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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2 16:11:33
Name 마빠이
Subject [일반] 나의 이등병 시절 이야기
갑자기 이등병시절 일이 생각이 나서 감성 터진김에 글로 남겨봅니다. 흐흐


2002월드컵이 막 끝난 어느날, 고참들이 다 공차고 있을때 막내인 저는 열심히 걸레를 빨고 있었습니다. 그때 6개월 고참인 모 일병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하는 말이 '야 그거 들고 빨리 운동장으로 뛰어가' 저는 그 말을 듣고 무작정 걸레를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갔습니다.

운동장 중간에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저는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갔습니다. 한 고참이 제 걸레를 가지고 가서 왕고에게 주더니 그 왕고는 인파 속 누워있는 한 사람을 막 딱더니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겁니다.

[야이 어느 개xx 잡xx 걸레 가지고 온거야?] 이러고서는 걸레통을 발로 차버리고 수건을 가지고 오라고 소리쳤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전투축구를 하다가 행정관이 엄청나게 큰 부상을 당했는데, 머리에서는 피가 철철 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였습니다. 이 행정관은 병장들과 형동생 할 정도로 매우 친밀하고 인기가 많았던 인물입니다.

그랬습니다. 행정관이 거의 의식을 잃을 정도로 부상을 당했는데, 이등병인 저는 그런분에게 걸레를 가져다 줬고 병장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만약 이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알았다면 고참이고 모고 나에게 운동장으로 걸레를 가지고 가라한 고참이 있었고 난 그져 시키는데로 했을뿐이라고 구구절절 다 말했을건데, 전 그져 '죄송합니다.' 이말만을 하면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네 결론은 군생활을 떠나 저는 인간적으로 폐륜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야 넌 니 부모님이 아파서 쓰러졌을때도 걸레로 딱을거냐?] 라는 소리를 내무반마다 다니면서 병장과 상병들에게 갈굼을 당했고 이런 안좋은 쪽으로의 급관심은 이등병이 견디기에는 무척 힘든일이였습니다. 새벽에 근무나가다 갈굼당하고 일단 한번 찍히니 남들 하고 똑같이 해도 갈굼당하고 터지고 갈굼당하고 터지고....

물론 저에게 시킨 그 일병 고참은 건조장 뒤로 저를 불러서는 연신 미안하다며 가끔 뽀글이도 주기도 했지만 억울함과 견디기 힘든 갈굼에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참아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두달 후, 어느 진지 공사중 트럭 위의 통나무가 제 군화위로 떨어졌고 제 발가락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퉁퉁부어서 갔더니 이상한 파스같은거 주는거 바르고 이틀 있었는데... 도저히 고통을 참지 못하고 중대장하고 다시가서 엑스레이 찍었더니 금갔다하더군요.. 지금도 제 왼쪽 엄지발가락은 크게 휘어져 있습니다..

내무반 23명중에 병장이 9명인 내무반에 이등병이 깁스하고 있으니 이건 뭐 말 다한거죠. 흐흐 9명 수발? 들려면 1초도 가만있을수 없는 이등병인데 내무반에 있는거 자체가 지옥이였습니다.. 간신히 두달 전 상황을 어느정도 만회 하나 했더니 그야말로 좌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뭐 이렇게 이등병 시절을 보내고 일병을 달자 그제서야 빛이 보이더군요. 일병달고 얼마후 그 많던 병장들 대신 이등병들이 들어오고 저의 관물대는 거의 중간까지 올라갔고 그 이후 부터 제 군생활도 나름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군대는 시간이 약이라고 참고 견디면 어찌어찌 풀리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이등병 시절이 이해 안가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고 오늘 갑자기 힘들었던 이등병 시절이 생각이 나는군요...



뜬금없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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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킬칼켈콜
14/06/22 16:29
수정 아이콘
전 분대장보다 밥 늦게 먹는다고 뺨맞고 그랬는데 제가 일병일 때쯤에 소원수리 피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상병되서 제 아래가 훨씬 많아지니까 걸레질도 쉽게 시킬 수 없는 상황이..
미카엘
14/06/22 16:30
수정 아이콘
흐흐 지금 이등병으로서 사지방 이용 중인데 재밌게 읽고 갑니다!
마빠이
14/06/22 16:53
수정 아이콘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
iamhelene
14/06/22 17:24
수정 아이콘
운동장가서 있는 힘껏 공을 차보세요 or 밤하늘에 별을 보세요


이 다음에 제가 드릴 말은 다 아시죠?
파란발바닥
14/06/22 20:17
수정 아이콘
건강히 군생활 하시길!
14/06/22 16:32
수정 아이콘
어디선가 분명히 본 기억이 나네요. 아마 pgr이였던걸로 아는데 크크크
군대에서 머라 말하면 변명이다. 너 이미지만 안 좋아진다 이러지만 꼭 말하고 싶은 일이 여러번 생기죠..
그걸 안 말하고 참는것도 인내심이지만ㅠㅠ 병걸릴것 같은 그 심정..
14/06/22 16:37
수정 아이콘
시트콤이 따로 없네요. 전 걸레 빠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고참이 물 한방울 안떨어지게 잘 쮜어짜서 닦으라고 해서 말입니다. 그 쥐어짠 걸레는 엎드려 뻐쳐 자세로 밀어서 닦아야 되는데 크흠.
sprezzatura
14/06/22 16:39
수정 아이콘
그나마 저는 2달 맞선임이 역대급 D/L인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갈굼당한 편이었는데,
딱 하나 이미지 게임때 지목 한 번 잘못했다가 그 양반 말년 뜰 때까지 뒤끝에 시달렸죠 헐헐.
(질문이 "이놈 와꾸는 걸레만도 못하다"였는데, 타중대에서 긁혀 넘어온 상꺾 또라이를 뭣도 모르고 찍었..)

