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딱 밥먹고 왔습니다..
2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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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이런 경험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술 마시면 영어가 잘 나온다'
드류베리모어 필이 약간 나고.. two and a half men 에서 찰리의 딸로 나오는 그녀와 많이 닮은 Jenny는 LA에서 왔다.
어릴때 부터 친한 친구의 결혼식인데 휴가를 즐길겸해서 처음으로 동부에 왔다고 한다. 그때가 7월이었는데 미국애들도
여름이 휴가철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중요하지도 않지. 그녀가 휴가 중이던, 업무 중이던.. 뭐.. X리 중만 아니면
되는거 아니겠어?
LA에서 왔다는 얘기를 들으니 한국인 친구가 많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나보고 어디 사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으니 한국에 살고 있지뭐'
'한쿡에쒀? 레알? 너 영어 잘하는데? 미국에 사는 사람같다야~~' 하며 등짝을 찰싹 때리며
스매쉬 스킨십을 시도한다.
아프다. 진짜 아프다. 백인이 황인보다 힘이 셀거 같긴 한데.. 1대1로 다이다이 붙으면 질거 같다. 하긴.. 체중이 나랑
비슷해보이니..진짜 질지도..
그날은 밖에서 와인을 마시고 호텔 로비쪽 바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야외로 연결된 다른 업장으로 옮겨서 스카치를
마시고 있었다.
짬뽕을 해서 그런지 거나하게 취했고 취기를 밑천 삼아 그녀에게 물었다?
'비행기 타고 왔으면 여기서 자고 가겠네? 이 호텔에서 자니?'
'응 근데 친구랑 같이 써야되'
아.. 씨.. 젠장..
'우리가 쫌만 먼저 만났으면 벌써 방에 들어갔을 텐데 친구가 신랑쪽 친구랑 눈맞아서 지금 들어가 있거든'
읭?
뭐?
그러면...??
그때 우리 일행은 세명이었다. 팀장이 혼자쓰고 나하고 과장이 둘이 쓰고..
두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내일 한잔 사기로 하고.. 과장이 팀장 방으로 짐을 옮겨서 남은 2일간 내가 방을 혼자 쓰기로 했다.
살다살다 별일이 다있구나.. 하느님하나님부처님공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조금만 더 마시다 들어가자고 하는 일행을 위해 스카치 더블을 두어잔 더 시켜주었다.
팀장이 먼저 올라가고 과장이랑 나는 한잔씩만 더 하고 올라갔다. 제니와 같이 올라가면 좋았겠지만
룸키를 한개만 가지고 있어서 같이 올라갔다가 내가 내려오기로 하고 제니에게 얘기를 했다.
'그래? 몇호실인데? 굳이 내려오지말고 나도 내방 가서 친구에게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달라고 해서 바로 올라갈께'
방에 도착했고 과장님이 짐을 꾸리고 흐흐흐흐 웃으며 방을 나가셨다.
씻고 있어야 하나...? 룸서비스로 와인이나 시킬까? 가져온 향수를 뿌리고 있으면 오버일까?
하는 온갖 므흣흐믓음음음한 상상이 2분이 채 이어지지 않았을 무렵 방문에 노크소리가 울린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문을 열었다.
과장님이다.
안경쓰고.. 머리가 살짝 벗겨지고.. 좀전까지 같은방에 있었고 팀장님 방으로 옮긴다던 그 과장님이다..
'뭐 두고 가셨어요??'
'팀장님이 문을 안열어줘. 전화도 안받고... 술취해서 뻗은듯?'
아.. 진짜.... 팀장님..왜 제게 이런 시련을...
일단 과장님의 짐을 다시 넣어놓고 두어시간 자리를 비워주시기로 했다. 아침까지 비워줘야 할거 같으면 내가 방을 새로 잡아드리기로 하고
과장님이 나가시려는 찰나 제니가 왔다.
'왔어? 이 분은 지금 나갈거야'
라고 말했어야 했을거 같다. 하지만 나는
'Mr.Kim 이 뻗었나봐' 이 말이 먼저 나왔다. 제니는 술이 엄청 취해있었는데도 대충 어떤 상황인지 눈치챈거 같았다.
그리고 그게 불편했던 것일까?
'그래? 그럼 우리 그냥 술이나 먹자. 내가 쏠테니 3층에 있는 bar에서 보자' 라면서 내려갔다.
분명 짜증이 만땅인 얼굴이었는데 이내 풀어지고 쿨하게 술이나 먹자는 제니는..쿨햇던건지
짜증나는 상황때문에 정신을 차렸던건지 알 수는 없지만 새벽3시쯤까지 평생지기 술친구마냥
부어라 마셔라 신나게 쳐마셨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땐 머리가 깨질거 같아서 눈물이 났고..
지갑에 꽂혀있는 카드영수증을 보고 또 눈물이 났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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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굉장히 오래전 일입니다. 저~~기 밑에 무궁화호의 그녀는 10년쯤 전 일이고..
이 글도 7년전 일인데..
생각만큼 그렇게 아쉽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때 여자친구(현재마님이심)도 있었고...
뭔가 들이댔던것도 아니고 우연히 기회가 생겼으나 놓친거 뿐인데..
피쟐 들락거리면서 이런 류(?)의 글들을 보니 수년 전 일들이 갑자기 생각나고
갑자기 아쉽고...아...마님이 이거 보면 안되는데..
하여간 그렇다구요..
무궁화호의 그녀 얘기는 찌질했던 시절을 써보고 싶었고
이번 글은...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혹은.. 주변 여건때문에 그린라이트를 못보거나
날라오는 슛을 3M쯤 옆으로 다이빙해서 펀칭해버리는 일도 생기는거 아니겠는가..
그러니 다들 지난 일은 잊고 이불은 그만찹시다...라는 의미로 썼는데..
오늘밤 마지막으로 마님 몰래 이불킥하고 제 기억 속에서 놓아야 겠습니다.
아흑...