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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02 18:36:04
Name 주먹쥐고휘둘러
Subject [일반] 영화 '국제시장' 감상
영화적 측면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말하라면 특별히 이게 좋았다 하고 말할게 별로 없습니다. 제목은 국제시장인데 국제시장의 비중이 크거나 한건 아니라는 점에서 제목하고 영화가 따로 논다는 점과 역시 황정민은 연기 잘하는구나 정도... 그 외에 전체적인 스토리나 사건의 진행, 편집, 미장센같은 부분도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특별히 좋지 않지만 특별히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수준이죠

애초에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는 영화니 스토리가 특별히 신선하기도 어렵고 시각적인 부분도 KTV에서 방영하는 다시보는 대한뉴스나 공중파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그때를 아십니까'류 다큐멘터리 화면, 육남매나 영웅시대같은 드라마에서 많이 본것들이니 그다지 특별할게 없으니 당연한 소리겠죠. 그렇기 때문에 특정사건이 아닌 역사를 조망하는 영화는 역사와 개인이 부딫혔을때 역사의 흐름로 인해 그 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비춤으로써 극적 재미를 노리는데 국제시장은 그런것 없이 '고국에 계신 동포여러분...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들이...' 류의 레퍼토리에 일회성 유머, 신파극을 채워 반복할 뿐입니다.

유머와 신파가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서사의 축적없이 뚝뚝 분절된 서사속에서 슬플만한 장면에 슬플 BGM을 깔아서 슬픔을 강요하는 반칙성 신파는 나쁩니다.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고 하지 않아도 말 그대로 '생존'을 고민해야 했던 힘겨운 시절과 택시타고 술김에 대통령 욕했다가 그길로 남산을 갔다는 엄혹한 시대(영화속에선 굉장히, 굉장히 작게 표현되지만) 속에서 가족들 건사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은 충분히 감동적인데 굳이 거기에 이런 반칙성 신파를 끼얹어 그 감동을 저해하는 것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는데 꼭 오바를 떤다고 하면 적당할까요?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는 영화가 나오는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50대 이상의 우리 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삶이라는게 제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이렇게 기획상품 취급받아 한철장사로 극장에서 소모될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가 러닝타임을 일회성 유머와 신파로 채워버린 것은 글쎄요... 뭐 영화가 엉망이고 재미가 없는건 아니지만은 제 입장에선 마냥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뒷맛이 쓴 영화 국제시장이었습니다.


PS : 국제시장을 보면서 배우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패왕별희는 정말 거장의 작품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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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식
15/01/02 19:17
수정 아이콘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과 같이 관람했습니다.
관객의 절반 정도가 어르신들이신 것 같더군요.
영화 보고 난 후에 부모님들이 흐믓해 하시는 걸 보니 이 영화의 정치적인 입장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부모님과 같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부모님이 60대 이상이시라면 부모님과 함께 영화관을 찾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양념게장
15/01/02 19:55
수정 아이콘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게 이 영화가 가슴 아픈 소재를 일회성 유머와 신파를 이용해서 팔아먹었다고 비판을 먼저 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우리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분들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분들보다 먼저 젊은 세대에서 활발하게 이 영화를 비판하는게 어떤 면에선 좀 의문스럽습니다.
15/01/02 20:12
수정 아이콘
젊은 세대가 보기에 엉성하고 싸구려로 보이니까요. 오히려 그 시대 분들에게는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니까 좋아들 하시는 거고..
보드타고싶다
15/01/02 20:01
수정 아이콘
흠 이영화가 논란이 되나보군요..
마스터충달
15/01/02 22:25
수정 아이콘
음...심오한 주제나, 예술적 참신함에 집중하다보면 공감대는 흐려집니다.
그래서 작품성이 매우 훌륭하지만 흥행이 안되는, 예술영화의 저조한 흥행성적은 이해가 됩니다.
딱히 흥행을 노린 것이 아니니, 흥행성적이 구리다고 원망스럽지도 않죠.

그런데 작품성이 떨어짐에도 흥행하는 경우는 조금 의외이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뭐 꼭 영화가 작품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의 <해적>이나 수 많은 포르노 무비들이 그렇듯이 키치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나쁠 것은 없거든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작년 <수상한 그녀>, <역린> 그리고 이 <국제시장>까지,
이 영화들은 키치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얻을 것은 그런 가치들 밖에 없습니다.
(예로 들자면 역린에서 얻을 것은 한가인의 발이나 현빈의 등과 같은 패티쉬적 가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있는 척을 하고 있고, 관객을 기만합니다.

<해운대>부터 시작된 이런식의 기만형 영화들이 계속된 성공을 이어간다면,
한국 영화시장에 고민하지 않는 영화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흥행이 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감전주의
15/01/02 22:56
수정 아이콘
지난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 장인어른과 같이 셋이 극장에서 봤습니다..
두 분 다 괜찮아 하시더군요.. 저도 그럭저럭 봤는데 이런저런 논란들은 왜 생기는지 모르겠네요
연휘가람
15/01/02 23:08
수정 아이콘
방금 보고 나왔네요.
그냥 볼 만 했습니다.
삼시세끼 보듯이 그냥 생각없이 보니까 편안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작년에 봤던 신의 한 수, 표적 ,해무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순대없는순대국
15/01/02 23:36
수정 아이콘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는 충분히 깊게 다룰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 뻔한 감동 스토리로 흘러가는게 아쉬운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현 시대상황 그리고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걸 어쩌겠습니까. 어려운 주제를 깊이있게 그러면서 높은 영화적 완성도를 갖추면 명작이고 감독은 거장이겠죠. 윤제균 감독의 역량이 딱 이정도인 것이죠.

다만, 아버지 시절을 다뤘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분기탱천하고 있는 자칭애국보수들이 한심할 뿐입니다. 그냥 그동안 있어왔던 뻔한 상업영화 인데요;;;;
15/01/03 11:08
수정 아이콘
그냥 웃기는 장면에선 웃었고, 슬픈장면에서는 눈물찔끔 났습니다.
영화끝날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은 거의 안들었고요.
생각없이 보면 젊은세대층에서도 나름 재밌게 볼수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어르신들이 보면서 느끼는 거랑은 핀트가 다르겠지만요.
비토히데요시
15/01/04 16:57
수정 아이콘
너무 평이하게 풀어내서 감독이 참 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바하지 않는 것은 좋았습니다. 신파가 난무한게 아니라, 그냥 그 시절이 그렇게 역경이 많고 한스러운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옴니버스 영화라고 생각하니 굉장히 슬프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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