근데 힘들기로는 일병~상병 꼬래비 시절이 제일이었던 것 같아요.
이등병땐 내가 잘못한 것만 털리면 끝이었지만, 저 시기엔 내 잘못 없어도 털리니..
소독용 에탄올
14/06/22 16:39
수정 아이콘
한국군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유사한 자기보호기제(지속적으로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며, 과거를 긍정화함으로서 자신의 안정을 유지하는 형태의)가 상당히 널리 '전역자' 및 '퇴역자'들에게 관찰될 정도로 '열악한'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총기난사'나 '상관살해'가 자주 관찰되지 않는 것은 말씀하신 '일정기간'만 버티자는 심리적 탈출구가 있기 때문이죠.
전쟁이 난다면 베트남전 시기의 미군이나, 태평양전쟁 당시의 일본군, 아랍전쟁 당시의 이스라엘군을 가볍게 넘어서는 '상관살해', '아군살해'가 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니까요.

물론 현재의 군 조직은 지난 수십년간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분들이 구 일본제국군의 후예로서 강조하는 '정신력'이나, 기원전 이집트에서부터 유구하게 이어지는 '요즘아이들은~',
만악의 근원으로 다루어지는 좋은 방패인 '게임'같은 다양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1950~60년대에 비해 2000, 2010년대의 군내 비전투손실은 거의 1/10으로 감소한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적절한 보상'따위 없이 '의무'적으로 끌려온 '알만큼 아는' 병사들을, '월 10만원'짜리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는 군 조직 전반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문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완화'될거란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4/06/22 18:01
수정 아이콘
베트남의 미군, 태평양의 일본군, 아랍의 이스라엘군은 그럼 상관살해가 빈발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처음 접하는 정보라 놀랍네요. 혹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아시나요??
키르히아이스
14/06/22 18:27
수정 아이콘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83%81%EA%B4%80%20%EC%82%B4%ED%95%B4#s-3
이항목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듯 합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4/06/22 18:32
수정 아이콘
오 감사합니다
새강이
14/06/22 16:58
수정 아이콘
이등병은 억울해야 이등병이라는 말이 있을정도로..아 생각만해도..
낭만토스
14/06/22 18:10
수정 아이콘
그래도 거기서 변명 했으면
병장들 나가고도 그 일병 남아서
병장 달 때까지 힘드셨을듯

잘하신거죠
이쥴레이
14/06/22 19:06
수정 아이콘
군생활 이야기하면 다 구구절절하죠. 내 1달 고참때문에 군생활이 제대로 헬이었습니다.

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이름 ㅠㅠ
바람의여행기
14/06/22 19:17
수정 아이콘
이병은 이런 것 같습니다.

저도 이병시절 글쓴이 분 처럼 시절을 비슷한 것을 겪어봐서 잘 압니다.

못해도 욕먹고 잘해도 욕먹는게 이등병 아닐까요?

뭐 캐바캐는 있지 말입니다..
14/06/22 19:32
수정 아이콘
망할 후반기들 아오.
14/06/22 19:43
수정 아이콘
목욕탕에서 때 밀었다고 욕먹었던 동기가 문득 생각나네요. 물론 청소를 겸해서 간거지만 그래도 목욕탕에서 목욕하는중에 때 민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연아동생
14/06/22 19:56
수정 아이콘
이등병때 고참이 너 군대온지 몇개월 됐냐? 그래서 이등병 말호봉 입니다. 이랬다가 병장들이 이등병이 호봉이 어딨어.. 이러면서 웃더니 그걸 내무반에 여기저기 다 말하고 다녀서 상병한테 무지 깨졌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정말
병장들이 싫었는데 내가 병장되니 똑같은짓 하고 있더라구요..
파란발바닥
14/06/22 20:16
수정 아이콘
08년 10월 군번인데 저도 기억이 남는 일화가 있습니다
전입 첫날 양치하면서 물컵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귀싸대기가 날라와서 관등성명이고 뭐고 어안이 벙벙해서 절 때린 병장을 쳐다보니
"한개를 시켜도 제대로 못하는 이등병새끼가 두개를 동시에 할라 그러네" 이 말과 함께 반대쪽 귀싸대기를 날리면서 "관등성명 안대냐" 이러더군요
진짜 분노가 치밀었는데 삼키느라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는 일이네요 크크
길에서 마주치지마라 서모병장^^
14/06/22 23:21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이병생활 너무 힘들게 한 입장에서 공감합니다.
저도 07군번이었는데 워낙 이런저런 일을 제법 만들어서 하루도 안깨지는 날이 없었죠.
나중에는 맞선임들한테 '말로만 갈구지 말고 차라리 패라. 그러면 더 잘할지 어떻게 아냐' 라고 했는데 '짐승이냐 맞으면서 잘하게?' 란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큰 사고는 안 치고 조금씩 짬이 차니 나중엔 잘 지냈습니다. 결국 군대도 시간(짬)이 약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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