그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제게 말씀하십니다. 저를 낳고 꿈을 포기한 걸 후회하지 않으신다구요. 뭐... 그렇다고 하십니다
13/05/03 10:11
어느 시대 부모님들이 그렇지 않았겠냐만은,
특히나 전후 세대에 태어나신 부모님들은 참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면서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본인들의 꿈을 투영하시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제게 내색은 하지 않으시지만 하고 싶고, 원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런데 제 어머니도 말씀하셨지만, 너희들을 포기하고 원하는 것을 했다면 더 후회를 했을거라고 대답하십니다.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을 한다해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하셨을거에요. (하지만 결혼은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안할거라고 하시더라구요. 크크 고생하기 싫다면서.)
13/05/03 02:54
저희 아버지께선 3살 때 아버지(제겐 할아버지)를 잃으셔서 부정을 못 받고 자라셨습니다. 이후 제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으셨죠, 항상..아들이 성장하면서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주는 게 대단하다고 느낄만큼...어머니도 항상 말씀하시길, "넌, 니 아들한테 니 아빠의 반의 반 만큼도 못 할 거다."라고..
어느 날 제가 아버지랑 같이 자리에 누워 슬며시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빠, 난 아들 낳아도 아빠만큼은 절대 못 할 거 같아."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무슨..너도 아빠가 되면 다~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버지,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건가 봅니다. ps. 저는 그래도 아버지의 반의 반 만큼도 못 할 거 같아요. 아빠, 엄마 사랑해요~
13/05/03 10:13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가끔씩 여쭙는 말이 있습니다.
"이젠 저희한테 힘들다고 기대고 말씀하실 때도 되지 않으셨어요?" "됐어 이놈아. 견딜만 하니까 하는거야." 아버지가 되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앞에서는 약한모습 보이기 싫은가 봅니다.
13/05/03 03:06
하.. 안그래도 요새 어머니보기 부끄러운 아들인데... 이 글을보니 더욱더 어머니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못난놈 하고싶은 공부한다고 뒷바라지 해주시는 어머니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꼭 효도 하겠습니다!!
13/05/03 03:10
어머니와 떨어져서 지낸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하면 할수록 더 아련해집니다...
마침 어제 어머니가 2년만에 잠시 한국에 들어가셔서 공항에 대려다 드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왠지 그래야할것 같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항상 가슴,머리속에만 있던말을 하고나니 후련하더라구요~
13/05/03 10:16
저희 집에 딸은 없어서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아들 둘만 있는 집이다보니 애정표현에 정말 서투른 못난 아들들입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은 왜이렇게 혀끝에 맴돌아서 입밖으로 떨어져 나가질 않을까요. 가끔씩 간신히 말 비슷하게 사랑한다고 하면 그렇게 좋아하시던데... 자꾸 시도를 해봐야겠습니다.^^
13/05/03 04:14
제 아버지도 새벽 4시반에 깨서 출근하신 뒤 8시 반에 퇴근해서 10시에 주무시는 생활을 20년을 하셨습니다. 참...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정말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다같이 효도합시다.
13/05/03 10:18
예.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습니다.
아무리 아프고 날씨가 안좋고 힘들어도 가족들을 위해서 매일같이 일나가시는 부모님을 보면, 가끔씩 덜컥 겁이 날때가 있습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부모가 되기전에는 부모마음을 알 수 없다고 했던가요. 저렇게 헌신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누구의 아들에서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는 순간 어른이 되나 봅니다.
13/05/03 10:30
이 시대 젊은이들도 다들 힘들고 막막하고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베이스가 다른거 같아요
그 시대에는 나라 자체가 워낙 가난해서. 그래도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우선은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잊지 않으면 됩니다.
13/05/03 10:34
글구 울 어머니 저 고등학교 다닐때 같이 학교 다니셨습니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공부하고 계시더라는...결국 졸업장도 따시더군요 크크
13/05/03 17:09
어머니가 정말 대단하시군요 크크
어머니 압박때문에 공부를 안할 수도 없고... 갑자기 생각나네요. 저희 어머니도 일하시다가 모르는 영어가 보이시면 적어두었다가 저한테 꼭 물어보시더라구요. 궁금해 죽겠다고 하시면서. 크크
13/05/03 10:55
훈훈한 이야기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 "엄마가 되면 당연한거야"는 말은 자신의 희생에 대한 겸손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희생에 대한 불관용이 될 수도 있는 기제라서..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요구가 너무나 가혹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더욱 부모님들에게 감사합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좀 더 널럴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자식을 위한 삶이 아닌, 그 분들의 행복을 저는 기대합니다. 억지로 분리할수는 없겠지만요.
13/05/03 16:58
말씀에 공감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자식들이 부모에게 가지는 기대치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은 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은 그걸 당연시 여기며 본인들의 삶을 가족에 대한 희생으로 물들여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님들이 그렇게 해서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들께서 본인들의 인생 중에 가족에게 쏟아붓는 것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정성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13/05/03 13:00
눈물이 핑 도네요.. 이제는 저도 부모가 되었건만, 저희 부모님이 제 동생을 낳았을 때 보다도 나이를 더 먹었건만, 아직도 저는 어른이 되지 못한 기분입니다. 제 기억속의, 지금의 제 나이 무렵때의 부모님은 분명 어른이셨는데 말이죠..
13/05/03 17:06
아마 사악군님의 자식들도 저희가 느끼듯이 그렇게 느끼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올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희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보고 돌아오실때, 외할머니 닮은 할머니만 봐도 심장이 덜컹덜컹 하신다고 합니다. 아무리 자식을 낳고 길러도 부모님 생각하면 작아지는건 똑같은거 같아요.
13/05/03 15:10
밤새 청소하시고 낮에는 아이봐주는 일 하시고...
그렇게 몇년을 가족때문에 일하신 어머니.. 소원이라고 하면 돈 벌어서 부모님 두분 다 편히 일 안하시고 쉬게끔 해드리고 싶은게 정말 소원입니다..
13/05/03 17:56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어 가끔 힘들 때마다, 제가 어머니께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는지 가슴 서늘하게 깨닫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 울면서 연락을 드려요, 그때는 몰랐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어설프게 '할머니'라고 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그나마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지곤 합니다.
13/05/03 18:13
저도 나중에 많이 전화 드릴것 같습니다. 저희 형이 사춘기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었는데 형은 아직도
그걸 가슴깊이 한으로 간직하고 있더라구요. 그 때 정말 미쳤었나보다... 이러면서... 물론 지금은 둘도 없는 효자입니다.
13/05/04 03:44
저는 아직 글쓴분보다 몇살은 어린 것 같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네요..
다른건 몰라도 부모님한테 적어도 이틀에 전화 한통 씩은 하고, 남부끄럽지 않은 효자가 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하하
13/05/05 23:39
이틀에 한번 전화라니 대단하십니다.
전 일주일에 한번 전화드리는것도 자주 까먹어서 아버지께 자주 혼납니다. 자식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면서..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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